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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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나 귀신 같은 영적존재, 지구 밖의 머나먼 우주, 깊은 바다, 극악무도한 살인마, 죽음의 순간, 고립, 괴물 자연재해, 벌레 등등.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에 맞게 현대에서의 공포는 무엇인지 생각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빠르고 바쁜 일상 속에서 늘어가는 것은 무관심이다. 평소 무관심은 아무 짓도 하지 않지만 거기에 무슨 동기라든가, 생각이 들어가면 상식적으로 이해 못할 공포가 만들어 진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단편들은 전부 절망적이고 역겹고 현실 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비일상적인 내용이다. 평범한 인물이 이유없이 죽거나, 뒤통수치고, 극악무도한 짓을 한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모두들 살면서 한 번 쯤 생각하거나, 했을 법한 일이라서 그렇다.

 괴작이라면 괴작이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많지 않지만 각 작품마다 들어 있는 기분 나쁜 느낌은 꽤 오랜시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건이 약간 뜬금없이 시작되는 게 적지 않아서 보는 이에 따라 느낌이 다를 지도 모른다.

 

남의 일

 

 자동차 전복사고를 당한 일가족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가족에게 남자가 하는 것은 무관심한 방관이었는데...

 첫 단편부터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사고현장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나랑 상관없다면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남자를 이해 할 수없을 것이다.

 낯선 남자의 무관심은 섬뜩할 정도였다. 사고당한 이들을 보고 당해도 싸다며 비난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시끄러운 일에 말려들기 싫다며 신고도 꺼린다. 거기에다 답답할 정도로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 남자가 하는 말이 일상에서 무관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자주 쓰는 말이라서 무섭고 소름이 돋았다. 얼마나 사람이 무관심해지면 사람이 죽어가는 것에도 무감각해 질지. 결말에서야 밝혀지는 남자의 정체는 예상밖이라 지금까지 보았던 남자는 누구였는지 의아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게 바로 무관심의 정체가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식해체

 

 서른을 넘긴 폐륜아와 사는 노부부는 매일을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해결책으로 아들을 죽이기로 모의하는데...

 폐륜아로 인해 난장판이 된 가족의 모습은 현대에서 벌어질 법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들을 죽이려고 부부가 모의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노년에 들어서 자식 교육의 잘잘못을 따지며 싸우는 부모나,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폐륜의 끝을 보여주는 아들의 모습은 아무리 소설 속의 얘기라지만 예사로 넘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이런 집이 드물게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파탄 난 집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고, 증오하고, 그리고 책임을 전가한다. 노년의 부모도 비슷했다. 아들이라서는 망나니를 앞에 두고 온갖 극단적인 살인계획을 세우고, 상상도 못할 살해 도구를 앞에 두고도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파탄 속에서 한 가지 알아둘 점이 있다. 아들과 남편이라는 남자 둘에 아내라는 여자 하나만 있다는 사실을.

 

딱 한입에.......

 

 유명 요리사의 집에 자녀를 납치했다는 남자가 찾아온다. 요구 사항은 단 하나, 자기가 만든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말하는 것 뿐.

 특이한 납치극과 협박이 이루어지는 내용으로, 자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마지막 반전으로 등장하는 섬뜩한 진실은 공포로서 충분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납치범이 제 발로 찾아와, 납치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납치극의 구성을 깨트렸다. 납치로 시작하는 내용이지만, 납치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고 중요한 것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납치범의 요리였다. 요리로 시작한 사건이 요리로 끝난 내용이지만, 그 끝에는 상상도 못할 것이 존재했다.

 

어머니와 톱니바퀴

 

 아버지에게 맞아 죽을 뻔한 애인을 데리고 남자는 도망친다. 상처투성인 그들의 방황은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한다.

 감동과 역겨움을 동시에 표현한 작가의 실력에 정말 감탄하고 싶었다. 내용은 정말 안타까운 사랑 얘기지만, 애인이 죽어가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은 역겨움 자체였다. 자신의 몸도 성하지 않는데 애인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남자의 정성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만약 당신의 애인이나 배우자가 장이 파열되고, 온몸의 피부가 괴사되어 점점 썩어가서 악취가 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옆자리를 지킬 자신이 있는가?

 

새끼고양이와 천연가스

 

 의족을 끼고 생활하는 아주머니에게 새끼고양이가 생기고, 이유없는 파멸을 맞이한다.

