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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읽기 ㅣ 세창명저산책 92
윤은주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읽기
세창 신간예고에 예수님이 옷을 사러가서 마음에 들 때 하시는 말씀은 뭘까요? 해서 뭔 말인가 보다가 댓글에서 “예루살렘”이라길래 기발함에 웃었던 책입니다. 책은 한나 아렌트가 기자로 근무할 때 유대인 살상 총 책임자인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신문에 연재하던 글을 모은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독일의 담당 공무원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여 고위관직에 까지 올랐는데요, 독일이 패망하고 이름을 바꿔서 다른나라에서 신분을 숨긴채 살아가는 아이히만을 납치하여 유대인들의 상징적인 고향인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했다는 것이 재판의 약점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 나쁜 일을 한 사람은 절대악의 존재로 생각하였는데 긴 시간 재판을 쭈욱 지켜보며 아이히만이 지극히 정상적인 정신상태로 상투적인 단어와 말만 반복하는 것을 보고 아렌트는 사람이 생각이 없으면 누구나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절대악인이라 이야기하지 않아서 아이히만을 옹호하는걸로 오해하여 같은 유대인들에게 협박과 살해위협까지 당하게 됩니다. 아렌트는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것인데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시키고 삶을 영위하는 것은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렌트는 정치 철학자 답게 인간은 사적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공적 이익을 위하여 서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 받으며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데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이 없으면 아이히만처럼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아렌트가 한국 안 와봐서 그러네... 조선시대를 모르는구만... 계속 그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느 시대, 어느 사회고 안그렇기야 하겠냐만은 조선시대 붕당정치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나요, 천주교 박해로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사라졌나요. 삼족을 멸하고, 도망간 사람들을 잡으러 가고, 잔인하게 처형한 그당시 관직자들이 생각이 없어서 그 많은 사람들을 죽였을까요? 나라의 녹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위에서 시키는대로 해야되는게 원칙입니다. 그들이 절대 잘했다는게 아니라 관리들이 임금의 명을 어기고, 임금이 잡아 죽이라고 명을 내렸는데 나의 생각과 신념대로 ‘저는 그럴수 없습니다’ 한다면 같은 죄인으로 취급받아 본인도 죽고, 가족들도 몰살이 되지요. 개인이 생각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권력의 문제이지요. 조선의 경우 정치가들이 얼마나 각자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사람들이었나요.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이 죽을줄 알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것이고, 그들을 죽인 관료들은 또 자신이 살기위해 왕의 명을 받아 고문하고 처형했지요. 나의 생각과 나의 신념대로 이야기하고 행동하면 죽는데 아이히만이 이건 아닙니다~ 라고 했다면 아이히만이 죽는건 당연하고 가족들도 위험하고, 그들이 죽고 나도 다른 누군가가 얼마든지 그 일을 대신하기 때문에 유대인학살이 멈춰지지가 않지요. 히틀러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한나 아렌트 읽으며 글쎄~~ 아닌데??? ^^ 평소 정치에 1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악은 생각이 없어서 남 따라가다가 나쁜짓을 하는 것도 악이지만, 지도자의 사상이 악의 축이라는 개인적인 결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고 선거가 중요하구나... 정치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읽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