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 우리가 동물에 대해 알아야 할 진실
위고 클레망 지음, 박찬규 옮김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는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건이나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는 사건들이 심심찮게 일어나 사람들의 공분을 사곤 한다. 멀리 아프리카의 밀렵꾼이나, 아마존의 채벌꾼들에 의해 동물들이 무차별 학살 당하고 생태계까지 무너진다는 기사도 종종 나온다.


 우리는 동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같은 인간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모르는 점이 한가득인데, 동물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더 없지 않을까? 동물들의 사고 능력이나 의사소통 방식, 그들의 사회에 대해 우리는 일부만 알 뿐, 미지의 영역이 더 크다.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동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을 잡아주고, 동물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래서 제목도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이다. 토끼가 당근을 안 먹어...? 책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토끼가 당근을 먹는다고 믿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그 이유란 게 전혀 토끼와 관계가 없다는 점이 웃플 따름이다.


 저자는 여러 사람들을 인텨뷰하고, 본인 스스로도 현장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경험담과 자신의 경험담을 적절히 들려주는데, 돌고래 캐시 이야기가 정말 마음 아팠다. 자유롭게 바다를 헤엄쳐야 할 돌고래가 좁은 수족관에 갇혀서 쇼에 동원되고, 결국 스스로 선택한 길이 죽음이라니... 죽어서야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걸 캐시도 알았던걸까?


 사실 공장형 축산, 동물쇼, 동물 서식지 파괴 등은 익숙한 내용이었지만 사냥은 처음 보는 이야기라 놀라웠다. 한국에서 사냥이 매우 제한적인 반면,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사냥이 고급 아웃도어 스포츠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규모가 크고,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줄은 몰랐다. 사실 축산이나 동물쇼는 먹을 것을 얻는다거나 경제적 이득을 창출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지, 사냥은 그저 유흥을 위해 동물을 죽이는건데... 그걸 재밋거리라고 즐긴다고 하니 소름이 끼쳤다. 


 개인적으로 비건은 아니지만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지고 있고최대한 동물복지 식품을 사려고 노력한다. 동물원, 아쿠아리움도 어릴 때 이후로는 가지 않고, 동물쇼도 안 본다. 사실 이러한 선택들은 동물을 보호하는 취지도 있지만 나 자신의 효용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육류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고, 동물원, 아쿠아리움, 동물쇼는 굳이 비싼 돈 주고 볼만큼 재미있는지도 모르겠고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만 불편하고... 솔직히 나 하나 노력한다고 뭐가 바뀔까? 라는 생각도 항상 한 켠에 있었다. 저자 또한 이 부분을 지적한다. 그래도 계속 하라고, 행동이 중요하다고. 개인 차원에서 행동하고, 더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 집단으로 뭉쳐서 행동하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은 지구를 마치 자기 것인 마냥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그로 인한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집 근처 천변을 산책하다 보면 가끔씩 어미 오리와 새끼 오리들이 평화롭게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집 뒤에 야트막한 산을 올라가다 운이 좋으면 다람쥐를 볼 수 있다. 모두 기분 좋은 순간들이다. 이 깜짝 선물 같은 순간을 계속 누릴 수 있기를, 나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도.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고생물학자 파스칼 피크는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했다. "인간만이 생각하는 동물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존재다" - P23

킁킁이 피난처에 구조되어 온 닭들은 모두 ‘삶‘의 상처를 안고 그곳에 왔다. "모두 다르에 염증이 있어요. 최선을 다해 돌보고 매일 보살펴도 오래 살 수는 없습니다. 모두 일찍 죽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으니까요" - P59

숲속에서는 보호종이든 아니든 차이가 없습니다. 한 마리의 동물을 풀어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방아쇠를 한 번 당기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 버리죠 - P141

