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가 ‘말’해 주는 것들 - 우리는 정말로 진실한 성이 필요한가? 레즈비언. 퀴어. 젠더. 섹슈얼리티
백승진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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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퀴어, 캠프를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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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가 ‘말’해 주는 것들 - 우리는 정말로 진실한 성이 필요한가? 레즈비언. 퀴어. 젠더. 섹슈얼리티
백승진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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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창출판사는 인문 고전서 분야의 양서를 출판하는 회사다. 세창에서 나온 책이라면 읽어볼만 하다는 기대치도 있고, 『퀴어가 ‘말’해주는 것들』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입장에서 문화예술적 측면을 엿볼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받았다.

책의 제목은 퀴어인데 내용의 시작은 캠프다. 캠프는 한마디로 감수성이다. 캠프는 감수성이고 스타일이고 취향이기 때문에 체계도 없고 증명할 수도 없지만 일관성은 있다. 퀴어도 캠프의 일종이라 남들에게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1장에서 훅 들어오는 캠프라는 용어가 낯설어 책에 안내된 자세한 설명과 다양한 예시가 처음엔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독자의 입장에서 책의 순서가 게이, 퀴어, 캠프의 순서라면 개념 수용 측면에서 훨씬 쉽고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제안을 조심스레 해본다.

이 책에는 수전 손택과, 미셸 푸코와 주디스버틀러의 글이 자주 인용된다. 근대시기에는 개인의 쾌락이 죄와 구원이 아니라 몸과 생명이라는 과학의 담론으로 들어가며 공론화되어지고, 개인의 성과 관련된 행위가 권력에 의해 기록되고 관찰되면서 권력과 지식의 관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푸코는 과연 우리는 진정한 성이 필요한가?에 대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체셔 고양이의 웃음을 예로 든다. 몸이 보이지 않아 정체성을 알 수는 없으나 고양이의 웃음만 있는데 그 웃음이 정체성과는 관계가 없는 기쁨이기에 비정체성의 쾌락이라고 이야기한다. 진실한 성의 부정적인 개념은 성 정체성의 유동성과 연관하는데 그것이 바로 퀴어인 것이다. 앨리스의 세계는 퀴어의 세계이고 웃음만 있는 고양이 이야기를 통해 진실한 성이란 필요하지 않다고 푸코는 답을 한다.

보부아르 『제2의 성』에 나온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에 대한 주디스버틀러의 해석으로 버틀러는 섹스는 변할 수 없으나, 젠더는 섹스화 된 몸에 나타나는 수많은 문화적 의미로 가변성의 문화적 산물이므로 젠더란 becoming이고 그 자체가 움직임이라는 것으로 수행성개념을 설명한다.

버틀러의 수행성개념을 수전손택의 이야기로 연결을 시켜보면 이 책의 제목이 왜 ‘퀴어’가 말해주는 것들이 아닌 『퀴어가 ‘말’해주는 것들』 인지 알아챌 수 있다. ‘캠프’에 관한 단상에서 손택은 캠프는 모든 것을 인용부호 속에서 본다고 했다. 그냥 램프가 아니라 ‘램프’이며, 그냥 여자가 아니라 ‘여자’다. 사물과 사람에게서 캠프를 알아본다는 것은, 어떤 존재를 역할수행자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단지 퀴어에 대한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닌 퀴어가 사회 문화 정치 질병과 관련해서 퀴어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말’ 해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는 이야기다.

게이는 ‘동화’개념에 방점을 찍고 퀴어는 고정된 본질보다는 수행성을 강조하고 소수를 찬양한다고 정의한다. 게이는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에 동화되어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기를 바라지만 퀴어는 인간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내세우면서 사회가 부여한 기존 성 정체성에 대한 개념을 해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푸코의 말을 빌려 현대적 의미의 정신병학이 시작된 19세기부터 동성애를 질병분류학, 병리학, 신경증기제, 발병학의 영역에 둠으로 인해 동성애자에게 동성애자라는 또 다른 죄의식을 내재화시켰다고 한다. 책은 한 사회가 타락했거나 부조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항상 질병은 은유로 사용되고 있다는 수전손택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에이즈의 정치학으로 마무리를 한다.

전체적으로 알차게 잘 만든 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조금 더 바란다면, 내용중 한 번 언급될 뿐인 베티 데이비스의 사진 보다는 내용에 어울리는 주디 갈런드의 사진이 앞으로 와야 더 적합할 것 같고, 4장 마지막에 『토치송 삼부작』과 『클라우드 나인』의 겉표지 정도는 자료사진으로 있어주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책에서 한마디 언급만으로 지나간 “기독교 사회의 게이에 대한 편집증적인 적의”에 대해 좀 더 많은 부분 이야기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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