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책과 연필은 많을수록 좋다・・・🫠 (츠미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5637139</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더 많은 죄를 짓기 위하여</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ue, 28 Jul 2026 20:33:00 +0900</lastBuildDate><image><title>츠미</title><url>https://image.aladin.co.kr/img/blog2/manage/profileimg.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85637139</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츠미</description></image><item><author>츠미</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인 더 메가처치 (가제본1-5) 후기 - [인 더 메가처치 - 2026 일본 서점대상 1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5637139/17409429</link><pubDate>Fri, 24 Jul 2026 16: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5637139/174094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0825&TPaperId=174094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5/75/coveroff/k12213082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0825&TPaperId=174094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 더 메가처치 - 2026 일본 서점대상 1위</a><br/>아사이 료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07월<br/></td></tr></table><br/>*가제본 서평이기 때문에 전체 내용에 대한 후기가 아닙니다.&nbsp;<br><br>#인더메가처치&nbsp;#아사이료&nbsp;#서점대상&nbsp;#수상작<br>—<br>아사이 료의 신간 &lt;인 더 메가처치&gt;의 가제본을 받아 보았다.&nbsp;17개의 목차 중 5번째까지 실려 있다.&nbsp;<br><br>아사이 료의 전작은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lt;누구&gt;를 두 번 읽었다. 출간 당시 읽었었는데 그때 나 역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취업준비생 시절이었어서 불편한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나고, &lt;생식기&gt;의 붐이 식지 않은 때 다시 한번 &lt;누구&gt;를 읽었다.<br><br>&lt;누구&gt;에서부터 &lt;인 더 메가처치&gt;까지 트위터라는 SNS의 감각이 이어지고 있다. 두 작품만 비교하자면 친구 관계에서 가족 관계, 회사 동료까지 관계의 범위가 좀더 넓어졌다.&nbsp;<br><br>동시대 작가로서 비슷한 나이대이자 트위터 유저인 덕분에 그가 쓰는 이야기에는 금방 적응이 된다. 게다가 덕질 이야기라니! 나 포함 여러 사람들이 사찰당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네 그게 바로 작가가 하는 일입니다)<br><br>덕질의 시대. 아이돌/배우 팬덤, 유투버와 버츄버, 만화/게임 캐릭터는 물론이고 길에서 주워온 돌마저 덕질의 대상이 된 시대다.<br>(흐음.. 🙄그렇지만 옛날에도 할머니는 작은 수석을 모으셨는걸..)<br><br>&lt;인 더 메가처치&gt;에는 이 덕질의 시대에 팬덤 산업을 ‘설계하는 자’ 요시히코(40대 남성, 엔터사 직원), 덕질엔 관심 없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덕후가 되는 ‘구원받는 자’ 스미카(20대 여성, 요시히코의 딸. 부모가 이혼한 후 엄마랑 산다), 아직 내막은 모르지만 한 배우의 덕후로 살다가 ‘무너진 자’ 아야코(30대 여성. 독신 직장인),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굴러간다.<br><br>묘하게도 내 입장에서는 세 사람 모두 한발씩 걸쳐 이해하며 읽게 됐다.