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하우스의 비극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8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등장한 헤이스팅스가 반갑다. 그의 허당끼는 여전해서 푸아로에게 타박을 받기도 하고, 둘 사이의 만담같은 대화도 즐겁다.


 스토리도 긴장감 있게 흘러가서 300페이지 안 되는 분량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이다. 지속되는 살해 시도와 결국 일어나는 살인, 새롭게 드러나는 범죄동기 등이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진다.

 반전도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라 신선하다. 범인이 악한 자이긴 하지만 타고난 악인이라기 보다는 어릴 때 평범한 가정에서 케어 받고 자랐으면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결국 법의 심판을 피해 스스로 도피하도록 놔둔 푸아로도 마지막 자비를 베푼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적으로 안락의자 탐정과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두 요소가 모두 들어있는 이 책은 이상하게도 읽을 때마다 재미있다. 마치 어릴 때 수련회 가서 친구들과 이불 덮어 쓰고 돌아가면서 무서운 이야기 하던 때가 생각난다.


 단편선 아닌 단편선인 이 책은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만큼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 몇몇 인물들은 다른 마플 양 시리즈에서도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하다. 캐릭터 장인인 애거서 크리스티답게 그 많은 인물들이 하나같이 개성적이라는 점(약간의 스테레오 타입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도 흥미롭다. 푼수끼 있는 돌리 밴트리나 보수적이지만 아내한테는 꼼짝 못하는 밴트리 대령, 백치미 충만한 제인 헬리어,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퇴직경찰 헨리 클리서링 경 등...

 열 세 가지 수수께끼들도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사건들이고 트릭이 신선한 것들도 있어 그 자체로도 재미있다. 여기에 전지적 시점이 아니라 화자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라서 그런지 이야기 듣는 느낌이라 몰입도 더 잘 된다. 꼬꼬무나 용감한 형사들 보는 기분이랄까... 겨울 밤 방바닥 따뜻하게 난방 돌려놓고 이불 속에 들어가 귤 까먹으면서 보면 딱 좋은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리엔트 특급 살인 -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원작 소설, 공식 출판작,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워낙 유명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여러 번 영상화된 작품.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이 자신의 10대 작품으로 뽑기도 했다.


 고립된 상황에서 범인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주는 긴장감과 승객들 모두 그럴듯한 알리바이가 있어 누가 범인인지 추측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소설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암스트롱 사건이 전혀 관계 없어보이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나, 이 사실을 알아내는 푸아로의 추리과정도 흥미진진하다.

 트릭 자체도 신선하지만, 피해자가 악인이고 가해자들은 그를 단죄한 선인들이라는 반전이 선과 악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름속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3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로즈드 서클인데 등장인물간의 연관성이 약하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작품. 몇몇 인물은 후반부에 사망자와의 관계가 드러나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비행기의 승객이라는 설정은 우연성이 강하게 여겨진다. 사실 이런 설정은 '나일강의 죽음'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래도 '나일강의 죽음'은 리넷 리지웨이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어느 정도 관계가 있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등장인물들이 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망자와의 관계 있는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고, 사망자가 사채업자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범인은 채무자일 것으로 보인다. 푸아로도 각 승객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사망자와의 관계를 알아내려 한다. 하지만 정작 승객 중 단 한 명만이 사망자와 채무관계가 있는데 그 사람은 범죄를 저지를 수 없었다. 이렇게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나 했으나... 결론적으로 범죄가 금전적 동기때문이긴 했지만 채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여기에 사망자 밑에 떨어져 있던 대통도 작품 내내 모든 이의 이목을 끈다. 푸르니에가 대통의 함정을 알아내 지로의 복수(?)를 하나 싶었으나... 역시나 프랑스 경찰은 푸아로를 이길 수 없다.

 밝혀진 사건의 진실은 독자로서는 약간 배신감이 든다. 서술 트릭까진 아니지만 뭔가 속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반전은 반전인데 시원하지가 않은?

 그리고 사망자의 딸은 자신의 어머니가 누군지 알면서도 왜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는지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범죄를 성립시키기 위한 작위적 설정이랄까... 작중에서 사망자의 딸이 작품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하더니 갑자기 퇴장하는데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장치로만 쓰인 것 같아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완전판) - 파커 파인 사건집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커 파인처럼 추리소설계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도 없을 것 같다. 35년간 정부에서 통계 자료를 수집하던 그가 행복 상담사로 나선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행복하게 해줄테니 상담하러 오라고 하니 독자인 나도 혹한다.

 그런데 이 행복을 찾아주는 일이라는 게 범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시라노 연애 조작단도 아니고 행복 조작단이 따로 없다. 독자 입장에선 트루먼 쇼 보는 기분인데 등장인물들은 결론적으로는 (대부분) 행복해 지긴 한다!

 에피소드별로 등장인물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가정 내 불화가 가장 흔하고, 해결하기 쉽다. 클로드 루트렐과 마들렌 드 사라 두 사람의 훌륭한 미인계면 보통은 해결된다.


 가끔씩 까다로운 문제는 아리아드네 올리버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녀가 작성한 플롯에 따라 모험을 겪은 의뢰인들은 행복감과 만족감으로 가득 차서 일상으로 돌아간다.


 후반부로 가면 살인, 절도 등의 범죄가 나오면서 파커 파인의 추리력이 좀 더 돋보인다. 다만 단편이다보니 정치한 논리게임이라기 보다는 추측에 기반한 추리가 대부분이긴 하다.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는 '부유한 미망인'.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황당하지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는 점에서 여운이 남는다.


 지금 행복하세요? 라고 물으면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파커 파인에 따르면 '사실 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은 몇 안 되고, 실제로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안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한다.


 행복이 뭔지,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사실 이런 고민 자체를 점점 잘 안 하게 된다. 이유를 알아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차 행복의 역치가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말초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씩 나는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데 사회(라고 읽고 회사라고 읽는다)가 나를 이렇게 불평불만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한탄도 해본다. 만약 내가 파커 파인을 찾아간다면 그는 내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줬을지 궁금해 진다. 하지만 현실에는 그런 사람이 없으니 결국 나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