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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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앤드루스 장편소설/ 인플루엔셜(펴냄)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아니 에르노가 떠올랐다. 그녀가 유년을 떠올리던 방법과 닮아있다.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그 사람의 유년 시절이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다^^ 미성숙한 상태 그 자체가 주는 여운은 얼마나 강렬한지! 아니 에르노가 말하던 어린 소녀 시절과 작품 속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소녀 그리고 나의 유년기가 떠올랐다.



최근 신간에서 MZ 작가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여성작가들!!! '여성'이라는 단어를 굳이 붙이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명명하는 이유는 강조하고 싶어서였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혹은 잊힌 반쪽의 목소리가 아닌가!!







한 가닥 은빛 실처럼 내 삶을 관통하는 잔인함의 끄트머리를 찾아내, 뽑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P57



아니 에르노.... 가게를 운영하던 집 딸로 자란 본인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에세이, '모든 장면들을 사라질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열여섯 살의 가난 속에서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아니 에르노의 에세이가 이 소설 〈젖니를 뽑다〉와 겹쳐 보였다. 특히 어머니 뱃속에 함께 있다가 죽은 쌍둥이 자매 이야기를 언급했을 때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아니 에르노의 〈다른 딸〉이 생각났기 때문!!!!







소설의 주인공 10대 여자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이 섬세히 녹아있다.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는 불안정한 아빠를 보면서 그가 엄마와 자신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까지도 절절히 와닿았다. 그러나 이 소설이 돋보였던 것은 그 섬세한 흔들림 속에서 차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 안간힘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







젊은 여성작가들의 행보가 여사롭지 않다.

왜 그들의 소설을 주목해야 하는 걸까....

그들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어떤 피부색으로 살든 간에,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서사적 은유법. 그들은 무서운 존재들이다. 심지어 그들이 속한 소속 집단 안팎을 자유로이 오가며 세상을 냉정하게 판단한다. 결코 무시될 수 없는 목소리!!! 무려 천 년이나 금지되어온 세상 모든 여자들의 목소리를 한 번에 내뱉는.....





젖니라는 제목도 상징적이다. 젖니란 무엇인가?

엄마 뱃속에서 타고 나는 이, 영구치가 나기 전까지 나의 일부. 그것을 뽑은 후에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타고난 무엇이 있다면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고 부딪히고 노력해야만 결국 이뤄낼 수 있는!! 모든 삶에 대한 이야기다. 대단한 신인작가의 탄생이다.



게다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빨강 표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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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이이지마 나미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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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지마 나미 (지음)/ 비채 (펴냄)









누구에게나 소울푸드가 있다. 사람이란 참 신기하기도 하지!


감각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는 동물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나는 특히 후각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는 편!!! 자주 쓰는 향수는 그 계절을 보낸 나의 추억이 담겨있어 소중하다. 다 쓴 향수병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뚜껑을 열었을 때 그 해의 추억이 함께 살아나기 때문이다.







나의 소울푸드는 흰죽!! 아무것도 넣지 않은 멀건 흰 죽이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다시는 맛볼 수 없는 흰죽!!! 내가 아플 때 할머니는 흰죽을 끓여주셨다. 쌀이 잘 퍼지고 죽이 되기까지는 꽤 오래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머리 위에 수건을 올린 채로 할머니는 내 배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고 혹은 내 손발을 만져주셨다. 그러다가 죽을 한 그릇 먹고 나면 씻은 듯이 나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푸드스타일리스트

〈카모메 식당〉 〈태풍이 지나가고〉 〈도쿄 오아시스〉 〈행복한 사전〉 〈심야 식당〉 등의 영화에서 수없이 많은 명장면을 연출한 분이다. 이분의 책을 읽다 보면 따스한 감성에 몰입되기 마련.

실제로 수록 사진을 보면 화려한 만찬, 보이기 위한 그저 예쁘기만 한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얀마 샐러드, 돼지고기 보쌈, 우동, 채소절임 등 우리가 흔히 식당에서 접할 수 있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이이지마 나미의 손길이 닿으면 더욱 다정하게 느껴진다. 그가 차린 식탁 앞에 앉으면 어떤 기분일까? 내내 그것을 상상하며 읽은 책!!!








