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의 시골생활 1 : 나의 고향 짱뚱이의 시골생활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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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 생활나의 고향/ 오진희

 

 



전주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첫 교사 발령지인 지리산 자락에서 세 살부터 일곱 살까지 살았으며, 공부보다는 자연에서 신나고 재밌게 노는 것이 훨씬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오진희(자칭 어른 짱뚱이라 칭함)작가의, 짧지만 강렬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탄생한 짱뚱이 시리즈를 만났다. 그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연필을 잡을 수 없을 때까지,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짱뚱이의 시골 생활 시리즈 나의 고향에는 치마보다는 바지가 더 어울릴 정도로 천방지축인 개구쟁이 짱뚱이가 등장한다. 시골에서 들과 산으로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생활하는 유년시절의 짱뚱이의 모습이 절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너무도 익숙한 현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자칫 먼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 기기 없이도 자연에서 놀이를 찾고 조금 부족함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며 해맑게 살고 있는 짱뚱이를 보면서, 동심을 키워 나갈 수 있게 아주 재미있게 잘 구성되어 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도 바쁘다. 동네 꼬마 대장인 짱뚱이도 무척 바쁘지만, 유치원이나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느라 바쁜 게 아니라,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노느라고 바쁘다.

 

비가 온 후에는 논두렁을 맨발로 다니며, 그 시절에는 많지도 않은 옷이 흙투성이가 되어도 개의치 않고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개울에서 가족들과 시끌법적 물고기잡이를 한다.

 

추석에는 아이들도 한 몫을 한다. 바쁜 어른들을 대신해 떡방앗간에 가서 줄을 서며 순번을 기다려야하고, 집집마다 다니며 음식을 나르기도 한다. 넉넉하진 않지만 서로서로 나누는 풍경이 너무나도 정겹다. 아무리 그래도 장뚱이는 엄마가 만들어 준 인절미가 제일 맛있지만.

 

추운 겨울 엄마와 떨어져서 밖에서 떨고 있는 강아지가 불쌍해 부모님 몰래 방에 데려와 재우기도 하는 걸 보면 요즘 아이들이랑 그리 동떨어지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봄에는 나물 캐고, 오월에는 토끼풀로 예쁜 꽃다발을 만들고, 한여름에는 개울에서 언니· 오빠들과 물장구를 치고 논다. 온천지가 놀이터라 개구쟁이 짱뚱이는 몇 벌 안 되는 옷이 남아나지 않아, 때로는 옷 대신 담요를 두르고 집안에서 버텨야 한다. 이렇게 사계절 내내 자연에서 놀이를 찾아 해 저무는 줄도 모르고 뛰어놀기 바쁘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자연에는 놀이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이 글자로만 나와 있으면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선사하겠지만, 아마도 지금의 아이들이 공감하기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글과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으니,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서로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부모님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들려 주면서. 시냇물은 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어른들에게는 유년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함께하는 멋진 놀이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짱뚱이를 만나보면 좋겠다. 이름을 말하는 순간부터 절로 웃게 되는 짱뚱이가, 추운 겨울에는 과연 무얼하며 긴긴 겨울을 재미있게 보낼까?



 

*200만부 돌파 기념 리커버 시리즈 짱뚱이의 시골 생활은 편까지 계속 됩니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태그#짱뚱이의시골생활#시골생활#짱뚱이#파랑새#나의고향#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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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야 - 당신은 더 행복할 거고 더 잘될 거예요
김민진(김토끼) 지음 / 로즈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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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야/김토끼 에세이

(“당신은 더 행복할 거고 더 잘될 거예요”)

 

 



책은 우리들에게 늘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다. 가끔 생각이 복잡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데 털어 놓을 용기가 없을 때에는 책에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삶이 버겁고 한없이 머리가 복잡한데, 책을 어떻게 읽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게다. 그러니, 그럴 때 읽는 책은 딱딱하거나 어려우면 안된다. 술술 읽히면서도 그 안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한다. 이 책반드시 좋은 날이 올거야는 그런 책이다.

 

일상을 소박하게 진솔한 문장들로 가득 채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우울한 게 너무 많아서 뭐가 우울한지도 모르겠는 그런 날, 이 책에 실린 어느 한 문장이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소망을 살며시 따라가 보았다.

 

그는 마음이 한 번 돌아서면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냉정해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다가 도저히 불가능해져서 마침내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그런 이들의 심정도 모르고 독하다거나 냉정하다고 하면 절대 안 될 것 같다.

 

실은 나도 그런 편이다. 참고참고 또 참는 중인데 저절로 어떤 계기가 생겨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자신이 피폐해져 어쩔 수 없어 정리하기 때문에, 더 이상은 미련이 남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 뒤돌아볼 필요가 없다.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을 때가 더 많고,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혼자 남겨질까 걱정을 한다.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여리고, 앞에서는 아무 일 없는 척 웃어 보이지만 뒤돌아선 숨죽여 울기도 한다.(16)

 

이런 이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게 나오는 것일 뿐이므로, 따뜻하고 다정한 말로 위로해 주되, 관계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이므로, 사소한 것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기를 당부한다.