가장 기분나쁜 내용의 단편이었다. 개인의 일상을 파멸시키고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학생들의 행패를 보고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용의 대부분이 아주머니가 한 학생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이다. 그 학생들에게 폭력은 일종의 놀이라는 개념으로, 보통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이 가질 법한 생각을 가졌다.

 문제는 이러한 폭력이 가해지는데 그 누구도 도와주러 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무관심이 가장 극대화된 상황으로, 주변 상황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사람의 인격 조차 생각하지 않는 무관심까지 오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의 무관심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기를 바란다.

 

정년기일

 

 정년기일을 맞이한 노년의 남자는 기분좋게 환영받는다. 그런데 회사를 나서다가 부하직원들과 트러블이 생기면서 집단구타를 당하게 되는데...

 정년퇴직을 한 직장인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일명 '퇴직자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퇴직자들은 사회에 나온 순간 쓰레기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심지어 살해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제는 돈을 벌지 못하고, 아무 것도 아닌 늙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퇴직자를 비현실적으로 밑바닥 취급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회에서 퇴직자를 보는 시선이 이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비아 소환

 

 한 야쿠자 사무실에는 의뢰를 받고 상대를 미치게 만드는 일을 해준다. 의뢰를 받고 현장에 나서는 이는 증거를 찍기위한 카메라 촬영사, 노인, 그리고 10살 소녀다.

 개인의 공포를 극대화 시킨다는 점이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3에 실린 신진오 작가의 단편 '공포 인자'를 떠올리게 했다.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다른 단편들과 마찬가지로 그리 썩 밝은 내용은 아니다. 조직 폭력배의 극악무도한 짓과 초능력의 충격적인 비밀 외에는 그렇게 기분 나쁜 느낌은 없었다.

 

전서묘

 

 남자친구로 인해 생활이 파탄난 여자는 자취방에서 몰래 고양이를 기르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잘린 손가락을 물어오면서 알 수없는 위협을 느끼는데...

 고양이가 매개체가 되어 먼 곳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갈수록 그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불길한 상황이 벌어지는 듯했다. 문제는 자신의 실패를 고향집에 알리기도 싫고, 애완동물이 금지인 자취방 제약 때문에 신고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그 불길한 것은 여자와 고양이만 알고 있다. 아니,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리가 없는 고양이를 제외한다면 모든 것은 여자 혼자 보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 누구에게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지 않는 여자의 판단이 맞다고 볼 수 있을까?

 

쓴 바베큐

 

 도루는 친구의 꼬드김으로 인해 가족들과 함께 한적한 곳에 가서 바베큐를 하기로 한다. 순조롭게 바베큐가 진행되던 중, 강가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심각해진다.

 일명 아무 일 없을 거라는 무사안일주의로 인해 일가족에게 불행이 닥치는 내용이다. 흔히 말하는 공포영화 사망법칙에 버금갈 정도로 불길한 암시들이 곳곳에 등장하지만, 이 가족은 자신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면서 계속 모르쇠로 일관한다. 하지만 그런 가족들을 가만둘 리가 없다. 그 불길함을 나타내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공포영화 사망법칙의 단계를 밟아간다. 어떻게 보면 좀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기도 한다.

 다행이도 다친 사람없이 가족은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친 사람'만 없었을 뿐이다.

 

레저레는 무서워

 

 삼창학원의 2학년 D반의 이노 교사의 자택 우편함에 자살을 예고하는 편지가 도착한다. 보내는 이는 오공이라는 가명으로 쓰여 있어 알 수가 없고, 레저레는 무섭다는 말을 단서로 학교 측에서 진상 조사에 나선다. 그러나 자살예고 편지는 늘어나고, 급기야 이노 교사의 책상에서 레저레가 쓴 편지가 발견되는데...

 상당히 지능적인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편지와 선생님의 수기, 회의 자료 등등으로 진행되는 내용으로 선생님과 학교측에서 학교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나타나 있었다. 그래서 학교측과 학생들 사이의 생각 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진다.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레저레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어른들이 학생들의 수준을 얼마나 낮게 보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알게 될 것이다.

 

크레이지 하니

 

 한 행성에서 범죄자들을 이용해 개척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범죄자들의 성욕을 만족시켜주는 여성로봇들의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면서 무차별 학살을 일으킨다.

 SF물이지만, 행성 개척이라던가 로봇 등을 빼면 거의 성에 관련되었다. 사람에게 성적 학대를 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성적인 도구로 사용할 로봇을 만들고, 그 로봇에게 사디스트에 버금갈 짓을 한다.