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20대 인물들 중에서도 스미카에게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고, 현재의 나라면 30대 여성인 아야코에게(아직 제일 모르겠는 인물이다), 그리고 곧 다가올 미래일 수도 있는 요시히코의 감정에 모두 어느 정도 이입이 되고 있다.<br><br>스미카는 가챠를 모으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 아이돌을 응원하는 친구 유리에게 이렇게 말한다.<br>———“그래서 어떤 부분에 그렇게 빠져들게 되는 건지 한번 물어보고 싶긴 했어.”<br>“음, 뭐랄까.”<br>비주얼이 좋아서. 최애는 마음의 오아시스이며 생활의 힐링이니까. 누군가를 응원하는 기쁨 때문에—덕질이 이러쿵저러쿵하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었던 말들이 내 머릿속을 쌩쌩 날아다닌다.&nbsp;유리는 마치 잃어버린 물건이라도 찾은 것처럼,<br>“서사일지도.”<br>하고 말했다.———<br>(그래, 내가 뉴진스를 좋아하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하고 응원하는 건 그들이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그 ‘서사’ 때문이기도 하지.)<br>지금의 나는 뉴진스를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지만 사실 누군가를 ‘진득하게’ 덕질해본 적은 없다. 유행에 따라 좋은 것은 좋아하고 별로인 것은 넘긴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전곡 반복해서 듣거나 앨범을 사거나 콘서트에 가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 대상을 오래도록 쭉 좋아하지는 않았기에 스스로 누구의 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팬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땐 그랬다.&nbsp;<br><br>(여기서부터는 사담이 기네요- 🫪패스하셔도 좋아요)<br><br>나는 초등학교 때 S.E.S.와 god를 꽤 좋아했다. 춤과 노래를 따라하고 버디버디 아이디를 멤버 이름을 따서 지었으니까. (팬 맞다고 해줘...) 그러다 5학년때 짝꿍이 듣던 The Calling 덕분에 팝과 밴드음악에 빠지게 됐고, 중/고등학교 때는 아빠의 영향을 받은 스미카와 비슷하게 팝을 듣거나 (에이브릴 라빈, 미셸 브랜치, 켈리 클락슨, 크랜베리스, 킨, 뮤즈, 콜플, 그린 데이, 오아시스, 트래비스...), 국내 밴드에 빠지거나 (자우림, 롤러코스터, 캐스커, 체리필터, 델리스파이스, 마이앤트메리, 언니네 이발관, 넬, 페퍼톤스...) 밴드는 아니지만 윤상, 토이, 스윗소로우도 많이 들었다. 또 친척언니의 영향으로 일본음악이나 드라마를 종종 접하는 학창시절을 보냈다.<br><br>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좋아했고 자주 들었던 것들을 적자니 줄줄이 참 많다. 기억나지 않는, 그 당시에도 마이너했던 노래들까지 생각하면 잡다하게도 좋아했다 싶은데... 사실 위에 적은 가수들 모두 너무나 유명하고 대중적인 아티스트들임에도 그때는 나만 알고 나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누군가의 말로는 언니는 '오타쿠'에 야자 튀고 음방 가는 '빠순이'인데 넌 그냥 재수 없는 애라고 했다. 그래 보였나보다. 인정한다.<br><br>평범하다고 생각하면서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스미카처럼.<br>———p.45)&nbsp;당시에는 유행하는 것들을 제 것인 양 손에 쥐고 휘두르는 그 아이들이 무서웠다. 주체성 없는 풍향계 같은 가벼움은, 언젠가 나를 혐오의 대상으로 겨냥할지 모른다는 공포와 표리일체였다.그래. 풍향계 같은 거다.최첨단 유행을 포착하는 심미안이 있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을 파악해서 그 시점의 다수파에 속해 있지 않으면 불안해할 뿐인 풍향계.&nbsp;<br>p.51)그 풍향계들은 지금 무엇에 열중하고 있을까.나는 단 한 순간이라도 그들처럼 체면도 염치도 없이 팝 음악이나 외국영화에 열광했던 적이 있었나.그저 주변 어른들이 기뻐하니까, 다른 애들이랑 달라보일 수 있으니까. 그런 이유로 해외 지향적인 나를 연기해왔을 뿐인 게 아닐까.<br>“진심으로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어서 그것을 접할 때만큼은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 하나라도 좋다. / 믿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br><br>글쎄. 덕질해 본 아이들을 지금의 나는 부러워 한다고 말하면 스미카는 뭐라고 답하려나. 