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박민규를 의심했다. 저거 그냥 유행에 편승한 그저그런 글쟁이 아닐까. 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정말 재밌게 읽었지만 그 전후의 다른 작품들은 졸작에 가까웠다(내가 그 가치를 못알아본 탓이 크겠지만). 누가 소개해준 이 책도 박민규란 이름과 왠지 키치스런 제목이 맘에 안들었지만 채글 읽으면서 서서히 바져들어갔다. 뒤로 갈수록 몰입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책장 넘어가는게 아까웠다. 남들이 보기엔 아름당ㄹ 것 없는 초라한 사랑. 아니 사랑인지 연민인지 조차 모를 그런 순간들을 보여주면서 더 깊이 두려움 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걸 이야기해준다. 세상의 꼰대스러움에 압도 당한 젊은 영혼들을 위로해줄만한 지혜로운 사랑 이야기다.
재밌게 가다가 좀 허무하게 끝난다. 남들 다 알고 김정운 교수가 여러차례 반복했던 얘기들이 펼쳐지는 앞부분은 오히려 재밋게 읽히는데 전공분야인 심리학을 펼쳐놓는 뒷부분에서 갑자기 개념 위주의 설명들이 이어진다. 결론은 이어령 얘기 나오다 에버노트 많이 쓰라는 것으로 끝. 이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