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챔테이블 - 맛있고 건강한 원플레이트 레시피
이채미 지음 / 책밥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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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챔테이블/이채미

(맛있고 건강한 원플레이 레시피)



 

30년을 주부로 살아오면서, 이것저것 음식을 해 먹으며 살아왔는데도 지금 딱히 자신있는 요리가 없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이들 식성에 맞춰 음식을 했고, 본가에 가면 어르신들 식성에 맞춰 음식을 해 오다보니 정작 남편과 내 식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게다가 언제부턴가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즐거움조차 사라져 버렸다. 예전에도 대단한 요리로 거창한 식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하루 한 번이라도 정성껏 마련한 식탁에서 오순도순 먹으며 정답게 대화가 오가던 그런 풍경들이……. 이제는 먼 나라 일이 되어 버렸다. 그저 하루 한 번 정도, 전기 밥솥에 해 놓은 밥을 각자의 일정대로 드나들며 먹은 지 꽤 되었다. 아마 이게 우리집 풍경만은 아닐 것 같다.

 

거기에 기간제로 일하다보니, 매년 같은 곳에서 일하는 행운이 따라오지 않는다. 올해 따라 유난히 직장생활 스트레스가 심해 입맛까지 깡그리 잃어버렸다. 이 여름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길지 걱정하던 찰나에 챔챔 테이블을 만났다.

 

처음에 저자는 자신이 만든 요리 사진을 찍어 올려보자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만든 요리를 sns에 하나둘 기록하던 어느 날 출간 제의라는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한다. 전문 요리사도 아닌데 책을 낸다는 게 부담스럽긴 했지만,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던 친구들과 지인들의 응원에 힘입어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식탁처럼 독자들의 식탁도 매 순간 특별해지기를 소망한다고 소감을 밝힌다.

 

챔챔 테이블하루의 시작을 위한 가벼운 아침에서 시작해, ‘에너지 가득한 든든한 점심’, 오늘 하루 수고한 자신을 위로하는 수고했어 오늘도, 나를 위로하는 저녁’, 손님에게 실력 발휘할 수 있는 오랜만에 실력 발휘, 손님 초대 홈스토랑’, 그리고 주말을 위한 기분전환 브런치’, 시원한 맥주 한 잔, 간단하게 즐기는 안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결국엔 우리의 일주일을 풍성하게 보낼 수 있게 마련되어 있다.


 


 

요리라는 게 너무 복잡하거나 재료가 많이 들어가면, 할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챔챔 테이블에 실린 재료들은 주로 우리가 즐겨 먹는 신선한 야채들이 많아서 그다지 시작하는데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어, 소소하게 만들어 예쁜 접시에 담아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나처럼 요리가 귀찮아진 세대는 물론이고, 인스턴트가 지겨워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해보고 싶은 이들이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도 있겠다.

 

매일 챔챔 테이블따라 식단을 구성해 보는 게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도, 나를 위해 혹은 가족이나 친구들을 위해, 인스턴트가 아닌 신선한 재료로 소박하지만 멋진 식탁을 꾸며 보는 것은 어떨까?...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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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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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진솔한 마음으로 물 흐르듯이 잔잔하게 썼다. 지친 마음을 위로 받기에 딱 알맞은 글들로 채워져 있는 그의 일상을 읽으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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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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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오수영

(우리의 일상은 사람보다 소중하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는 오수영 작가는 아무 계산 없이 글쓰기와 사랑에 빠져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쓰고 만든다고 한다. 그가 6년 전에 썼던 책을 이번에 다듬어서 개정판으로 냈다.

이 책에 처음 관심이 갔던 건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반백년을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주변인은 물론이고,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의 마음속까지도 너무 모르고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책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는 그다지 대단한 내용이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잔하게 기록한 그의 일상 속을 따라가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다 읽고나서도 다시 뒤적거리게 된다. 그만큼 우리들의 일상은 조금씩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언젠가 결혼할 인연을 만난다면 순수를 간직한 채 살고 싶다고 한다. 남들을 쫓다가 악필이 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남들따라 가다가 온전한 자신을 잃게 되는 일이 없게 되는 값진 교훈을 얻었음도 고백한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일에는 결코 늦은 시기란 없다고 단호하게 못 박는다.