유행 따라 덕질하던 아이들이 설령 유행 때문이라고 할지라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과 열정을 솔직하게 발산했다는 점에서는 돌아가 부러워하게 될 점이라고. 그 아이들이 지금 네가 보기엔 ‘뭔가 하나를 진득하게 파고드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겠지만 그건 모르는 거라고.<br><br>근본적인 문제는 스미카가(챕터 5까지의 스미카), 내가, 뭔가를 진득하게 좋아하지 못했다는 거다. 그래서 '넌 누구 좋아해? 누구 팬이야?' 라고 물으면 ‘딱히.. 그런거 없는데. 그냥 다 좋아해. 사실 잘 몰라’ 대답을 얼버무리던 모습만 남았으니까.&nbsp;<br><br>자존심이 셌던 나는 누구의 팬이라면 1부터 10까지 모두 꿰고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를 들어도 트랙 12개 가운데 마음에 안 드는 노래 2-3곡쯤은 꼭 있어서 그러면 그때부터는 자체적으로 ‘팬 탈락!’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노래 2-3곡만 좋아도 팬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많이 풀어진 것 같지만.<br><br>아, 근데 이거 책얘도 똑같은 거 아닌가?&nbsp;<br>가령 어떤 작품, &lt;인 더 메가처치&gt;가 너무 좋았다면 나는 아사이 료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나? 전작인 &lt;생식기&gt;나 &lt;정욕&gt; 등을 읽지 않았는데 (번역되어 나와 있음에도) 팬이라고 할 수 있나? ~부터 시작해서 만약 팬이라고 말해버린다면 그 책들을 읽기도 전에 좋아하는 마음부터 들어야할 것 같은 이상한 마음은 학생 때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마음이 왜 이리 어려운지!<br><br>그렇지만 나에게도 ‘팬’ 정체성에 대한 자기검열 없이 순수하게 좋아한 것이 하나 있다. 사람은 아니고, 연필이다. 2020년부터인데 지금까지 쭉 궁금해하고, 좋아하고, 모으고, 쓰고 있는 물건이다. 자칭 팬, 덕후라고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nbsp;<br><br><br><br>전에 연필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nbsp;<br>———“나는 이거 좋아해.”<br>나는 이 말이 참 어려운 애였다. 좋아하는 것을 감히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고..(아버지!)&nbsp;대부분의 경우 오히려 관심이 더 없는 척을 하며 속으로는 ‘나 왜 반대로 말하고 있지? 진짜 이거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조마조마하게 상대의 반응을 지켜보던 애. 어떤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상당히 부끄러운.<br>그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나도 모르겠고 복잡한 이야기가 될 테지만 어쨌든 지금의 나는, 누가 ‘우와, 연필 진짜 많다! 너 연필 좋아해?’ 라고 놀라 물으면 ‘응. 나 연필 좋아해.’ 라고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어쩌면 그동안 좋아했던 많은 것들보다 훨씬 더 연필에 빠져 있기 때문에 주저 없는 대답이 가능해진 것 같다고.———<br>어느 날 연필을 직구하며 해외 판매자에게 보낸 메시지도 생각난다.&nbsp;<br>———‘안녕. (...) 나는 매일 새로운 연필을 만나는 게 하루하루 삶의 기쁨이야.’&nbsp;<br>‘매일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연필을 통해 발견했어. 그것만으로 아직은 하루 더 살 만하게 돼’———<br>으으. 대략 그런 의미의 더 오그라드는 메시지를 전할 뻔 했는데 영작 실력 부족으로 ‘삶의 기쁨’ 정도로 줄여 보냈었다. 왜냐면 그 미국인 판매자가 상세 설명에 ‘팔 마음을 먹기 어려웠지만 이 연필을 꼭 만나보고 싶었던 누군가에게 필요할 것 같다’는 글을 남겨둔 사람이라서. 혹시 나만큼 연필에 대한 관계와 애정을 이해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서.<br><br>그 메시지를 담아 보낸 연필은 재고 부족으로 얻지 못했지만 판매자는 이런 답장을 보내줬었다.&nbsp;<br>———‘안녕, 친구. 연필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게 느껴져. 그리고 나 역시 너와 같아. 매일 다른 연필들은 내게 큰 즐거움이야. (…) 부디 그것을 오래 즐기길 바라.’