 극단적인 성행위 때문인지 로봇들이 오류를 일으키고 폭주했다. 로봇들은 노래를 틀면서 희생자들을 찾아 자신들에게 했던 짓 그대로 학살한다. 이러한 점에서 어떻게 보면 로봇 아포칼립스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다지 특별한 내용도, 반전도 없기 때문에 별 감흥없는 SF였다.

 

다윈과 베트남 수박

 

 외국에 사는 한 가장은 잦은 지각 때문에 어느 날, 하루 일을 못하게 된다. 가족을 볼 면목이 없던 그에게 한 동료가 하루 정도 때울 일을 소개시켜주지만, 그것은 차마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기분나쁜 묘사가 넘치는 작품들에 비해 여기서부터는 다소 줄어들고, 심리적인 불편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느낌이다. 가장이 대신하게 되는 일은 이동식 차량에서 집행하는 사형을 돕는 일이었으며, 그 대상은 불합리하게 사형판결을 받은 어린아이였다. 자기 가족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남의 아이를 죽여야 한다는 상황이라 어떤 사람이라도 견디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낯선 이동식 차량으로 집행하는 사형이라던가,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배경 때문인지 적지 않게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인간실격

 

 겨울철, 한 여자가 다리 난간 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자기가 먼저 자살하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는데...

 감동적인 내용인가 했더니 결말에서 제대로 뒤통수치는 내용이었다. 제목 그대로 인간실격인 것이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의 끝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죽음도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호랑이 발바닥은 소음기

 

 어릴 적부터 함께 한 세 친구.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던 중 한 친구에게 아이가 생기자 축하하기 위해 추억의 장소인 동물원에 밤늦게 몰래 들어가게 되는데...

 표현 수위도 높지 않고, 크게 자극적인 것은 없었지만 상당히 난해한 내용이었다. 주된 내용은 세 친구가 술을 마시면서 자신들이 살아온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어른이 되서도 약간 철이 없고 그 때문에 한 친구는 약간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와주니 뭐니, 그런 얘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서로 그냥 주절주절 삶에 대한 얘기를 할 뿐이었다.

 결말은 비극적이지만, 분위기는 슬프지 않았다. 마치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남의 일에는 상관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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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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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자체가 미스터리처럼 느껴지는 추리소설은 처음이었다. 저자가 출판업계 종사자라서 그런지 책 안에서 또 하나의 책을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책 속의 책이라는 이중성은 내가 읽었던 것 중에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내용에 감탄하고, 독특한 편집을 시도한 저자의 독창성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됐다. 추리인 만큼 이 작품에서도 탐정이 등장하지만, 탐정이 정말 보통 사람처럼 등장하기 때문에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 사건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 읽고 나서 생각나는 것은 탐정도, 인상 깊었던 인물도 아닌, 일어났던 기괴한 사건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오쿠다마 깊은 곳에 위치한 히메카미 촌의 히가미 일족은 오래 전부터 적자인 맏아들이 당주를 맏아 가계를 이어 가문을 존속하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었다. 히가미 일족의 아들은 대대로 허약하게 태어나서 일찍 죽는 일이 잦았는데, 이를 가지고 마을에서는 옛 조상인 아오히메의 지벌이라고 여기고 있다. 히가미 일족의 제일 가문인 이치가미 가의 장남 조주로의 무사를 위한 의식인 '십삼야 참배' 날 밤 그의 쌍둥이 남매인 히메코가 우물에 빠져 죽는 일이 발생하면서, 또 다시 아오히메의 지벌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

 내용은 히메노모리 묘겐이라는 작가가 당시의 이치가미 가에 하인으로 있던 요키타카와 자신의 남편이자 주재소 순사인 다카야시키 하지메의 시점으로 하여 히메카미 촌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형식이다. 보통 같으면 타인의 기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 같겠지만, 실제로 연재된 글인 마냥 중간중간에 저자(히메노모리 묘겐)의 소견이 들어 있어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처음에 민속학 추리라는 말을 듣고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 같은 분위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비교를 해보니 지적인 면이나, 옛스러운 분위기가 비슷했지만 작가만의 독특한 편집과 외딴 시골이라는 토속적인 배경, 본격미스터리 분위기가 짙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탐정 역할이자, 방랑 환상소설가인 도조 겐야는 여기서 거의 등장하지 않아서, 어떤 인물일지 가늠하기는 어려우나 민속에 관련해서는 교고쿠도에 버금갈 정도지만 유쾌한 인물이라서 다른 책에서의 활약상이 기대되는 바이다.

