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뽕남 할머니의 엉뚱한 일기 맑은 도서관 5
윤정 지음, 유영근 그림 / 내일도맑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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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자신을 돌봐준 기억은 대부분 따스하다. 특히나 내리사랑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은 더 따뜻한 법이다. 맞춤법을 많이 틀리시는 할머니와 게임이 제일 재밌는 손주의 이야기들은 내내 피식피식 웃음이 피어오르게 한다.

우진이는 다친 엄마를 대신해서 매일 2시간씩 무릎 수술을 하신 할머니를 돌보게 되었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내내 침대에 계시니 하실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었고, 뜨게질 이외에는 별다른게 없던 할머니가 우진이와 받아쓰기를 시작한다. 어린 손주가 받아쓰기 문제를 내는 것도 귀엽고, 그런 와중에 어떻게든 맞으려고 손 닿는 모든 곳에 받아쓰기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할머니도 귀엽다. 게임만 바라보며 할머니는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우진이가 막상 실수하시거나 아프신 할머니를 위해 하는 행동들은 사려깊고 따스했다. 비록 말투는 툴툴거렸지만, 할머니가 불편하실까봐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으로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 우진이의 모습이 츤데레 같기도 하고 조금 더 다정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이 있다. 원치 않아도 해야하는 것들도 있고 마음 먹은대로 잘 되지 않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해내며 나아가는 것은 어쩌면 결과적으로 자신을 더 돌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툴툴대면서도 할머니를 살피고, 무심한 듯 다정하게 변해가는 우진이의 모습은 현실 속 한 아이처럼 생생하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박뽕남 할머니의 엉뚱한 일기』는 웃기고 엉뚱한 이야기 속에,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쓰고 마음을 쓰는 일이 얼마나 정성스러운 것인지, 그리고 그런 정성은 결국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전한다.

꼭 정답일 필요는 없다.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고, 마음 표현이 서툴러도 괜찮다.
진심이 있다면, 그 마음은 언젠가 꼭 닿는다.
이 책은 그 소중한 사실을, 할머니와 손주의 사랑스러운 일상 속에서 잔잔히 보여준다.
책장을 덮고 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고, 문득 내 곁의 누군가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고 싶어진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 깊은 곳에 따스함을 남기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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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쌓기 공식 사계절 그림책
정승 지음 / 사계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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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을 쌓으려면 산으로 가면 안 되고, 바다에 가야 하고, 바다에 가려면 여름이 되어야 하고…”
이야기는 이렇게, 하나의 생각이 다음 생각으로 이어지며 시작된다. 마치 아이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조심스레 따라가는 기분이다. 엉뚱하고 귀엽지만 나름의 논리로 촘촘히 연결된 『모래성 쌓기 공식』은 아이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창처럼 느껴진다.

이 동화책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따뜻함을 품고 있다.
조금만 눈을 감고 상상해 보면, 금세 바닷가에 도착해 있다. 바다 냄새, 파도 소리, 따뜻한 햇살이 마음에 스며들고, 어느새 아이와 함께 커다란 모래성을 쌓는 모습이 떠오른다.
모래성을 한아름 쌓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지고, 이야기 속 여름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림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복잡하지 않지만 따스하고, 은은하면서도 마음에 또렷하게 남는다. 어른이 보기에도 충분히 감각적이고, 아이에게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듯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덮고 나서 아이에게 “너는 어떻게 하면 모래성을 쌓을 수 있을까?” 하고 물어보면, 생각지도 못한 상상력과 기발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놀이가 되어, 부모와 아이 사이의 따뜻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온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어느 날,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서로의 ‘모래성 쌓기 공식’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작은 동화 속에는 여름의 설렘과 아이의 상상력,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의 따뜻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재미있고 유쾌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포근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모래성 쌓기 공식』은 그렇게 조용히, 오래도록 곁에 머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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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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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어쩌면 친한 친구에게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받은 느낌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 속 사계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리고다’와 ‘수풀집’에 함께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에필로그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주시니, 정말 마음이 통한 것만 같았다.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나도 우리 집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진다. 늘 함께하고 있는 공간에 애정을 담아 따뜻하게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처럼 하루하루가 아깝고 소중한 계절에는 특히 더 그렇다.
맑고 선선한 바람이 살랑이고,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앉고, 어디를 봐도 온통 꽃들로 가득한 풍경에 절로 마음이 설렌다.
책에서 우리나라 꽃의 60%가 이 계절에 핀다는 이야기를 읽고는 ‘그래서 봄이 이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히 하얀 꽃들에 관한 부분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하얀색이라는 공통점 속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꽃들.
예전에 도서관에서 꽃 도감을 펼쳐들고, 서로 닮은 듯 다른 하얀 꽃들을 열 종 넘게 찾아보며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을 들고 다시 산책을 나가서 꽃들을 마주한다면, 작가님들은 어떻게 구분하실까 괜히 궁금해지기도 한다.

