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를 낳으면 행복도 세제곱일 줄 알았지 - 스트레스 99%였던 극한 육아에서 진짜 행복을 찾다
유다윤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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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삼둥이를 낳으면 행복도 세제곱일 줄 알았지/ 유다윤

(스트레스 99%였던 육아에서 진짜 행복을 찾다)





엄마가 되고 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한다. 바로 부모님의 사랑, 엄마가 되고 나서야 나도 부모님께는 소중한 자식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이전에는 몰랐던 부모님의 사랑이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부모님의 사랑이 겹겹이 쌓여 있었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우리 부모님의 소중한 자식이었다.(293)

 

이 책삼둥이를 낳으면 행복도 세제곱일 줄 알았지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삼둥이는 아니지만 나는 삼형제를 낳은 엄마다. 92년생(첫째)인 큰아이와 93년생(쌍둥이)인 둘째와 셋째를 키우면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었다.

 

친정 부모님이 어릴 때 모두 돌아가셔서 큰아이를 낳았을 때는 시어머님이 5일 정도 산후조리를 해 주셨고, 쌍둥이를 낳았을 때에는 언니가 하던 일을 쉬고, 한 달 정도 산후조리를 해 주었다. 형편이 어려워 언니에게 생활비를 줄 수는 없고, 언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라서 그 정도로 만족을 해야 했다.

 

남편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하는 것 같았다. 매일 피곤해하는 내게, 어떻게 날마다 그렇게 피곤하냐며 도리어 화를 내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나는 정말로 날마다 피곤했다. 저녁에 자리에 누우면 다음 날 일어나지 못 할 것 같았다.) 남편 눈에 전업주부인 아내는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은 그저 집에서 노는 사람이었으니까…….

 

시부모님들도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찾아온 건 한두 번이 전부이고, 매번 금요일 새벽에 전화해서 내려오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처럼 주5일 근무가 아니고, 일요일만 휴무였던 시절이었다. 아이들 얼굴 한 번 보여주기 위해, 토요일 저녁에 내려가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어린이용 카시트도 없이 큰아이를 운전석 옆 좌석에 태우고, 나는 양 팔에 아이 한 명씩을 안고 뒷좌석에 타고 다녔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연년생에 쌍둥이를 키우면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살았으니, 이 책삼둥이를 낳으면 행복도 세제곱일 줄 알았지가 절로 공감되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는 현명하게도 책과 글쓰기에서 돌파구를 찾아, 마침내 그 어려운 육아를 현명하게 자신의 행복으로 만든다.

 

저자라고 해서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임신하기까지의 과정과 세 아이를 임신하고 선택유산을 권유 받으면서 고민했던 것에서부터, 아이를 낳고도 인큐베이터에 아이를 보내야 해 두 달이나 지난 후에야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그 지난한 시간들이 아이들과의 전쟁으로 다가오자 너무 힘들어서 자신도 모르게 엉망이 되어 가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는 그의 진솔한 기록들을 따라가며, 나도 저절로 아이들을 키우던 때로 돌아가 맞아 그때는 그랬지 내 아이들도 삼둥이처럼 그랬어라고 중얼거리며 지난 일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육아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내가 쌍둥이를 임신한 걸 알았을 때, 의사가 선택하라고 했다. 그때는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시대였다. 둘도 많은데 갑자기 셋이 되니까, 의사도 낳을 건지 유산을 할 건지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아이를 셋 낳으면 분만 시 의료보험(지금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다행히 나는 두 번 분만 하는 거라서 괜찮았다.

 

올 여름에 결혼 날짜를 잡은 아들이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한다. 결혼도 선택이 되어버린 시대에 아이도 선택이 되었다. 그런 아들에게 난 뭐라고 말해야 할까? 예비며느리에게 이 책을 슬며시 건네줄까? 싶다.

 

분명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 기쁨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지도 모른다. 저자처럼 삼둥이는 아니지만 거의 한꺼번에 셋을 키웠다. 게다가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이었으나, 아이 낳은 걸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저 애들이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때가 훨씬 더 많다.

 

작가는 아니지만 나도 저자처럼 육아 뿐 아니라, 외롭고 힘든 때에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으며 힘든 시간들을 견디어 왔다. 책에서 돌파구를 찾게 된다면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을 찾아 5분이든 10분이든 활용하면 좋겠지만, 꼭 책이라는 돌파구가 아니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으면 될 테니까…….

