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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슬프고도 재밌는 이야기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가 남긴 짧은 한마디. 마음이 슬프기도 했지만, 우정을 보며 즐겁기도 했다는 아이는 얼른 읽어보라며 내게 추천해 주었다.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된 호야는 매일 재활병원에서 걷는 연습을 하지만, 하루하루가 따분하기만 하다. 이름이 제갈호인 그는 ‘가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날 새로 생긴 도서관에서 포스트잇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생긴다. 그는 그 친구를 ‘세로’라고 부르기로 한다. 서로의 이름에서 따온 별명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처음엔 단순히 걷지 못하는 아이와 평범한 아이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문장을 읽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며칠간 마음을 추스려야 했다. 어릴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아이들, 곁에서 간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꾹 참고 끝까지 읽었는데, 읽는 내내 나는 가로이기도 하고 세로이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는, 과거의 나와 함께했던 모든 이들이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기를, 그러지 못한 이들도 평안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입원한 아이들에게 병원 생활은 무척 무기력하다.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언제 나을지 알 수 없는 채로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야 한다. 가로와 세로에게 서로의 존재는 그런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었을 것이다. 서로를 응원하고, 포스트잇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소소한 재미를 찾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나 역시 병원 중정을 돌거나, 복도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하루를 견디곤 했다. 아이들은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면서도 스스로 놀이를 찾아낸다. 네모난 천장을 칸칸이 나누어 보며 상상의 놀이를 만들고, 사소한 것에서도 재미를 발견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놀이를 찾는 능력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세로는 길가에 죽어가던 지렁이들에게 일일이 흙을 덮어준다. 그냥 두면 죽을지도,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가로와 세로도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을 것이다. 꼭 완전히 나아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하루를 잘 견디고,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이 일을, 세상의 모든 이들이 잘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와 함께했던 이들이 지금은 모두 건강하기를, 혹여 그러지 못한 이들도 평안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언제나 응원의 마음으로. 그리고 세상의 모든 가로와 세로가 “살아가는 것,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 을 잘 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