거대한 생명사슬의 작은 고리 중 하나일 뿐인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 소설가 로맹 가리는 말했다. "요로지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서 인간이 설 자리는 없다." 우리에게는 다른 동물들이 필요하다. 그들의 관심사는 곧 우리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 P1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들은 왜 내 말을 안 들을까? - 20년 경력 상담심리사가 실전에서 써먹는 듣는 기술, 말하는 기술
도하타 가이토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끄럽지만 나는 말이 많은 편이다. 말로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이라고나 할까. 자기 주장도 세고, 침묵도 잘 견디지 못한다. 어릴 때는 지적 허영심에 차서 아는 척도 많이 했었다. 누군가는 나를 밥맛없다 생각했겠지만 운 좋게도 내게 말을 재밌게 하고, 참 시원시원하다고 해주는 좋은 사람이 주변에 더  많았다. 그래서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던 내가 이 사실을 깨달았던 것은 나와 같은 사람과 대화할 때였다. 한 가지 더 깨달은 점은? 와, 타인의 말을 듣는다는 거 생각보다 엄청 피곤한 행위였구나!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말수가 좀 줄었다. 상사나 동료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굳이 내가 내 의견이나 감정 등을 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다쟁이 기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가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대나무 숲(보통은 친한 친구나 가족)을 찾기도 했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는 이조차도 피곤하고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힘들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내가 회사에서 왜 이런 상황에 놓인건지, 내 상사는 어떤 사람인지, 우리 팀 분위기가 어떤지 등등 회사 외부인이라면 알 수 없는 이런 배경 설명을 하기가 힘에 부쳤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내 편 들어줘라 하기에는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하는 것 같고. 그렇게 나는 입을 다물고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스로의 상처를 핥고 달래면서, 한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다른 사람의 힘든 이야기가 듣기 싫어졌다. 나도 힘든데, 타인의 힘듦까지 들어주고 보듬어줄 여유는 없었다. 사람들이 차 한 잔 하자고 해도 바쁘다며 안 가고, 동기들이 저녁이나 먹으며 스트레스 풀자는 소리도 듣기 싫었다. 어차피 가봤자 끝도 없는 불행 퍼레이드만 들어야 할건데, 내가 왜? 그렇게 스스로 고립시키고 역시 인생은 각자도생이지! 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내게 저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제목인 '사람들은 왜 내 말을 안 들을까?'와 달리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싶은 것이 내 고통의 원인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들을 여유가 없는 사람이 듣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잘 듣기 위한 방법으로 일단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 먼저 털어놓고, 자신이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고 조언을 할 정도다. 누구에게나 듣기 총량은 정해져 있어, 내 안의 소리를 듣다 보면 남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원리라고나 할까.


 이 책은 단순히 듣기나 말하기에 대한 스킬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듣기와 말하기라는 행동을 빌어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의 중요성, 더 나아가 연대의 회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는 인트로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병폐 대부분이 듣지 않는 것에서 일어난다고 꼬집으며, 듣기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듣지 않게 된 것일까? 책은 이 지점에서 시작해서 우리가 다시 듣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짚어보고, 마지막에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한 듣기와 말하기(저자는 '들려주기'라고 표현한다) 스킬까지 제시한다. 이 스킬들은 사실 너무나 간단하고 엉뚱해 보여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오히려 딱딱한 스킬들에 비해서 실제 따라해보기에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킬을 제외한 각 장은 저자가 쓴 '사회계평'이라는 평론과 그에 대한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상담심리사라서 그런가, 담담하고 진솔한 저자의 글에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있었다. 전문용어도 거의 나오지 않고 평이하고 쉽게 쓰여 막힘 없이 읽힌다. 저자가 쓴 평론은 작금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지만 해설에서는 저자가 지닌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 듣기의 회복을 통해 사회에 온기가 돌기 바라는 소망이 엿보인다.


 제목만 보고 소통의 기술을 다룬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기분 좋게 놀랐다.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지 저자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책 읽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청자로서, 화자로서, 그리고 소통을 지켜보는 제삼자로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알게 되었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자, 여기서부터 시작합시다. 당신이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것은 누군가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입니다. 마음이 쫓기고 위태로울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 ‘듣기‘는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때‘ 가능합니다. - P17

결핍은 바꿀 수 없더라도 거기에 있는 고독과 마주할 수는 있습니다. 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걸, 듣습니다. 이게 바로 관계가 점차 악화할 때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듣기‘는 "미안해요, 내가 잘 몰랐어요"라고 말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P47

그건 실패했을 때 자기책임을 묻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다. 희박해진 유대 관계란 무슨 일이 생기면 폭력적으로 내팽겨쳐지는 관계에 불과하다. - P53

옳은 일을 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고, 결단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할 때뿐입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반응하기 벅찹니다. 그러므로 궁지에 몰렸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언행을 하게 되는 겁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강한 의지가 아니라, 진단서를 써줄 의사입니다. - P117

모두가 염려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도 그 염려에 의지할 수 있다. 이게 마음 회복의 핵심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가 들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도 나의 이야기를 누가 듣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때 마음은 회복되어 간다. 여기에 ‘듣기‘의 힘이 있습니다. - P1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판사란 무엇이며, 판결이란 무엇인가
손호영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를 받아들이는 당사자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를 신뢰할 때 비로소 판사와 판결에 정당성이 생기고, 그에 힘이 실린다. 따라서 AI 판사를 도입할지 말지를 결정짓는 것은 ‘AI 기술의 발전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의 판단을 신뢰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이다. - P11