———<br>나는 그 마지막 문장이 그날따라 ‘부디 오래 살아주기를 바라’ 이렇게 들려서 연필을 받은 것 이상으로 좋았었다.&nbsp;<br><br>그런 마음. 연필을 매개로 주고 받는 마음이 좋았던 것이 덕질을 더 기쁘게 만들어준다. 연필을 쓰면서 나 자신과도 연결될 수 있어 좋았고, 그런 점에서 아사이 료가 쓴 것처럼 덕질이라는 건 고립을 벗어나고자 하는, 연결되고자 하는 행위가 맞다. 지금도 새로운 누군가와 연결되고자 할 때 연필은 좋은 연결고리가 되어 준다.<br><br>쓰다 보니 개인적인 덕후사를 써 버려서 '뭐라는 거지..?' 싶은 후기가 되었지만...&nbsp;<br>여하튼, 좋았던 그 6년간의 덕질.&nbsp;슬프게도 지금 나에게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없다!<br><br><br><br>지금의 나는 오직 돈 생각(걱정)뿐이어서 그렇게 좋아하는 연필을 잡아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연필을 손에 쥐면 '하아- 이 덕질에 쏟은 중고차 한 대 값의 돈과... 연필 냄새로 가득찬 창고 칸...' 그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핀다.&nbsp;<br><br>손에 돈이 들어와야 당장의 불안한 마음이 가시는 날들. 단 하나의 믿음은커녕 불안함이 수시로 찾아드는 지금 이 책을 읽게 되어서 나는 아사이 료식 서사에 작은 구원을 바라고 있다. (정말로요) 나머지 분량아 어서 와서 나를 구해줘…!<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5/75/cover150/k12213082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957541</link></image></item><item><author>츠미</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무심함에 대한 청구서 - [솔 벨로 2]</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5637139/17395261</link><pubDate>Thu, 16 Jul 2026 15: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5637139/173952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494&TPaperId=173952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2/85/coveroff/k03213049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494&TPaperId=173952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솔 벨로 2</a><br/>솔 벨로 지음, 김현우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07월<br/></td></tr></table><br/><br><br>솔 벨로에 대한 작가 정보를 하나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다. <br>현대문학 세문단 신간 알림을 해두었어도 '솔 벨로'라, 모르는 작가인데 하고 넘어갈 뻔했다! 그런데 역자인 김현우 번역가님의 새 번역 작품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존 버거, 레이첼 커스크 등 '김현우 번역' 작품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br>아무런 정보 없이 가장 먼저 뒷표지에 소개된 단편 '나를 기억하게 해줄 것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첫문장이 마음에 들었다.&nbsp;<br><br>'너무 많은 일이 진행 중일 때, 견딜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일이 진행 중일 때,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너의 삶은 턴테이블처럼 빙빙 돌고만 있다고 생각해버릴 수도 있겠지. 그러다가 어느 날 네가 턴테이블로 여겼던 것, 매끄럽고 평탄하고 고르다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혼란이고, 소용돌이임을 알게 된단다.'&nbsp;<br><br>...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가 실은 자기가 어렸을 때 우연히 만난 어떤 여자랑 자볼려다가 옷 도둑맞고 ㅈ될뻔한 이야기라는 거... 그걸 아들에게 들려주는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거...&nbsp;하지만 다행히! 