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만세 - 100%의 세계를 만드는 일
리베카 리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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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옴표는 꼭 써야할까?

각주를 쓸지 미주를 쓸지 어떻게 결정할까?

각주를 나타내는 기호는 왜 이렇게 이상하게 생겼을까?


책을 읽으며 한번쯤은 떠올렸던 질문들, 이 책에 답이 있다.


펭귄문고 편집자가 쓴 책에 관한 미셀러니인데, 작가가 글을 쓰고 다듬고 에이전트를 만나고 출판사의 교열을 거쳐 출판되고 절판되기까지 순서를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으로 책 표지에 삽화가 들어가거나 광고문구(Blurb)가 들어가게 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사실 별로 무용한 이야기들인데 소소하게 읽어가는 재미가 커서 책과 출판에 관한 에세이를 읽는 기분으로 조금씩 조금씩 읽다보니 다 읽어버렸다.


다만 한국어 번역과정에 생긴 몇군데의 오자, 오역이 약간 아쉽다. 대체로 읽기 쉽게 번역문장이 깔끔하기에 옥의티 같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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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로당 - 상
이병주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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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씨름하다 주말에 완독.


남로당의 주역이었던 실존인물이 증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료를 더해 소설화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흉상 소동이 벌어져 현실과 소설이 오버랩되는 느낌이 들어 좀 힘들었다. 참 이상한 독서였다.


책을 읽으며 몇번 놀랐다.



남로당 역사 안에 가상의 주인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주인공 박갑동을 비롯해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실존인물이어서 놀랐고, 

리버럴한 이병주 작가가 남로당을 뜻밖에 비판적으로 묘사해서 놀랐고,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노선투쟁과 기회주의와 좌우갈등과 그 모든 인간군상의 헛된 정치놀음이 70년 뒤의 현실과 동시진행되고 있어서 놀랐다.


읽으면서도 어디까지 이 소설의 묘사를 믿어야 하는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언젠가부터 해방전후 역사를 볼 때 힘들어진다. 생각이 많아진다고나 할까. 


우리가 역사를 자료나 논문이 아니라 소설을 통해 읽으려 할 때에는, 사료가 다 전할 수 없을 그 시대의 공기나 인물에 대한 판단, 작가의 문제의식을 배우려고 읽는다.


그런데 해방전후의 기록물은 저마다 관점이나 사실관계조차 너무 다르다. 


남로당의 주역인 박헌영만해도 그렇다. 


이 작품에선 전술적 실패와 소련을 추종하는 모험주의로 몰락하는 무능한 혁명가로 묘사했다. 실제 박갑동의 증언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이병주의 판단인 듯 하다. 이병주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어떤 역사책에서는 박헌영이야말로 조선공산당의 창시자요 전설적인 항일투쟁의 영웅으로 묘사한다. 


또 어떤 사람은 그가 남북한 사이에서 여운형과 함께 고군분투하다 숙청된 민족사 비극의 희생양이라고 한다.


나로서는 어느 게 맞는 판단인지 알 수 없다. 삼국지연의를 읽고 유비가 착한 편이고 조조가 나쁜 편이라고 하는 식 밖에 안되는 느낌.


지금 당장 홍범도를 둘러싼 논란도 그렇다. 그는 독립전쟁을 벌인 장군인가, 독립군을 파멸시킨 빨갱이인가. 자유시 참변의 진상조차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 보다 더 가까이 1948년에 벌어진 여수순천 사건은 어떤가. 1987년에 나온 이 소설에서는 남로당의 국군 지하조직이 남한의 총선을 방해하라는 중앙당의 지침에 준해 독자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는 여수순천 사건 특별법이 시행돼고 '4.3 진압에 반대한 봉기'라고 주장하는 역사학자들도 많다.


도대체, 누가 선이고 악인지 말하는 사람마다 달라지고 같은 사람도 시기에 따라 다르게 말한다.


역사라는 건 그렇게 후손들이 자기 입맛에 따라 재단하고 여기저기로 가져다 붙여 써먹는 소잿거리인가.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란 아무런 교훈을 얻을 게 없고 편가르기의 소재로나 동원되는, 고사성어 일화만도 못한 것인가.


역사에 문외한이나 그냥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보건데는 지금 어디에도 역사를 가능한 있는 그대로 보고, 거기서 교훈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역사를 동원해 지금을 정당화하고 치장하려는 놀음만 보인다. 좌든 우든 마찬가지다.


이병주는 남로당의 10년에 걸친 흥망성쇠가 참으로 허망하다고 했다. 열정과 정의감에 불타던 훌륭한 젊은이들을 데려다가 혁명의 불쏘시개는 커녕 분단과 외세 추종의 제물로 바쳐버리고 박헌영을 비롯한 저들 자신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버렸다고 한탄한다.


지금 2023년의 역사는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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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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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권 말기 트럼프류의 저속한 정치가 등장하는 걸 슬프게 바라보는 저자의 아포리즘 같은 문장들이 이어진다.
다소 동어반복 같은 앞부분을 잘 읽고나면 미디어 공동체 담론 등을 얘기하는 뒷부분은 좀 더 쉽게 넘길 수 있다.
다만 한국 맥락에서는 오독이 염려된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조롱과 폭력의 언어와 파시즘적 태도는 한국에선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만연한 상황이다. 상대방을 손가락질하며 읽기보다 안전한 대화의 공간, 겸손함 없는 뻔뻔함만 있는 정치언어를 함께 슬퍼하며 우리편의 승리보다는 내 주변의 작은 변화부터 생각하며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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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22-04-1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에 나온 책이고, 원저는 2011년에 나온 책입니다. 당시는 미국 버락 오바마대통령이 재임 중(2009년 ~ 2017년)인 시기입니다.
책에 정치적 스탠스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던 데다가, 저자가 오바마 정권 말기 트럼프류의 등장을 바라보고 한 말들이라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 합니다.

햇살보다 2023-09-04 18:08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읽은 시점에서 오독을 했네요.
어쩌면 이 책이 예언적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사랑의 유일하고 참된 목적은 영저구성장, 린간의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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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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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계층간의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적 코드가 다름을 보여주고 당신이 상위층으로 가려면 그들의 코드를 익히라고 일러주는 책.

몇해 전에 이 책을 만났다면 구역질 내며 덮었겠지. 지난 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을 때도 읽어볼 생각을 안 했다.

지금은 다르다. 아주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을 계층 상승을 자극하는 처세술 책이나 계층 구분을 당연시하고 차별을 노골화하는 책이라고 읽으면 굉장히 위험한 책이 된다.

나는 이 책이 하나의 수신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뜻밖에도 이 세계의 지위높은 이들에겐 자기홍보보다는 자기확신, 경쟁보다는 협력, 실용적 지식 위에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서삼경과 다르지 않다.

계층 상승을 목표로 제시한다는 점이 주객전도이긴 하지만, 자신을 세상에 맞추는 조급함보다 자기자신의 참모습을 찾으려는 진지함이 더 증요하다고 일러주는 내용은 맘에 든다. 그 얘길 고상하게 늘어놓지 않고 자기계발서로 노골적(=직설적)으로 정리한 점이 오히려 더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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