한 종양내과 의사가 말하길, 지금껏 만난 환자 중에서 가장 특별했던 환자는 죽는 날까지 일상을 지킨 한 할머니라고 했다. 할머니는 암 선고를 받은 후에도 일상을 이어 나갔다. 집안일을 하고 손주들 등하원을 시키고 TV를 보면서 이전과 똑같은 일과를 보냈다. 의사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유지한 할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죽음 앞에서 마지막 날까지 일상을 꾸려 나갈 수 있으려면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할머니는 알고 있던 게 아닐까. 일상은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237)

 

아이를 키우는 것도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대단한 것보다 일상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저자도 한 종양내과 의사의 말을 빌려, 일상은 한 번 뿐인 특별한 날이라고 명명한다. 아이가 주는 것은 그 중에서도 최고의 일상이다. 그러니 최고의 일상을 포기하지 말자. 아이가 주는 행복은 다른 것과 결코 비교할 수 없을 테니…….

 

우리는 아이를 키우면서 진짜 어른이 된다. 삼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저자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육아의 부담으로 인해 미리부터 아이를 포기하려하는 많은 이들이, 마음을 바꿔 진정한 행복을 찾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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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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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이 어지럽다. 나라도 힘들고 개인도 힘들다.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야 할 때인 만큼, 30대가 아니라 인생의 전환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꼭 한 번 원점으로 돌아와 ‘재클린의 사회학’을 마주하길 권해 본다. 다 읽은 책을 30대 아들의 책상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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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절판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임하연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내 나이는 서른이 아니고, 거기에 ×2를 해야 한다. 그런데 왜 이 책이 궁금했을까? 내 아이들이 모두 30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면 꼰대의 어설픈 조언이 될 것 같다. 이러한 때에 적절한 책이 나를 찾아왔으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내 지나온 삽 십 대를 잠깐 더듬어보니, 아이들 키우고 시댁 어른들 챙기느라 내 몸과 마음은 그야말로 상처투성이가 되었던 시기였다. 감히 인생의 전환을 꿈꾸는 것조차 어쩌면 사치였는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지금, 또 한 번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전에서 오히려 답을 찾기도 한다. 이 책은 재클린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았지만, 여느 책과는 달리 대화(상담에 가깝다)형식으로 되어 있다. 학생이 지금의 청년들을 대신해, 궁금한 것들을 상속 받지 못한 상속자(재산이나 경영권)에게 질문함으로써 서서히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엮었다.

 

자신의 타고난 운명(가령 흙수저)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믿고 있는 학생은 우선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느냐고 질문하고, 상속자는 당연히 바꿀 수 있다고 답한다. 게다가 상속을 보는 렌즈를 변화의 렌즈로 바꿔 바라보면 인간의 삶을 창조할 수도 있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도 있다고 하니 솔깃하게 다가온다.

 

학생은 어딘가 불안한 듯 양팔을 감싸 안았다. 상속자의 이야기에 원인 모를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학생은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일이 너무나 힘들었다.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허둥대기 일쑤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직 학생에게는 상속자의 이야기가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그녀는 또 누구란 말인가?(25)

 

상속자(재클린 사상의 계승자)와 학생의 대화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고, 학생의 가슴에 의문투성이가 가득 담긴 채 시작되었다.

 

재클린은 케네디가 총탄에 맞아 비운의 운명을 맞이했을 때 사람들을 하나가 되게 했어요. 자신도 암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에도 운구자 행렬에서 앞장섰죠, 각국의 지도자들과 나란히 함께 걸었죠. 전 세계인이 케네디 대통령의 국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어요. 아마 이때부터 그녀의 사상은 학문에서 탈피하여 시대정신Zeitgeist이 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모두를 하나 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요.(28)

 

상속자는 재클린 사회학을 인간 연대와 구원의 도달점이라고 극찬하며, 그의 사상이 이 땅에서도 실현되기를 소망한다. 그 사상을 이어받아 우리의 청년들이 암울한 이 시대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고 확신하며 학생에게 상속을 전수하고자 애쓴다.

 

또한 상속자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라고 선을 그으면, 결국 자신의 삶도 거기까지라며 재클린의 사회학은 수저계급론을 부정한다고 단호하게 언급한다. 그러면서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안내하며, 상속자 정신에 담긴 상속의 비밀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타고난 계층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며, 진짜 상속자와 가짜 상속자를 구분 짓는다.

 

인간은 차별을 기뻐합니다. 그건 인간의 본성이죠. 그러나 그래선 안 됩니다. 그것 또한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차별로 기울기 때문에, 그것이 악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겁니다.(116)

 

이렇게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속물에게 지배받지 않고 불평등을 뛰어넘는 힘을 길러 서서히 상속자 정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질문하는 학생처럼 반발이 생기기도 했다.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을 것이며, 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지 않은 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생각처럼 세상사가 그렇게 되지 않아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것 아니겠는가?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책을 덮지 못하고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조금씩 답이 보이기 시작한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은 영혼을 파괴하는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타고난 계층으로 인간의 우열을 가르고,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게 우리의 시야를 흐려 놓죠. 그런데도 자기의 핏줄만 최고로 여기면 우리 모두 파멸을 맞이할 겁니다.