 계속해서 머리 잘린 시체와 잘린머리가 나타나고, 또 머리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는 한편, 목이 잘린 귀신인 쿠비나시가 곳곳에 출몰하면서 공포스러운 상황이 이어진다. 다카야시키 순사가 조사사를 진행해도 사건의 실마리는 도무지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히메노모리 묘겐의 연재도 막바지에 다를 무렵 과거의 사건 속 시점이 아닌, 현재의 히메노모리 묘겐의 시점에서도 불길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두 인물의 시점으로 한 전개는 한편으로 약간 지루한 것 같기도 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모를까, 한 인물이 지나갔던 곳이나 살펴본 곳을 다른 인물이 다시 지나가고 또 살펴보는 부분은 재생과 되감기를 반복하는 듯해서 전개가 느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본격 미스터리인 만큼 결말도 사건해결로 끝나는 가 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짐으로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부터 진짜로 일어났던 사건이라고는 했으나 히메카미 촌이라는 마을에 전해지는 괴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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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골의 꿈 - 상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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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꿈과 현실, 정신의학과 종교의 경계, 그리고 수많은 뼈가 돌아다니며 혼란을 일으키는 내용이었다. 언제나 교고쿠도의 장광설은 만만치 않지만, 특히 여기서는 후루하타라는 신경외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정신의료 분야, 정신의료에서 보는 종교라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하 권에 가서 교고쿠도가 등장하고 상 권에서 나오는 후루하타와 시라오카의 대화부분이 지분을 거의 차지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전편인 망량은 신원을 알 수없는 토막난 시체의 피바다에서 오는 혐오적인 시각의 공포였다면, 광골은 뼈라는 인간의 죽음을 상징하는 본질에 가까운 공포였다. 그래서 죽음과 연관된 전생, 죽었다가 돌아온 사령, 시체의 부활 같은 초현상적인 면이 두드러져 보인다. 서로 따로는 사건이 하나의 사건으로 합쳐지는 형식을 보면서, 작가가 전작인 망량의 형식에 반대되는 형식을 시도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터 주인 이사마 가즈나리는 가나가와에 있는 즈시 만으로 낚시를 가게 된다. 새벽 시간에 별 성과 없이 해변을 걷던 이사마는 죽은 전남편의 명복을 비는 아케미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아케미는 집으로 이사마를 초대하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며칠 뒤, 쿠보 슌코의 장례식장에서 세키구치는 괴기 소설가 우다가와를 만나게 된다. 우다가와는 아내 아케미가 죽은 전남편이 살아돌아오는 환영에 시달린다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하고 후일을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우다가와가 아케미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정신과 종교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역시 일본 과거사에 관련된 것이 느껴졌다. 국가신도라는 명목으로 종교가 전쟁에 개입되고 그 이후 신념을 잃어 피폐해지고, 이사마의 사후체험과 사회상을 통해 보여진 전후의 정신적 피해가 느껴지면서 그 당시에는 대부분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 당시의 탈주병에 관한 얘기도 더해지면서 전쟁이 사람의 정신에 가하는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졌다.