자연 속 사계절도 좋았지만, 두 작가님이 서울에서 만나 나누는 이야기들도 무척 따뜻하게 다가왔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분의 마음이 책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 변화마저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어릴 적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전하던 추억도 불쑥 떠올랐다.
서로 다른 곳에 살면서 각자의 삶을 나누는 것, 그 자체로도 얼마나 깊고 다정한 일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계절을 건너고 친구가 되는 경험을 선물해준다.
언젠가 두 작가님이 또 한 번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 준다면,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마음으로 반가이 책을 펼칠 것 같다.
곁에 두고 오래오래 읽고 싶은, 다정한 친구의 편지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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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인간 이시후 창비아동문고 342
윤영주 지음, 김상욱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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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것이다. 미래에는 의학이 더 발전해 지금은 고치지 못하는 병도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냉동인간 이시후』는 바로 그런 희망을 품고 냉동보존을 선택한 한 소년과, 그를 기다리는 가족의 이야기다. 그리고 40년 뒤 해동된 시후가 마주하는 낯선 현실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읽는 내내 마음 깊은 곳이 울컥거렸다.

40년 뒤, 치료 후 해동된 시후는 냉동보존 회사 ‘프로즌’에서 환대를 받으며 일주일 동안 미래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구, 사람들은 이제 1지구에서 66지구까지 돔 안에서 살아간다. 식사는 알약이나 곤충으로 대신하고,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 있다.

하지만 시후가 적응하기 가장 힘든 것은 낯선 환경이 아니라 냉동인간을 향한 차가운 시선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도, 새로 다니게 된 학교도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간절히 만나고 싶었던 이들과의 재회는 생각만큼 따뜻하지 않다.

가족은 늘 모든 걸 알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 말없이 애쓰고 희생하지만, 마음을 나누지 않으면 그 사랑이 전해지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후는 알게 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족이 얼마나 애썼는지, 높은 보존비에 시달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해준 그 마음이 얼마나 깊고 단단했는지를.
사랑은 때로 보이지 않아도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가족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고 단단한 유산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냉동인간이라는 독특한 설정이지만, 이 이야기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특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지금 살아가며 마주하는 고민과 감정을 담고 있어 더 깊게 다가온다.
시후가 앞으로는 더 자주 가족과 마음을 나누고, 자기 자리를 잘 찾아가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역시,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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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게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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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한테 와 줘서 고마워.”
이 한 줄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안녕달 작가의 10주년 기념 그림책 『별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한 감정과 고마운 마음이 잔잔하게 번지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불이 켜지는 기분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아이는 길에 떨어진 ‘별’을 집으로 데려온다. 별을 잘 키우는 방법은 달빛을 잘 쬐어주고, 산책을 시키고, 정성껏 돌보는 것. 그렇게 아이는 별을 정성껏 보살피고, 별은 점점 자라 달처럼 커진다. 결국 하늘로 돌아갈 만큼 빛나는 존재가 되어 간다.

바닷가에 별이 떨어졌다는 설정과 아이가 별을 집으로 데려오는 장면에서는 학교 앞 병아리 아저씨가 떠오르기도 했고, 야광별이나 반려동물을 떠올리게도 했다. 누군가를 돌보고, 함께 성장하고, 이별을 맞이하는 이 모든 과정이 우리 삶과 꼭 닮아 있다.

아이와 별은 함께 자라지만, 어느 순간 아이는 별을 두고 집을 떠나고, 별은 엄마가 이어서 돌본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다시 돌아와 엄마와 함께 별을 떠나보낸다.
그 순간, 마음이 찡해졌다. 왜 눈물이 핑 도는 걸까.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기억 때문인지, 곁에서 자라나는 내 아이 때문인지, 아니면 부모님 곁을 떠나 살고 있는 내 모습 때문인지 모르겠다.

만남과 성장, 이별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마음 한가득 포근함과 아련함이 머물렀다. “저기서도 반짝반짝하네.” 이 한마디는 이별은 끝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빛나는 삶이 있다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우리 집의 작은 여름별도 언젠가는 온 집안을 환히 비출 만큼 자라나 내 곁을 떠나겠지. 그때가 오면 쓸쓸하겠지만, 그 별이 어디서든 반짝이며 살아가길 나 역시 기도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별들에게,
지금처럼 반짝이며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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