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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완전판) - 파커 파인 사건집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파커 파인처럼 추리소설계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도 없을 것 같다. 35년간 정부에서 통계 자료를 수집하던 그가 행복 상담사로 나선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행복하게 해줄테니 상담하러 오라고 하니 독자인 나도 혹한다.
그런데 이 행복을 찾아주는 일이라는 게 범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시라노 연애 조작단도 아니고 행복 조작단이 따로 없다. 독자 입장에선 트루먼 쇼 보는 기분인데 등장인물들은 결론적으로는 (대부분) 행복해 지긴 한다!
에피소드별로 등장인물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가정 내 불화가 가장 흔하고, 해결하기 쉽다. 클로드 루트렐과 마들렌 드 사라 두 사람의 훌륭한 미인계면 보통은 해결된다.
가끔씩 까다로운 문제는 아리아드네 올리버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녀가 작성한 플롯에 따라 모험을 겪은 의뢰인들은 행복감과 만족감으로 가득 차서 일상으로 돌아간다.
후반부로 가면 살인, 절도 등의 범죄가 나오면서 파커 파인의 추리력이 좀 더 돋보인다. 다만 단편이다보니 정치한 논리게임이라기 보다는 추측에 기반한 추리가 대부분이긴 하다.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는 '부유한 미망인'.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황당하지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는 점에서 여운이 남는다.
지금 행복하세요? 라고 물으면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파커 파인에 따르면 '사실 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은 몇 안 되고, 실제로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안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한다.
행복이 뭔지,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사실 이런 고민 자체를 점점 잘 안 하게 된다. 이유를 알아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차 행복의 역치가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말초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씩 나는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데 사회(라고 읽고 회사라고 읽는다)가 나를 이렇게 불평불만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한탄도 해본다. 만약 내가 파커 파인을 찾아간다면 그는 내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줬을지 궁금해 진다. 하지만 현실에는 그런 사람이 없으니 결국 나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