 

또한 저자는 살다가 때로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깊게 생각하지 말고 지나치라고 한다. 자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므로, 그렇게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고 애쓰며 감정소모를 하지 말고, 다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타인과 비교하지도 말며 자신을 사랑하기를 간곡히 권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누군가 나를 안 좋게 볼 수도 있고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어렴풋이 짐작만 하는 것과 그 실체를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138)

 

그러니 자신을 곡해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가능하면 멀리하고, 그 시간에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이는게 맞다.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라고또 누군가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차피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상처받고 상처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게 인생이라면, 감당할 수 있는만큼만 감당하자고 감히 제안해 본다.

 

사람에게 더 이상 곁을 줄 수 없거나, 꿈을 꾸고 싶어도 꿈조차 꿀 수 없다고 생각되어 절망에 빠졌을 때는 사람과의 관계를 잠시 내려놓자. 그럴 때에 혼자 슬픔을 달래며 힘겹게 싸우지 말고, 이 책과 함께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그 속에서 자신을 찾고 위로와 응원을 받으며 당당히 일어서기를…….

 

유난히 굴곡 많은 인생을 살면서 세속의 잣대로 따지면 결코 성공한 인생이 아니지만, 난 지금이 좋다. 내 곁에 늘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그 정다운 친구가 한 명 더 늘었으니 반드시 좋은 날이 오리라 믿는다.

 

 

행복한 사람들의 10가지 특징

 

꿈이 있다.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에 관심이 많다.

미래에 낙관적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용서할 줄 안다.

종종 여행을 떠난다.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75)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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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하우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 이야기
빅토리아 벨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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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발자취도 기록하면 역사가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을지도 모른다. 망설이지 말고 각자의 뿌리를 찾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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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하우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 이야기
빅토리아 벨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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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하우스 / 빅토리아 벨림

 



2014년은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진 해였다. 그해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 덕분에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내 뿌리가 고향과 얼마나 깊게 이어져 있는지 깨달았다.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은 세계 질서가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 국가 간의 합의가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경계 지역에 위치한 탓에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복잡하게 흘러왔다. 러시아와 유럽연합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니 이쪽 아니면 저쪽의 영향을 받고 마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을 활발히 주고 받을 수도 있지만, 2014년 같은 비극을 겪게 되기도 한다.(프롤로그_13~14)

 

내가 보는 소비에트 연방이 1980년대 경제 몰락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재앙이라면, 큰아버지의 소비에트 연방은 1950년대 경제 호황과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었다. 그러니 내 눈에 경악스러운 소비에트 연방의 면면이 큰아버지에게는 그저 감사하게 비췄을 것이다.(20)

 

우리 가족은 집에서 주로 러시아어를 썼고, 아샤 외증조할머니와 세르히 외증조할아버지는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했다. 두 분은 작은 마을에 살고 나머지 가족들은 키이우에서 살았으니 민족이 달라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련 내에서 도시 사람들은 러시아어를, 작은 마을 사람들은 공화국 토착 언어를 쓰는 경향이 있었다. 러시아인인 아버지와 블라디미르 큰아버지는 우크라이나어를 알고 있어서, 우크라이나 민족시인 타라스 셰우첸코의 시를 우크라이나인 어머니보다 더 잘 암송했다.(26)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충돌은 누가 어디를 지배하느냐에 관한 것이지 민족이나 언어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니 친러시아, 친우크라이나, 러시아어 사용자, 친유럽 같은 꼬리표는 정치적인 입장을 충분히 나타낼 수 없었다. 난 생전 처음 어느 편에 서서 나를 규정해야만 했는데, 내 정체성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요소를 끄집어 내 말할 수가 없었다. 정치적 입장도 확실히 세울 수 없었지만, 소련 쪽으로는 절대 기울어지지 않았다.(30)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대학살 뉴스를 배경으로 과거의 선명한 기억들이 밀려들자 몹시 고통스러웠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을 되살려 보려 애썼다. 어디까지 고통을 참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욱신거리는 타박상 부위를 계속 눌러대는 사람처럼, 마이단 광장의 총격은 우크라이나를 멀게만 느꼈던 내 착각을 박살냈다. 201431일 러시아 의회의 허가를 받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군사력 사용을 결정하자 전쟁에 관한 내 착각마저도 무너졌다. 전쟁이 내 삶으로 다가오고 있었다.(31)

 