아주 다행히 솔 벨로는 이렇게 거칠고 저속하게 이야기를 전하지 않았고 '물려줄 재산은 많지 않지만' 유산처럼 이 이야기가 자식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담담하고 다소 자조적으로 전한다. 이걸 전해들은 아들이, 그리고 읽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 아버지를 기억하게 될 지는, 다 다를 것 같다.&nbsp;<br>(아들아 너는 책만 읽고 어수룩하게 살다가 현실에 된통 당하지 말거라)&nbsp;?? 이것도 매우 거칠고 저속한 요약이로군요...<br><br>사실 여기 나오는 책 좋아하는 아버지는 다른 단편들에도 있다. '사촌들'의 주인공인 아이자도 전문 법조인이긴 하지만 사무실에서 시베리아 지역의 민속지학 두꺼운 보고서 읽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떤 도둑질'에 나오는 네 번째 남편도 '게으르고 뻔뻔하게 무능'한 실업자인데 집안에서 당당하게 추소 읽는 남자다... (나도 일 안하고 집에서 당당하게 추소 읽고 싶어요)<br>이렇게 책을 읽는다거나 현실을 제대로 못 읽고 산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게 '현실을 살아 씹덕아' 라고 자조하는 사람들이 주로 나오는데 이들은 너무 외로운 것 같다. 외로워서 자기랑 같은 동족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자신과 닮은 누군가를 '한 쌍의 인간'이라 칭하기도 하고, 닮은 누군가를 책임지고 돕고 싶어하며 그러다 결국 나는 '동시대인이 아닌' 존재로서 현실 세계를 잘 모른(무심한) 죄로, 뒤떨어진 죄로 인한 청구서를 받아든다. 대가를 치루며 털썩...&nbsp;<br><br><br><br><br>위 문장은 '사촌들'의 문장이다. 두 번째로 읽은 단편이 바로 이건데, 나는 이 이야기가 가장 재밌었다. 재밌었다기보단 우리 일가친척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비교되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였나 읽을수록 몰입이 됐다.&nbsp;<br><br>+) 여기서 잠깐, 솔 벨로의 단편들이 분명 한 번에 후루룩 읽히는 건 아니다. (단편임에도!) 스토리를 따라가면 길이 엉키거나 길을 잃는다. 그러니까 여기선 스토리나 줄거리에 집중하면 어렵다는 거다. 처음 한번을 그렇게 읽었다가 실패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줄거리는 이제 알고 있으니(사실 단순하다) 좀더 문장 하나하나를 공들여 읽게 됐고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인물들과 고민들이 보인다. 크게 보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일텐데 인생을 살아가며 구축한(혹은 구축된) 내 정체성이 있고(주로 그들은 유대인 이민자, 시골 출신의 도시생활자-지식인, 전문가-로서 본래의 정체성을 자/타의적으로 버리고 살아가면서 실은 버리지 못한 채로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런 삶에 균열이 가는 어떤 사건이 생기고, 앞서 말했듯이 나라는 스스로의 환상에 대한 청구서를 받아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인다.<br>++) 물론 여기에서도 미국의 유대인들이 대체로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서-법률 전문가, 잡지사 임원 등- 머리에 든게 많아 (이것땜에 대화 중에 고급 배경지식이 많이 나와서 '얘네 뭔 소리 하는 거?' 하고 독자로서 소외되기 쉬움) 그렇지만 그런 지식들은 인물들이 겪는 어떤 무너짐을 막아주진 못한다^^<br><br><br>'사촌들'로 다시 돌아와서, 사촌들은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br>------어 사촌아.. 너 그 판사랑 친하지?&nbsp;(30년 전에 한두번 봤을뿐;) 내 동생 이번에 들어가면 진짜..하.. 니가 편지좀 잘 써서 형기 좀 줄여줄 수 있을까? (난감;… 그래 사촌 부모님들이 이민자인 우리 가족을 잘 봐주셨었지…)&nbsp;<br>------어어 사촌아.. 접땐 고마워.. 동생이 좀더 좋은 깜빵으로 갈 수 있을까? 한번만 더 힘써줘 (하아... 흠 그래 그녀석 날 별볼일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었지. 한번 더 나의 힘을 보여줄까…)<br><br>그리하여 ‘판사님께’로 시작하는 편지 쓰기의 기술… 이 아니라 왜 법조인인 자신이 사촌을 위해 탄원서를 쓰게 되는지, 그 일을 시작으로 다른 사촌들과도 연결되어 옛 기억을 저버리지 못하고 도움을 주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br>가족, 혈연이란 무엇인가? 