가진 권한의 한계를 거듭 살펴보고 내 판단이 잘못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그러니까 말뚝을 항상 돌아보는 것, 혹시나 새끼줄이 풀린 것은 아닐까 살펴보는 것.  - P23

‘이것은 정의인가?‘와 같은 구체적 질문에 실질적인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때 내가 얻어낸 답이 ‘법‘이라는 뿌리에 단단히 서 있길 바라는 동시에, 그 답이 ‘시대적 요청‘이라는 말 뒤에 숨기를 바라지 않는다. - P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작년, 작년 무역 관련 업무를 하면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많이 봤다. 전쟁, 파업 등등 각종 외생 변수로 인해 각종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또 원자재가 원활하게 수급되지 않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여파로 이어지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에드 콘웨이의 '물질의 세계'를 읽는 내내 그때 생각이 났다. 하나의 물건이 내게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원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칠까. 평소에는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구할 수 있는 물건(물질이건 비물질이건)들이 공급망에 단 하나의 균열만 발생해도 희귀해질 수 있다. 그러면 이 공급망의 밑바닥에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들은 무엇일까?
 에드 콘웨이는 고대에서부터 현대 문명을 아울러 정말 기초적이고 중요한 물질 중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6가지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그 물질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고 앞으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샘플북을 통해 1부 모래를 읽었는데, 이 파트는 모래로 만들 수 있는 유리, 콘크리트, 반도체 3가지 물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역사, 과학, 지질학, 지정학 등 다양한 학문을 바탕으로 모래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인류가 모래를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인간 승리의 역사이면서, 파괴의 역사, 어쩌면 예정된 패배의 역사를 보여준다. 사실 6가지 물질 모두 무한하지 않고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각종 환경 이슈를 야기한다. 그리고 해당 물질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화되기도 한다. 환경 친화적 공법을 개발하거나 대체품을 만들려는 노력도 있지만 정말로 물질주의적인 사고, '경제성'이라는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부 모래가 유리, 콘크리트, 반도체가 되어 나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여정만으로도 정말 흥미롭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은 내게 또 어떤 여행길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일부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실리콘 칩은 모래알이 아니라 주먹 크기의 돌 상태로 생애를 시작하는데, 채석장에서 석영암을 캐내는 사람들 중 누구도 그 돌의 최종 목적지를 알지 못했다. - P23

물질 세계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아이디어가 구체적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P25

모로코와 사하라 서부 일대의 기다란 해안 지역이 모래를 준설하는 바람에 사라졌다. 여기서 나온 모래는 유럽과 카나리아 제도로 운반되어 관광 명소로 유명한 해변의 모래를 보충하는 데 사용됐다. 유럽 해변들이 실제로는 수입 모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당신은 크게 놀랄지도 모르겠다. - P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뮤스가의 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왕수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거서 크리스티의 중편선으로 뮤스 가의 살인, 미궁에 빠진 절도, 거울 속의 살인, 로도스의 삼각형 4편이 수록되어 있다. 치밀한 퍼즐형 추리소설이거나 섬세한 심리 스릴러는 아니지만 4편 모두 뻔해 보이는 사건을 한번씩 비틀어 반전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게 바로 이 중편들의 묘미이다.

뮤스 가의 살인 : 명망있는 남자와 결혼 예정인 여자, 그리고 그 여자의 과거를 아는 남자... 뻔하디 뻔해 보이는 이 통속극의 결말은? 친구의 우정이 눈물겹고, 복수를 위한 행동력과 빠른 판단력은 감탄만 나온다.

미궁에 빠진 절도 : 사건 자체만 보면 셜록 홈즈의 브루스파팅턴 호 설계도가 생각나고, 배경을 보면 침니스의 비밀이 떠오른다. 스파이로 의심되는 매력적인 여인과 사라진 설계도라니.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스파이물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스파이물이기 보다는 추리소설에 가깝다.

거울 속의 살인 : 전형적인 애거서 크리스티 식 소설. 부유한 가문, 시골의 대저택, 가족 친지들에 비서 등등. 여기까지만 봐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푸아로의 크리스마스 등 여러 작품들이 떠오른다. 중편임에도 장편 못지 않게 탄탄한 작품. 독특한 캐릭터에, 촘촘한 트릭, 납득 가능한 동기까지. 푸아로 또한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사건을 해결해 내는 예의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로도스의 삼각형 : 한 여자와 그녀의 남편, 다른 남자(심지어 유부남...!) 간의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당연히 남편은 다른 남자에게 적개심을 내보이고, 다른 남자의 아내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전전긍긍한다. 두 부부를 둘러싼 기묘한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점점 긴장이 고조되던 중, 여자가 독살되는데... 4명의 중심인물과 삼각관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크리스티의 장편 '백주의 악마'와 비슷한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