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라는 제목을 보고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흥미로운 주제로 쓰인 책이어서 훅 빠지게 만드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선 저자의 직업부터가 평범하지 않은데 장의사라는 직업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대중문화매체에서도 거의 나오지 않는 신비의 직업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대중문화에서도 나오지 않는 미지의 직업 장의사가 보는 인간의 죽음이라니 누가 봐도 혹할 만한 책인 것이죠. 누구나 결국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죽는다는 것은 만인의 관심사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삶에 집착하고 죽음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외면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죽음을 정면돌파해서 죽음 그 자체로 다룬다는 게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거 같습니다. 죽음이 언론매체에서 다루어지는 방식, 죽음 그 자체는 사실은 다들 애써 눈을 가린다는 식의 내용이 아주 인상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은 책입니다. 제목번역도 엄청 흥미진진히게 잘 된데다가 죽음이리는 자칫 우울하고 칙칙할 수 있는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다룬 저자의 필력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죽음은 죽음 그 자체로 다루어져야 한다거나 미디어에 나오는 죽음의 모습은 다분히 가공된 허구라는 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명확히 짚어준 것도 좋았습니다. 좋은 죽음에 대한 담론도 무척 관심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