다닐 아저씨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나는 겨우 일곱 살이었다. 2014년에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 소식을 신문으로 읽으면서,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몸이 떨렸다. 마샤 아주머니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었다. 전쟁이 현실로 다가올수록 내 목구멍 안에서 울음덩어리가 느껴졌다. 총격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전쟁은 이미 현실이 됐다. 곧 총격이 시작됐고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러시아가 크름 반도를 병합한 후 우크라이나 동부의 몇몇 도시들은 키이우 정부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했다. 밤사이 새로운 공화국이 등장했고 여기저기서 새로운 전투가 벌어졌다.(33~34)

 

우한에서 시작된 코비드-19가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어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을 무렵,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운이 감돌더니 결국 2022224일 전쟁이 일어나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체에서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적의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에는 소련의 제도권 교육체제에서 학교를 다녔고,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뒤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거기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벨기에 브뤼셀에 정착해 프리랜서 작가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를 더 잘 알기에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으면 아버지 국적을 따라 러시아라고 대답하게 된다. 그러던 그가 2014년 전쟁이 현실로 다가오자 자신의 뿌리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간다. 저자가 찾아나선 뿌리 찾기는 작은마을에 국한되지 않는다. 증조 할머니와 할아버지 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아버지와 어머니 양쪽 조상들을 더듬어 가는데, 개인사이지만 지리적으로 분쟁 지역에 속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 속에서 지금 왜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과는 분명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버랩되는 부분도 꽤 있다. 러시아 국적이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더 오래 살았고, 현재는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는 큰아버지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미국을 경유해 현재는 브뤼셀에 정착해 살고 있는 저자는, 사상적으로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지금 두 토막으로 갈라져 있고, 일본의 식민지 시절을 겪고도 부족해 같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서로 반분되어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개인의 발자취도 기록하면 역사가 된다. 처음엔 제목인 루스터 하우스가 가족들이 지내온 집의 상징적인 지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예전 KGB와 관련된 건물로 현재에도 존속하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개인사를 더듬어 가다보면 그 안에 역사가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루스터 하우스는 자신의 뿌리찾기를 하면서, 몰랐던 가족들의 인생사를 접하게 되고……. 가족들에 관해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분들도 이해하게 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개인사이지만 그들의 아픔을 따라가다보면 많은 부분이 역사와 겹쳐져 있다.

 

어떤 부모한테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하는 것처럼, 어느 지역· 어느민족·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절로 운명지어지는 것 또한 거부할 수 없음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때로는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려고 애쓰기도 하지만, 저자가 우크라이나로 달려가는 모습 속에서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이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을지도 모른다. 망설이지 말고 각자의 뿌리를 찾아 떠나보자. 그 안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자신 뿐만이 아니라, 잃어버린 가족· 잃어버린 역사등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리라고 생각된다.

 

나는 누굴 고발하려는 것도, 면죄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진실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274)

 

1923년 소비에트의 우크라이나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관공서에서는 우크라이나어 사용이 의무화됐고, 농부들에게도 공부할 기회가 열렸다. 레닌의 비전 중 혁명을 다른 나라로 수출해야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공산주의 우크라이나를 본보기로 삼기로 한 것이다.(279)

 

서류의 앞부분을 읽을 때 나는 빠르게 내용을 확인하느라 선을 그어 지우고 다시 쓴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예를 들어, 원래는 니코딤이 가담했다고 하는 반혁명 조직이 공산당과 소비에트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트로츠키주의자의 음모의 결정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트로츠키주의자 음모부분을 줄로 긋고 다른 필체로 우크라이나 독립 국가를 만들려는 부르주아-민족주의자 조직이라고 적어 놓았다.(293)

 

제 남편 니코딤 베레즈코는 1900년에 마이아치카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 중에 적위대에 들어간 경력이 있고, 최근까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로주바크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했습니다. 1937824일에 폴타바 지역 경찰들이 와서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그이를 데려갔습니다. 저는 남편을 만나려고 폴타바에 갔는데 그쪽에서는 남편을 키이우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 후로 남편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남편을 왜 데려갔는지,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제발 알려주세요.(296)

 

소비에트 시스템의 가장 유해한 점은 위선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다들 말과 생각이 따로 놀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살아남고 싶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었다.(297)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은 드러내지 않으면 주변의 모든 것을 잡아먹는 블랙홀이 되고 만다. 정신적 충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충격을 둘러싼 중력은 너무나 강해서 근처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305)

 

큰아버지와 얘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가미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내가 두려워하는 것과 맞서야한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고 화해해야 한다.(316)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2014)

러시아가 20143월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러시아가 20143월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을 말한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자치공화국이었던 크림반도는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민투표에서 90% 이상의 찬성이 나오자 러시아에의 합병을 결정했고,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의 러시아 연방 병합안에 최종 서명하면서 합병 절차가 완료되었다. 이에 국제적 비난이 일어난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이르기까지