또한 사람들은 사랑하다 이별하면 그것으로 끈이 완전히 끊어져 과거와 상관 없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될 줄 알지만, 그렇지 않고 우리의 여생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삶을 끌어 안는 인연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첫 만남에 외모를 가장 먼저 눈에 담을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마음에도 고유한 생김새가 있어서 그것을 얼굴의 형태처럼 처음부터 알아볼 수 있다면 애초부터 외모를 비롯해 서로의 마음도 먼저 살펴보고, 다가가 마음을 투명하게 바라보며 막연한 불안과 경솔한 의심으로 감정을 소모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 책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기록해 놓지는 않았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진솔한 마음으로 물 흐르듯이 잔잔하게 썼다. 지친 마음을 위로 받기에 딱 알맞은 글들로 채워져 있는 그의 일상을 읽으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것. 그것을 끈질기게 지켜나가는 것. 혹시나 이미 색깔을 잃었다면 그게 어떤 색이었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는 것.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일에 결코 늦은 시기란 없다고 믿는다.(52쪽)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어선 걸까.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는 걸까. 차라리 길을 잃은 김에 조금 쉬었다 가면 어떨까. 애초에 길눈이 밝은 사람에게는 이러한 고민도 필요하지 않겠지만, 나 같은 길치에게는 이미 잃어버린 길 위에서 너무 조급하게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해결책이 된다. 마음을 침착하게 가다듬고 길 잃은 이곳이 애초의 목적지였던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방황하다 보면 뜻밖의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하니까.(127쪽)

지금도 몸살을 앓는 걸 보면 무엇보다 몸 건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도한 업무와 노동 강도를 소화하다 보면 어쩐지 한국의 직장 생활은 집단 이외 개인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삶의 풍랑에 휩쓸리고 있는데 이제 그만 생각을 멈추라 한다. 생각을 멈추고 맡은 업무에 집중하라 한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다. 이 감각을 잃으면 머지않아 내가 지워질 것을 안다. 집단에 부딪히고 깨지는 일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최소한의 나를 지켜내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131쪽)

비로소 우리가 하나가 된다는 환희와, 어떻게 우리가 하나가 되냐는 환멸이 어지럽게 뒤섞이는 처연한 연극의 공간이 바로 회사다.(133쪽)

엄마에게, 연인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는 종종 나의 마음을 꺼내 보이지만, 어째 유독 아빠에게만큼은 그런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걸까.(145쪽)

우리의 마음속에는 한 해 동안 차마 비워내지 못한 생각이 밀린 빨래처럼 한가득 쌓여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때는 니의 김정과 마음인 줄 알았으나, 실은 대부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준과 생각을 따라 하려던 부담과 걱정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지금 이 계절처럼 밀린 마음을 씻기에 적당한 시기도 없다는 것도. 한 해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누구나 조금씩은 지난날을 돌아보고, 그렇게 몇 벌의 마음 정도는 깨끗이 씻어 접어두기 마련이니까. 언젠가 다시 꺼내볼 수는 있겠지만, 우선은 정리할 수 밖에 없는 마음들을 우리는 간직하고 있다. 모든 계절을 감당하는 건 결국 각자의 몫이다.(159쪽)

생각과 감정이 날마다 포화를 이룹니다. 이렇게 소란한 내면을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소란은 전염성이 짙어서 주변을 쉽게 감염시킵니다. 그러니 지체없이 저를 지나쳐도 좋습니다. 하지만 구태여 소란한 제 삶에 관여하겠다면, 저는 또다시 그것을 인연으로 여긴채 온 마음을 쏟을 수밖에요. 예민하고 복잡한 냉소주의자의 일상도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행복이 깃들 수 있을까요. 사람에 대한 미련과 희망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저는 줄곧 모든 걸 냉소로 일관하며 제 몫의 삶을 살겠습니다.(171쪽)

