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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2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2월
평점 :
낯선 것과 익숙함의 경계는 언제 구분 되는 걸까. 자주 마주치고, 경험하게 되면 자연스레 익숙한 것이 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아주 드물게 마주치게 되는 것이라면 낯선 것이 된다고 한다. 이게 참 묘한 점은 무엇이든 자주 접하면 별거 아니게 된다는 의미다. 괴이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보일 수도 있지만,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 이상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분명 뭔가는 있다. 그저 어쩌다 마주칠 수 있는 당연한 것일 뿐이다.
산에 대한 인상이 대체로 이렇다고 한다. 갑자기 겪으면 이상하고 무서워 보일 일이 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별일이 아니라고 하니 말이다. 물론 진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무서워 하면서도 그냥 무시한 경우도 있다. 산이 곧 생계를 위한 일터이기에 피할 수 없으면 인식이라도 하지 말자는 의도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짜 낯설다와 익숙함의 차이일 뿐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산에는 분명 사람의 이해를 넘어서는 뭔가 있다고 봐야 되는 걸까. 그것과 자주 마주치다 보면 어쩌다 자주 보이는 모기나 파리처럼 그저 익숙한 일상에 지나지 않을까.
1편에 이어서 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계속 된다. 여전히 도깨비불이 나오고 여우가 나오고, 너구리가 나오고, 유령이 나오고, 괴이한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이상한 소리도 들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곳이다. 주요 테마라고 한다면 모노라고 지칭되는 신비한 영력을 지닌 괴이한 존재다. 이것에 대한 체험담을 보면 구체적으로 무엇이라 지칭하기 어렵긴 하다. 그저 형체 없이 존재감으로만 느껴지는 존재이자, 때로는 다른 산속 괴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야생 동물이나 유령, 도깨비불 같이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것에 어떻게든 이름을 붙여 설명이 가능하게 만들려는 의도였을지 모르겠다.
이번 책에서는 2000년대 이전의 시점보다 현대에 가까운 시점의 경험담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주로 임업 관련 종사자, 현직 사냥꾼, 산 가까이에서 일을 하는 분들의 경험담이 많아서 그렇다. 기계가 갑자기 고장 나는 일이나, 이상한 일로 사고를 당하거나, 현업을 하던 도중에 무언가를 접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 중에서 앞서 가던 사람을 도저히 쫓아갈 수 없었던 무서운 이야기처럼 경트럭이 자꾸만 앞에서 나타난 경우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또 도깨비불에 대해 UFO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해서 이게 현대적인 관점인가 싶기도 했다. 오래된 이야기의 경우는 이런 분들의 어린 시절에 해당되는 5, 60년대나 더 멀리 가면 에도 말기에서 메이지 유신 초기 무렵까지 내려갈 정도다. 이 에도 말기에 벌어진 일은 마치 한국 공포영화인 <여곡성>에 나온 한 장면과 유사해서 섬뜩하게 보일 만하다.
기존에 언급되던 것 이외에 많이 나오는 내용이라면 화장에 관련된 이야기다. 현대에는 다소 익숙한 장례 방식이라 이게 대체 뭐가 무섭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울 만도 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1965년 경까지 화장을 하게 되면 들판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나온다. 탁 트인 공개된 장소에서 하는 것도 모자라 도중에 온갖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고 하니 여러모로 무서웠을 만하다. 정체불명의 괴현상이라기 보다는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일로 보이긴 하다. 하지만 설명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 눈으로 직접 보면 매우 놀랄 수밖에 없다. 다른 것도 아니라 시체가 불타다 발생하는 일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만의 특이한 소재 거리는 더 있다. 주술사에 대한 부분은 원인불명의 질병이나 귀신이나 여우가 들렸다고 퇴치하기 위해 부른다는 점에서 한국의 무당과 여러모로 유사하게 보였다. 일본의 저주 주술로 유명한 축시의 참배 부분은 뭔가 기이하기 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인 면이 강해서 무서운 축에 속했다. 음산한 기운을 잘 느끼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 같은 경우는 범상치 않은 집안 내력이나 주변에 영향을 받았다는 부분이 신기한 점이다. 영험한 힘을 보여준 수행자의 이야기는 이게 실화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판타지 같았다. 이렇듯 매번 패턴이 비슷비슷할 것 같은 산 속 괴이담 속에서도 종종 특이 사례가 나오는 모양이다.
실화 괴담집 같던 이 책도 계속 접하다 보니 이제 산 속에 있는 무언가가 익숙해 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무슨 일을 겪게 된다면 또 다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산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라는 인식이 생겨 침착하게 대응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여기는 것이다. 무작정 없다고 여기기에는 수 많은 목격담과 증언들이 남아 있다. 부정한다 해도 그 순간에 받은 강렬한 충격은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언젠가는 무심코 다시 튀어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내거나 해서 익숙해질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인식을 거부하기 보다는 적어도 무엇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해둬야 미지에 대항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