 이번에 주로 논의되는 것은 사람의 정신과 기억, 그리고 종교였다. 사람의 정신이란, 실로 복잡한 것인데 의외로 우리는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이해한다기 보다, 자신의 척도에 맞춘 편견에 가까울 것이다. 우부메에서도 사람의 정신에 대해 약간 다루기는 했으나, 광골은 정신분석학을 시작으로 프로이트에 관한 견해와 신체 기관으로서 정신의 역할, 꿈이란 무엇인가, 정신학에서 보는 종교 같이 구체적인 면이 많았다. 너무 구체적이라서 교고쿠도의 장광설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신의학을 대변하는 인물인 후루하타는 작가가 아닐 뿐이지 거의 세키구치와 다를게 없던 인물이었다. 후루하타의 입장에서 나온 종교의 대한 견해에 주목한 것은 학문과 종교가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종교는 믿음으로 깨우치고, 학문은 배움으로 깨우치는 점이 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문이 종교와 같다면 이 세상의 진정한 무신론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진정한 신념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과연 신념은 신을 믿는 다는 전제하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신을 믿고 싶다는 전제하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종교를 대변하는 인물인 시라오카 목사는 겉으로는 인상 좋은 목사이지만, 상당히 신에 대해서 의심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현대의 종교인이 가질 법한 딜레마라던가, 회의감 등의 복합적인 부분을 보면서 종교인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라면 모를까 과학으로 많은 것이 밝혀지고,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악용되는 일도 다반수인 현대에서 종교인들에게 신이 어떤 뜻으로 쓰일지 많은 생각이 들것이다. 자신들이 믿는 신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권에서 나오는 성 신앙에 대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정서상 이해 할 수 없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해안 어촌지역을 비롯한 각지의 민간신앙에도 남근신앙과 여근신앙 같은 성 신앙이 있다는 것을 보면 그렇게 이상하고 문란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성 신앙에서 추구하는 것은 쾌락이 아닌 생명의 탄생, 즉 아기의 탄생이다. 그래서 신앙에 대한 의의는 종족 보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부메에서 나온 탐정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상에 대한 비판에 이은 쓴소리가 나왔다. 밀실트릭, 특히 관시리즈에서 나올 법한 비밀장치가 있는 저택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에서 광골이 출간 된 시기를 보면(초판 출판일이 1995년 5월), 구체적으로 신본격 미스터리(특히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같다. 참고로 관 시리즈 1기 마지막 작품인 흑묘관 초판 출판일은 1992년 4월.)를 비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릭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약간은 서술트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점 뿐만 아니라 장소와 인물, 시간, 정신상태를 착각하게 만들어서 해깔리고도 남았다.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인물의 정신상태를 이용한 서술트릭이었다. 장소나 인물, 시간은 충분히 착각하게 만들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신상태를 착각하게 만든 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수 천년을 내려온 원한에 묻힌 신앙에 얽힌 두 여자의 운명과, 신의 본존을 둘러싼 이기적인 신념으로 인해 뒤틀린 신앙. 거기에 각종 종교의 범람 속에서 생긴 오해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불러온 엄청난 비극은 상상을 초월한 것도 있지만, 서로의 사연에서 굴러다니던 해골이 한 곳에 모여서 정체를 들어내는 순간이 가장 큰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 결말은 전작들의 무거운 분위기에 비해서 다소 유쾌한 분위기로 끝이나 진짜 꿈을 꾸다가 일어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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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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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토막난 시체처럼 여러 개의 사건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었다. 일찍히 유명세를 보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읽었기 때문에 이해력를 못하지는 않았다.

 사건은 한밤 중, 도쿄 무사시노 고가이네 전철역에서 여중생 유즈키 가나코가 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우연히 기차에 타고 있던 기바 형사는 목격자이자 가나코의 친구인 구스모토 요리코에게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서 물어보지만 요리코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아서 답답한 상황만 계속된다. 전철역 근처의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후쿠모토의 도움으로 가나코가 실려간 병원에 함께간 기바와 요리코는 가나코의 가족 중, 오래전 은퇴한 여배우 유즈키 요코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며칠 뒤, 도쿄 전역에서 토막난 여자의 팔다리가 발견되는 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자 세키구치와 3류 잡지 편집장 도리구치가 조사에 나서는데...

 범죄자의 심리에 대한 고찰과 망량에 대한 견해는 그 동안 알거나 이해하고 있던 것과 다른점이 많았다. 특히 범죄자의 동기는 그저 비상식적인 것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의견은 신비롭게 느껴졌다. 종교, 점술, 영능력, 초능력의 차이를 설명한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전작이 과거의 사연과 연관되어 세키구치 중심으로 내용이 진행됐다면, 이번 내용은 주로 기바 형사 중심으로 진행된다. 기바는 그 누구보다 사건에 대한 고뇌가 깊고, 해결에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성격 특유의 폭주 때문에 참극이 벌어질 번 한다. 세키구치가 과거의 실수로 죄책감을 가져 붕괴될 뻔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세키구치는 울증 때문에, 기바는 폭주하는 성격이 일상을 무너뜨릴 뻔한 것이다.