 

인간성 회복이라는 원점으로 다시 돌아와 이타적인 마음으로 재클린 사회학의 기다림이라는 미학을 바탕으로, 혈연만을 위주로 하는 가족애를 비혈연과도 함께하는 가족애의 확장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상속의 본질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을 구하는 것으로 종결된다.

 

이 땅이 어지럽다. 나라도 힘들고 개인도 힘들다.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야 할 때인 만큼, 30대가 아니라 인생의 전환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꼭 한 번 원점으로 돌아와 재클린의 사회학을 마주하길 권해 본다. 다 읽은 책을 30대 아들의 책상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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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 명화가 건네는 위로의 말들
추명희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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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의 화가의 삶이 그림과 함께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림을 감상하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따라가다 보면, 천재들이라 불린 예술가들조차도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작품이 한층 더 살갑게 다가오며, 그림이 이해가 되고 그 그림들 속에서 커다란 위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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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 명화가 건네는 위로의 말들
추명희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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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추명희

(명화가 건네는 위로의 말들)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사랑이 있어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네. 인생이여 만세, 사랑이여 만만세!”(029)



 

사고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간신히 살아남은 프리다 칼로’, 그녀는 그저 주저앉아 자신을 비관만 하며 살지 않는다. 사진관을 운영하며 손기술이 좋았던 기예르모의 도움으로, 누운 자세로 천장에 매단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겨우 손만 움직이며 그려 나갔다. 그렇게 그는 평생 55점이 넘는 자화상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소원은 사랑하는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과 혁명가가 되는 것, 세 가지가 전부였다.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끝없이 배신당하면서도 열렬히 사랑하고, 결국 혁명의 영웅이란 칭호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프리다 칼로는 책보다 영화로 먼저 만났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가상이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와 나도 모르게 거기에 빨려 들어갔던 기억이 새롭다. 짧은 언어능력으로는 그저 인간승리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내 무지가 부끄러울 정도로, 그는 고통스런 삶을 살면서도 허투루 살지 않고 삶에도 사랑에도 열정을 다했다. 그의 끔찍하게 느껴지는 작품 <단지 몇 번 찔렸을 뿐> 을 공포가 아닌, 화가의 참담한 심정을 느끼며 감상하게 되는 이유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나는 슬픔의 숨결을 느꼈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다리 난간에 기대섰다……. 죽도록 피로감이 몰려왔다. 피오르 위의 그림은 뚝뚝 떨어져 내리는 핏물처럼 붉은빛이었다. 친구들은 계속 걸어갔지만 나는 가슴 속의 아물지 않은 상처로 덜덜 떨며 멈춰 섰다. 그때 세상을 관통하는 거대하고 심상치 않은 비명이 들려왔다.”(166)

 


난 그동안 뭉크의 그림이 싫었다. 너무 불길하게 느껴져서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가족들의 죽음을 통해 평생을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살며, 사랑을 잃고 지독한 상실감으로 인해,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마저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삶을 생각하니 그의 작품 <절규>마저 감동으로 다가온다.

 

황혼의 아름다움을 보고도 공포를 느끼는 삶이란……?

 

내 지나온 삶이 너무 아파서일까? 사실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금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는 아름다움 그 자체를 찬양했다. 사랑스러운 여인들의 아름다움과 낭만주의 시의 아름다움을. 그는 오로지 아름다움에만 관련된 화풍을 창조했다. 그의 그림 속에는 눈부신 배경 속에 절세가인들이 가득했고 무엇보다 풀은 항상 초록빛이었다.(211)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는 거장들을 따라하지 않고, 먼지 낀 갈색 대신 과감하게 초록빛으로 풀을 칠한다. 거장들을 숭배하며 자신들의 의지대로 색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던 시대에, 그는 거장들의 뒤만 쫓는 것은 예술을 역행하는 바보짓이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또한 그림과 시를 병행, 시대를 거슬러 미술과 문학을 오가며 오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씩 변화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을 알면 로세티의 작품에 애착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을 포함하여 이 책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속에는 17명의 화가의 삶이 그림과 함께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림을 감상하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따라가다 보면, 천재들이라 불린 예술가들조차도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작품이 한층 더 살갑게 다가오며, 그림이 이해가 되고 그 그림들 속에서 커다란 위로를 받게 된다.

 

프리다 칼로를 비롯하여 살바도르 달리/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카미유 클로델/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에드바르 뭉크/ 프란시스코 코야/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 폴 세잔/ 에곤 쉴레/ 엔디 워홀/ 요하네스 베르메르/ 알리 드 툴루즈 로트렉/ 로렌스 스티븐 라우리/ 램브란트 판 레인의 진실한 삶 속으로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예술가들의 생애를 따라가며 첫눈으로 혹독한 겨울을 예고하는 이즈음,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다독이며 슬기로운 겨울 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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