옛 것,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오래된 물건에서는 그것을 만든 이의 기척이 느껴져서 더욱 소중하다고.....

요리로 치유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가는 길' 캠페인을 혼자서 한다는 저자. 가는 길을 길고 험하지만 오는 길을 짧게 느껴지는 경험! 안 해봤으니까 도전한다는 말 무척 매력적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늘 가는 길이 아닌, 다양한 방법의 음식, 다양한 변신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이 다정하게 느껴진다.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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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의 시대
이진우 지음 / 다산스마트에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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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지음)/ 다산스마트 에듀(펴냄)











교육의 최전선에서 (글쎄, 뭐든 전쟁과 관련된 표현을 쓰는 게 버릇이 되어버렸다 ㅠㅠ) 학생들, 학부모를 만나왔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은 현실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귀하신 자녀들을 최고의 사교육으로 명문고 명문 대학을 거쳐 신의 직장에 취업시킨 현업 국회위원들이 한국의 교육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의문이다. 망한 농사 밭 갈아엎듯이 (농사 한 번도 안 지어봐서 모르지만 ㅋㅋㅋ),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 짚이는 우리의 교육정책 뭐 어디 교육 분야뿐일까마는.....



책의 1장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 부분이다. 각 시대마다의 교육목표! 공교육이 걸어온 길, 앞으로 나아갈 길, 그리고 기업들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에 대한 통계 (결국 교육은 기업이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이에 따라 대학 교육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고등학교 입시 준비가 그리고 중학교 또 초등학교 유치원으로 내려오는 하향식 교육이다. 이 부분은 연수에서 들은 적이 있다.)






첨단과학 AI 시대, S 전자 크롬북 사업의 선두에서 활동하는 책의 저자. 우리 시는 교육에 무척 민감한 편! (어느 시도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칭, 대한민국 교육 수도 슬로건을 내건 지 10년!!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스마트 고교나 국제 학교에서는 이미 종이책이 아닌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 수업비 진행되고 있다. 시행 이전에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지난 몇 년은 그 이전의 십 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해왔고 앞으로의 미래도 예측 불가능할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 느리지만 교육도 함게 변한다. 기술이란 무엇인가 파트는 마치 역사책 보는 듯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동전화가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인공지능의 변천사는 놀랍다. 큼직한 글씨체와 화려한 도판을 보는 즐거움도 한몫한다. 에듀테크, 기술 산업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기술의 발달 역사라는 측면에서 도전해 볼 만한 책이다.






기술운용의 실제 사례를 언급하면서도 한편으로 기술 발달 이대로 좋은지에 대한 성찰도 함께 하는 책이다. 교육현장에서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독자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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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셀프헬프 다이어리 - 예민하고 불안한 나를 위한 201일의 마음돌봄 연습
임상원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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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원 (지음)/ 한빛비즈(펴냄)







이번에 참여한 한빛비즈 두 권의 책들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다친 마음을 치유해 주는 느낌이다. 먼저 읽었던 『정상이라는 환상』이 뇌과학과 심리에 대해 그 트라우마를 돌아보고 삶의 가치를 찾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좀 더 예민하고 불안한 마음에게 주는 위로 같았다. 마음과 관련한 심리학 책, 인문학 책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이유는 뭘까? 물론 책쓰기 시대에 에세이 작가들이 가장 먼저 접근하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다친 마음들을 전에는 안으로 숨겼다면, 요즘은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건 아닌지. 물론 오프라인을 통해 직접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이런 심리 치유, 멘탈 관련 책을 많이 접하게 된다.



예민하고 불안한 나를 위한 201일의 마음 돌봄 연습이라는 부제.