 여기서 첫 등장하는 도리구치 모리히코는 사건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인물이었다. 잡지 편집장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조사력은 탐정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세키구치도 이해 못하는 교고쿠도의 장광설을 약간이라도 이해하는 것을 보면 역시 잡지 편집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도쿄에서 요코하마까지 잘못 갈 정도로 심각한 길치라던가, 틀린 속담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평범한 사람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잔인하면서 안타까운 내용으로 보인다. 서로에게 의지하던 두 소녀의 비극, 가장의 무관심으로 만들어진 뒤틀린 아들,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두고 이도저도 못하는 형사. 분명 사건이 일어나게 만든 인물과 범인은 구분되지만, 나는 어쩐지 거의 모든 인물들이 피해자이며 가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고, 서로가 범인일 수 밖에 없어 보이는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상해는 처벌되지만, 감정적인 상해는 처벌되지 않는다. 거기에 감정적인 상해는 보상도 받을 수 없어서 자기만의 보상을 위해서 신체적인 상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제목에서 부터 언급된 상자는 사건이 진행되는 내내 끊임없이 등장한다. 단순히 물건을 담기 위한 일반적인 상자부터, 담기위한 것을 넘어서 담아지기 위한 광적인 것으로 변모한다. 우부메의 여름에서는 전쟁 이후의 파괴된 가족관을 나타냈다면, 망량의 상자는 사회상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흉흉해서 사람들은 돈에 집착을 하게 되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종교에 의지하는 것을 보면 모두 심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뭔가를 채워 넣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전쟁 이후의 일본 사회는 수많은 상자들로 가득차 고립된 분위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가나코와 요리코, 온바코님 교주 데라다 효에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고립된 사회를 상징하는 상자 말고도 내용상에서 나타난 상자는 한 개가 더 있었다. 그 상자는 미마사카 근대의학 연구소라는 건물로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고, 고립감 속에 더 광적인 것이 있었다. 그 광적인 것이란, 바로 과학이었다. 연구라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비상식적인 행위. 기술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생기는 과학의 비윤리적인 면은 섬뜩했다. 광적인 과학의 모습은 과학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동시에, 전쟁 때 일본의 생체실험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립된 사회는 과학 발전 이전에 만들 수 있었던 평범한 나무 상자라면, 과학의 광적인 모습은 과학의 발전으로 나타난 금속 상자일 것이다. 금속 상자를 보면서 나는 과학이 절대로 자연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해도 엄청나게 끔찍하게 변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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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라 쓰고 순도 100% 경찰소설이라 읽고 싶은 작품이었다. 경찰 조직간의 대립이나 미재 사건을 둘러싼 갈등은 정말 좋았지만, 추리소설 적인 면으로는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미카미를 통해서 본 홍보실과 경무부와 형사부 간의 신경전, 언론과 경찰과의 관계, 본청과 지방경찰 사이의 관계를 통해 경찰 조직을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경찰하면 사건 수사를 하는 형사를 먼저 생각하기 쉬웠는데, 이렇게 조직적인 경찰의 모습을 보니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경찰이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형사였다가, 경무부로 오게된 미카미의 위치는 복잡하기만 했다. 윗선에서는 언론과 타협하지 말라하고, 형사부에서는 배신자라며 견제하고, 언론 관계자들은 정보를 내놓으라고 언성을 높이는 상황이다. 홍보실이라는 곳이 이렇게 힘든 곳인지 처음알았다. 거기에 딸, 아유미가 가출해서 아내인 미나미도 상태가 좋지 않아 신경 쓸 일이 많다.
 본청에서 시찰을 온다는 말에 한 동안 조용하던 64는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다. 미카미는 청장 시찰장소 중 하나인 피해자 아마미야 쇼코의 자택에 가서 쇼코의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한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쇼코의 아버지는 경찰에 대해 냉소적인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부터 64에 대해 조사하게 된 미카미는 관련자들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에 고등학교 동기인 후타와타리의 수상한 움직임도 보이는데...
 미제 아동유괴사건인 64와 관련해서 조사하는 부분에서 추리적인 요소로 뭔가 나왔으면 했으나, 그저 전체 내용을 이끌어가는 사건 요소 중의 하나여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64라는 거대한 타이틀은 D현경이라는 조직을 좌지우지하는 것이었다. 경무부와 형사부 사이의 신경전이 이렇게 치열한 양상을 보일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수사은폐라는 것이 일부 관계자들에게 얼마나 큰 죄책감을 주는지 볼 수 있었다.
 경찰 조직관련 사건과 미제 사건이 장황하게 진행되지만, 결국에는 뭐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 없이 찝찝하게 끝나서 불편한 결말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 됐지만, 완전한 해결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처럼 보였다.
 타이틀은 64였지만, 중간중간에 경찰 홍보실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오다보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이 지루한 부분은 경찰 홍보실에 관련한 것과 그곳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있다. 경찰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읽어도 아무 이상 없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형식을 좋아하시는 분은 안좋아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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