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읽었는데 여운이 오래 가서 두 번 읽었다. 두껍지 않지만 무게감 있는 책. 해언의 죽음으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삶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열린 결말이 잘 어울린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도 남은 이들의 삶에 정해진 결말은 없을 것이므로. 복수에 성공해도, 그 복수가 아무리 통쾌하고 악을 확실하게 징벌했을지라도, 또 다시 삶은 이어진다.
나는 이런 삶을 원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살고 있으니, 이 삶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내가 이 삶을 원한 적은 없지만 그러나, 선택한 적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p.35)
아, 그리고 좋아진 점은 예전에는 ‘아, 오늘의 나는 좀 마음에 든다‘ 이런 식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아, 오늘의 나는 좀 싫다‘ 이렇게 생각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러면 평소의 저는 괜찮았다는 거잖아요. 많은 발전이라고 생각했어요. (p.192)
그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면 나를 찔러가면서 버틸 게 아니라, 누군가한테 나 힘들다, 나 여기서 쉬어가겠다. 돌아서 가겠다‘라고 말하는 용기를 내보셨으면 좋겠어요.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