20131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가 2014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퇴진과 야권 주도의 임시정부 설립으로 이어지자, 친러시아 지역인 크림반도에서는 임시정부를 반대하는 집회가 계속됐다. 이에 러시아군이 2014227일부터 무장병력을 투입해 크림반도의 주요 시설들을 점령한 데 이어, 31일 러시아 상원이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크림공화국에 러시아군을 주둔시키면서 사실상 이 지역은 러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다 크림 의회가 36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의하고, 합병에 대한 찬반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311일에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포하여 크림 공화국을 결성하고, 16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 96.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러시아 합병을 추진하게 되었다. 크림 의회는 316일 독립국가를 선포하면서 유엔과 각국에 이를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그리고 3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승인하고, 318일에는 크림반도 총리와 시장과 함께 크림공화국 합병조약에 서명했다. 이후 320일과 21일 러시아 상하원에서 합병조약 비준안이 차례로 통과되고, 푸틴 대통령이 321일 크림자치공화국의 합병 문서에 최종 서명하면서 합병에 따른 모든 법률 절차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러시아 합병을 결정한 크림반도의 투표는 크림자치공화국 의회 결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은 "영토 변경은 (주민투표가 아니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우크라이나 헌법 조항에 따라 이는 무효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국민의 기본 권리와 자결 원칙의 존중"을 규정한 유엔 헌장을 내세워 해당 투표에 합법성을 부여하고 있다.

크림반도 | 출처: 시사상식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2014)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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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씹어 먹는 아이 (그림책)
송미경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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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가끔 그림책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 아무래도 그림책과 조금 멀어지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독서의 달기념으로 자녀 독서지도법에 대한 특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이 다 자라긴 했지만 또 다음 세대가 있으니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부모역할과 다양한 독서지도 방법을 제시해 주면서, 끝날무렵에 소개한 책이 바로 이 책돌 씹어 먹는 아이.

 

우선 아이디어가 워낙 신선하고 재미 있었다. 그림책을 많이 보지는 않지만, 몇 년 전에 아동부문 안산의 책으로 선정된 송미경 작가의 가정 통신문 소동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났는데, 이 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신선하고 재미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걸 좋아할 수 있는 세상

 

나는 돌을 씹어 먹는 아이예요.

돌은 어쩌면 이렇게 맛있을까요? 입 안에서 살살 녹아요. 돌을 입에 넣고 굴리면 웃음이 나요. 와작 씹고 나면 속이 시원해요. 화분 속 돌에선 숲속 냄새가 나요. 천천히 나무 사이를 걷는 기분이에요. 어항 속 돌은 꿈을 꾸게 해요. 잊었던 좋은 일들이 떠오르지요. 나에겐 좋은 기억이 많아요. 냇가의 돌은 슬픔을 돌려보내죠. 나는 밥보다 돌이 더 좋아요. 이러다 내가 돌이 되진 않을까요.(돌을 씹어 먹는 아이)

 

처음에는 돌을 씹어먹는다는 게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주인공 는 더 이상 먹을 돌이 없어지자 전봇대를 갉아 먹다가, 높은 곳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 같아 울어버린다. 그러다가 결국 가족에게는 말도 못하고 돌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다행히 여행지에서 돌을 먹는 친구들을 만나 함께 실컷 돌을 먹고 놀다가, 먹을 돌을 잔뜩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은 당연히 를 반갑게 맞이하고, 마침내 용기를 얻은 는 돌을 먹는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만 이상한게 아니라, 아빠· 엄마· 누나도 모두 나와 다른 것을 좋아한다. 다만 그들도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그동안 말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은 각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백하며, 가족들 모두 오랜만에 활짝 웃으며 오랜 시간 담아 둔 눈물을 다 쏟아내고 모처럼 한자리에 누워 깊이 잠든다.

 

우린 왜 몰랐을까요?(돌을 씹어 먹는 아이)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서로의 아픔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우리는 알려고 하지 않고 방심하며 살지는 않았나?하는 반성을 하게된다.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나 이웃들에게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바라보았다면, 알 수 있었을 많은 것들을 놓치며 후회한 경험이 너무 많다.

 

날이 밝자 우린 계곡으로 소풍을 갔어요. 돌과 흙과 못과 지우개로 도시락을 쌌지요. 서로의 음식을 먹어보라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지만 우린 정말 멋진 식사를 했어요. 가을이 오면 또 어디든 놀러 갈 거예요.(돌을 씹어 먹는 아이)

 

 

아이들은 그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보고 또 읽으면서, 저절로 가족이나 친구들을 조금만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어른들은 가족이나 공동체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이해조차 하려고 하지않고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잠시 지난날을 더듬어 보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태어난 송미경작가의 글과 프랑스에서 태어난 세르주 블로크의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멋진 그림이 탄생한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나아가면, 지금보다는 훨씬 누구나 좋아하는 걸 좋아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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