단조로운 강물도 여전히 흘러간다. 이따금 바람이 불면 조용히 파문이 일지만, 강물은 단지 묵묵히 감내할 뿐이다. 일상의 흐름 또한 대부분 잔잔하게 반복되는 날들이지만, 가끔 작은 변수를 우회하여 익숙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찰나의 여정으로부터 일상 속 숨겨진 삶의 묘미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 지금 내가 당면한 가장 쉽고도 난해한 과제가 아닐까,(183쪽)

생각해보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관찰하며 진단하는 건 우리의 일상이다. 다만 병원에서는 의학적 근거로 진단을 하지만 우리는 단지 짐작으로 사람을 판단한다.(194쪽)

책을 덮으며 '무엇이든 억지로 이어지고 있다면 그건 이미 미련일지 모른다' 는 그의 짧은 글이, 오늘을 살고 있는 내 삶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한다. 버려야 할 미련을 끌어 안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 같아서…… ' 관계의 소멸 '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하고 잠시 고민해 본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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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중독 - 실패 혐오 시대의 마음
롤란드 파울센 지음, 배명자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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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들에게 불안과 걱정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와 위안을 동시에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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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중독 - 실패 혐오 시대의 마음
롤란드 파울센 지음, 배명자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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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중독/롤란드 파울센

(만약 이면, 어떻게 될까?_실패 혐오 시대의 마음 다스리기)



 

 

하루 일과에 지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바로 잠들면 참 좋겠는데, 자신도 모르게 한 가지 생각에 깊이 빠져들고 만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안으로 이어지고, 불안은 당연히 걱정으로 발전하여 지친몸마저 잠들지 못하게 한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해결할 수 없는 걱정을 안고 잠을 설친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만약에 이면, 어떻게 될까?’로 시작하여, 망상에 사로잡혀 강박장애를 가진 다니엘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서문을 연다.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삶 역시 영원한 진보의 원리를 따른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행복 또는 소위 삶의 만족을 경제 성장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다. 모든 국가가 점점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므로, 좋은 소식처럼 들린다. 행복이 경제 성장과 연계되어 있다면 우리는 경제의 바퀴를 점점 빨리 돌리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전체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심되는 소식이다.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고, 걸어온 길을 계속 가기만 하면 된다.(44)

 

과연 그럴까? 이 명제가 참이라면, 우리는 10년 전이나 20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행복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1부 현대사회의 불안에서는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에 관해 생각해보게 한다. 자살에 대한 것을 면밀하게 분석하며, 현대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 나간다.

 

그리고 2부 역사적 고찰: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에서는 시계의 등장이 삶을 피폐시키고, 기계부품으로 전락시켰으며, 결과중시 사회가 되어버린 과정을 명료하게 제시해 준다.

 

마지막 3부 우리 시대의 대책: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는 걱정을 억제하며, 걱정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또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구명보트에 오르기를 제안하면서, 걱정을 피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만 유독 예민해서 쓸데없는 걱정을 안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다른 많은 이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해 걱정하고 고민하며 힘들게 살고 있는 듯하다.

 

그는 실제로 그를 도와야 마땅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고, 치료를 거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대신에 단은 기막힌 방법을 택했다. (387)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걱정의 96%는 부질없다고 한다. 걱정해도 어차피 해결할 수 없거나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을 일, 혹은 이미 일어난 일이나 사소한 고민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사례로 든 이들도 거의가 의외로 본인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잘 아는 것 같았다. 알면서도 걱정에 갇힐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한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다. 몸은 물에 빠진 솜뭉치처럼 무겁게 느껴지는데, 막상 잠자리에 들면 잠을 이룰 수가 었었다. 내 힘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라 무시하고자 애써도, 한번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좀처럼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이 책은 불안과 싸워 이기려고 하지 말고, 불안을 직면하여 익숙해지기를 권한다. 자꾸 피하기 보다는 불안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시켜 불안을 줄이라는 것이다.

