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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예수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아 옮김 / 로만 / 2023년 2월
평점 :
개미는 인간의 존재를 알까? 개미들도 자신들의 세계 안에서 나름 규칙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거대한 인간이 개미들을 들여다보며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주면 얼마나 무섭고 충격적일까? 어렸을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기 전에도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런 생각의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하다가 보면 인간 사회도 개미와 같아서 우리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란 존재가 워낙 잘나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나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분명 인정하지만,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조물주가 설계한 큰 틀인 자연의 섭리 안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유신론자다. 그 조물주가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느님이고, 다른 종교에서는 그들만의 어떤 절대자로 이야기를 할텐데 나는 평소 이런 비유를 들어 생각했다. 진리를 서울이라고 한다면 종교를 교통수단에 빚대어 누구는 비행기타고 서울가고, 누구는 버스타고 서울가고, 누구는 걸어서 간다. 속도의 차이가 있고, 편리성의 차이가 있고, 차비가 다르지만 결국 방향성만 맞으면 모두가 서울로 가는거다. 진리는 하나라도 각자 살아가는 환경과 관습과 사회의 특성에 따라 장님 코끼리 만지듯 다양한 방식대로 신을 이해하여 그들만의 종교를 통해 진리로 향해간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예전에 봉사 다니던 도서관 추천으로 경기도 도서관 사서교육을 받으러 다닌적이 있었다. 그때 강사님께서 서해안 바닷가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셨는데 그 할머니들은 한 번도 학교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림이라는 것도 평생 처음 그려보셨단다. 태어나서 70이 넘은 나이까지 서해안 바닷가에서만 살아오신 할머니들에게 바다를 그려보시라고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드리니 하늘을 종이 가득 주황색으로 그리셨단다. 교육에 의한 선입견이 없었던 할머니들은 평생 해지는 서해안 노을을 보고 사셨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하늘은 진한 주황색이 하늘의 대표색이었던거다. 주황색 하늘도 부분적이지만 하늘의 모습이 맞다. 인간이 우주의 진리를 전부 다 알 수 없다. 그러니 내 종교만 옳고 니 종교는 틀리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어쩌면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일지도 모르는 것 같다.
책의 저자 엔도 슈사쿠가 나의 예수에서 내가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과 비슷한 이야기들을 해서 내심 반가웠다. 엔도가 어렸을 때 엄마가 이혼을 하고 성당을 다니게 되면서 두 아들들도 성당에 데리고 가게 되어 저절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엔도는 처음엔 외국의 정서고, 외국인들의 이야기 같아서 남의 옷을 입고 있는 듯 어색했던 그리스도교라 불편하였지만, 나이가 들어 자신의 신앙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성경 말씀의 묵상을 통해 그 의미를 깨우쳐가며 이스라엘의 예수님을 나의 예수님으로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신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다보니 성경을 깊이 공부하신 신부님이나 신학자들이 보기에는 틀렸다고 하실수도 있다. 성경은 하나지만 그 성격에 대한 해석은 각자라 신앙은 십인십색이라고들 한다.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신앙은 개별적인 부분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엔도 슈사쿠의 예수님을 읽으며 나의 예수님, 내가 이해하는 예수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