미국에 이민온 유대인 가족은 단순한 친척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사회로서 그들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짐이 된다. (한국의 가족과 크게 다를바 없는 것 같음) 특히 가족 중에서 잘 나간다고 여겨지는 누군가는 짐을 더 크게 지게 된다. 사실 우리집만 해도 잘 나가는 게 아니라 나머지 가족들이 못 나가는 건데 모두 한 사람에게 의지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랐던... 그런 과거의 번잡한 일들을 떠올리자니 '사촌들'에 매우 공감이 되는 것이다.&nbsp;<br>읽으면서 내내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자니, 혼잣말로 '울타리는 보호막이자 한계가 될 수 있다'고 되뇌고 있다. 여기서도 울타리를 넘어 가족들과 연 다 끊고 혼자서 살아가는 사촌이 있는 반면 나는 어릴적 가족에 대한 작은 기억(순수한, 더럽혀지지 않은, 계산적이지 않은)들을 놓지 못하고 먼 친척을 도우려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 사촌은 옛 기억 속의 그가 아니다. 난 누굴 도우려고 한 것인가? 내 기억을 위해?&nbsp;<br>‘내가 편지를 쓴 건 그 친척들이 내 기억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br>내가 만약 이런 부탁을 받는다면, 아니, 가까운 예를 들어 내가 그 직업이라고 해서 가족으로부터 부담받은 여러 일들을 생각해보면 머리가 지끈해지면서도 마음이 짠해진다. 아주 애환이 담긴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br><br><br>-__- &nbsp;다음으로 넘어가자.<br>다음으로 '어떤 도둑질'을 얘기하고 싶다.&nbsp;그나마 단편들 중에 가장 후루룩 읽은 작품이다.&nbsp;<br>네 번 결혼했고 현재 무능한 남편과 살며 패션계 편집자로서 성공한 클라라의 이야기. 클라라에게는 네 번의 결혼보다 소중한,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한 이상적인 전남친 이시얼이 있고 그와는 결혼이 무산된 후로도 지금까지 연락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는 클라라가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대상이다. 그런 그가 준 에메랄드 반지가 도둑맞았다. 집안에서.&nbsp;<br>전편에 그려진 여성 인물들처럼 여기 나오는 클라라도 큰 체격에 강인한 기운을 가진 여성으로 그려진다. (아마 작가가 보아온 개척시대 이민자 여성의 이미지인 것 같다) 시골 출신이지만, 시골 출신임이 숨겨지지 않지만 그래도 그녀는 ‘뉴욕 여성’이고 그녀 스스로도 합리적이고 냉철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 반지를 도둑맞고 정신적으로 무너진 티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은 집안의 가정교사인 외국인 여학생을 다그치고 내쫓는 상황을 만듦으로서 본인 스스로 혼란스러워한다.&nbsp;‘반지가 뭐라고…’&nbsp;<br>그래, 그 반지가 뭐라고, 에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하는 것 같다. 없으면 죽을 것 같았던 그 반지가 두 번이나 없어졌었고 두 번이나 다시 돌아왔다. 두 번째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녀는 무너진다. 한번 죽는다고 표현해야할까?&nbsp;클라라가 진짜 잃어버린 건 뭘까. 거기부터 새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만들어서 잇고 싶은데 지금은 공력이 딸린다. 한 10년후라면 클라라와 '위 꼬넥띵' 될 수 있을 것 같다...&nbsp;<br><br>나머지 단편들에도-벨라로사 커넥션 특히... (나만 무슨 얘긴지 못 알아들음?) 같은 묘사가 더러 있지만 적당히 모른채 봐도 괜찮은 이야기들이었다. 두 번 세 번 읽게 되는 이야기. 낯설어서 다시 읽는 게 아니라 한번 읽고서도 다시 한번 되돌아가 읽어보게 되는 이야기들이었고 한 열 살 쯤 더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br><br><br>*현대문학 서평단으로 감사히 읽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2/85/cover150/k03213049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28562</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