 

여러 사례를 접하면서 나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불안 속에서 걱정과 싸우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 위로가 되기도 하고, 너무 심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안타까움이 절로 생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들에게 불안과 걱정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와 위안을 동시에 안겨준다.

 

우리는 주로 우리 자신을 생각한다. 미래나 과거를 생각할 때, 우리는 대부분 녹고 있는 빙하나 30년전쟁에 몰두하지 않는다. 모든 생각의 중심에는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타적이라고 여기는 생각에도 그 중심에는 여전히 자기 자신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친구, 우리의 반려 동물, 우리의 부모를 생각한다. 걱정할 때도 우리의 생각은 주로 지구온난화나 극우민족주의 물결을 향하지 않는다. 설령 그런 것들이 분명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것이 중심이 되지 않는다. 걱정은 개인이 책임이나 자기 결정과 연관된 것에 더 강하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85)

 

전 세계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 연구에서 나온 진단 관련 실증 데이터가 아주 많다. 그러므로 의료화를 탓하며 실증적 증거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나는 진단 뒤에 항상 질병이 있다고 여기진 않지만, 정신적 고통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51)

 

한 사회에서 수용할 수 있는 불안의 정도는 다양하다.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는 카빌리 부족의 거부는 사회가 이 견해를 공유할 때 안정을 찾는다. 농경 사회 이후 위험 요인 최소화와 극대화를 선호하는 사회에서는 미래 지평선이 점점 멀어진다.(151)

 

친구들의 삶을 더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이 집에 계속 살 수 있을까? 채무자 명단에 이름이 오를까? 여름에 휴가를 갈 수 있을까? 갑자기 자신의 가치가 위태로워진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인식할까? 그들이 나를 무시하게 될까? 나를 게으르다고 생각할까? 바보라고 여길까? 아니면 환자? 무능력자? 사람들은 분명 옛날에도 늘 비슷항 방식으로 생각하고 서로 비교했을 테다. 그러나 이런 비교를 생계 문제와 연결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는 어쩌다 여기에 이르렀을까?(185)

 

온화한 사람이 폭력적인 내용을 강박적으로 생각하고 매우 도덕적인 사람이 성적인 내용을, 매우 꼼꼼한 사람이 실수를 계속 생각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수록 그것을 부정하는 생각이 더욱 심하다.”(320)

 

문제는 내 이성이 전달한 기본 메시지, 즉 불안을 싸워 이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 독이 되었다는 사실이죠”(370)

 

직면의 목적은 특정 위험을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서 그런 생각을 덜 위협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습관화는 불안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시켜 불안을 줄이려는 것이다.(374)

 

우리는 걱정하고 불안해할 때, 존재의 불확실성에 가닿는다. 불확실성은 단지 무한히 많은 위험과 뭔가 잘못될 가능성에만 있지 않다. 불확실성은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우리 자신과 환경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의 일부다. 불확실성의 수용이 가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불확실성 속에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다.(375)

 

불안은 일관성이 전혀 없다. 내면에는 무한한 책임감이 있지만 외부에는 거의 완전히 무관심하고, 반사실적 사고 세계에서는 과대망상이 있지만 사실적 행동 세계에서는 수동적이다. 희생적이지만 자기중심적이다. 합리적이지만 터무니 없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불안에 담긴 모순을 파고드는 것은 불행히도 불안이 가장 좋아하는 생각놀이다.(392)

 

걱정은 통찰력이 모자라서 생기기도 한다. 우리는 통찰력이 부족해서 온 세상이 불확실하다는 사실과 우리가 무엇을 하든 다른 사람과 대립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불안에 다가감으로써 비로소 세상의 본질에 깊이 가닿는다.(394)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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