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마다 사나운 검은 개가 매여 있다. 이곳엔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길들이 너무 많아서. 나는 자꾸 서성이는 사람이 된다.
한 걸음이 한 글자가 되도록, 하루가 한 문장이 되도록, 내가 걸어온 시간이 어딘가로 전송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바닷가 마을에 사는 파란 눈의 아이가 떠오른다. 그 아이가 읽고 있는 책이 나의 삶이었으면 좋겠다.
거인이라고 해서 마음까지 거대한 것은 아니어서 거인에게도 언덕은 언덕이어서
눈앞의 하루를 오르고 또 오르며 작은 집으로 들어갈 수 없는 스스로를 한없이 원망해야만 한다네
창과 방패, 창과 방패, 세상에는 평행선처럼 영원한 것이 아주 많다고 아침은 밤을 삼키고
나의 전생은커다란 식빵 같아 누군가 조금씩 나를 떼어 흘리며 걸어가는 기분
그러다 덩어리째 버려져 딱딱하게 굳어가는 기분
배고픈 개가 킁킁거리며 다가와 이빨로 살살 갉아댈 때까지 나는 있다. 최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갑겠지, 그렇게라도 말을 걸어주어서 심지어 사랑이라고 믿을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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