저자는 스스로를 먼저 열어 보임으로써 독자에게 성큼 다가선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오래 지속되면 불면증이 찾아온다. 짜증이 늘고 무기력감, 우울은 덤이다.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 내경험이다. 제대로 된 양질의 수면을 해본 것이 언제인가 싶을 만큼 불안은 내 무의식까지 침입해들어온다. 나는 그저 성실히 살았는데 왜 내 삶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일까. 답을 찾을 수도 없고 삶을 바꿀 수도 없는 마음이 너무 내 얘기 같다. 나는 내 삶에 성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전쟁과 맞먹는 패닉 속에서 나는 홀로였다 p14

25분씩 글쓰기와 일에 집중하고 5분 휴식하는 방법, 프모도로 기법은 내게도 도움이 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한번 일을 시작하면 컴퓨터를 열고 거의 두 시간, 한 시간은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잠시 쉬면서 폰을 보지 않고도 답답한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그 시간이 점점 짧아져서 잠시 창을 띄우고 기다리는 시간에 또 폰 화면을 터치한다. 나 같은 분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들의 고민 중 집중이 안 돼요라는 말이 가장 많다. 우리 어른들도 같은 고민을 말씀하신다. 얼마 전에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샘이 같은 말씀을 하셨다. 책을 읽으려고 앉았는데 도무지 집중이 안 된다고 ㅠㅠ 남의 일이 아니다. 행동 활성화 일지라는 말을 이 책에서 처음 접해보는데, 이 역시 적용해 볼 만하다. SNS를 본격 하기 전까지 나도 느끼지 못했던 점, 집중이 안 된다는 사람들을 비웃었던 나였는데 ㅎㅎㅎ






특히 2장 불면증 극복하기는 정말 내 얘기인가 싶은 ㅠㅠ

한밤중에 잠에서 깼을 때의 그 불안감, 내 인생은 망했다 싶은 불안감, 다시 잠들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리고 겨우 잠들어도 한두 시간 만에 마치 알람시계처럼 또 깨는 경험을 해봐서 너무 공감이 되는 챕터였다.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도 어쩜 나랑 그리 똑같을까? 자신이 아는 모든 신들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 너무 잘 안다. 나는 종교가 있어서 내가 믿는 신에게 늘 매달린다.






두려워 말라.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저자가 써서 모은 자신을 위로하는 문장은 내게도 힘이 되었다. 미래를 믿자. 두려움의 실체는 생각보다 보잘것없다는 문장!!! 가슴이 콕 박혔다.





가끔 우주는 내가 원하는 걸 갖게 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나를 돕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문장은 어떤 의미에선 정말 눈물이 났다 ㅎㅎㅎ



하! 이 책 우리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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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블루칼라 여자 -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박정연 지음, 황지현 사진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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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글. 그림/ 한겨레(펴냄)






하! 진짜 속이 시원했다. 남초직군,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분야가 의외로 많다. 아니!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영역이 어디 있었던가? 의료계도 법조계도 교육계도 군대도 남성들의 영역이었고 최근에는 남녀 불문 능력 여하에 따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오긴 왔다. 오긴 왔으되 아직 문화적인 잔재가 많이 남아있긴 하다. 이런 말 할 때 '그런 게 억울하면 군대 가라'라는 사람들 꼭 한둘은 있었다.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군대부터 가라는 식의 발언들이 이제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런 말이 오가는 이분법적인 서로 양극으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 더 멀리 본다면 분단 현실이나 냉전 체제도 해당되겠다.





남자가 하는 일을 여자가 하면 남자들은 어디 가서 먹고 사느냐며 배척하는 유형.


얼마나 힘들었으면 여자가 이런 일을 하느냐며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유형.







책에는 너무나 멋진 언니들!!! 레미콘 차를 모는 여성 운전 노동자를 아직 현실에서는 한 번도 못 봤는데 책에서 만났다. 나는 상상하는 것을 아주 즐기는 편, 가끔 내가 포클레인을 모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ㅋㅋㅋ 면허를 따려고 검색해 본 적도 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로망이 있지 않는가? 그것을 실현하는 용기 있는 사람과 나처럼 버킷리스트로 실천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사람.









여성 화장실도 없는 일터에서 담배 연기로 꽉 찬 사무실에서, 마초적인 남성 동료들의 성희롱을 기분 나쁘지 않게 지적할 수 있는지, 차별적인 상황을 겪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일해온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분들!!!! 편견과 차별을 지나 마침내 화물연대 부산 서부지부 지부장이 된 화물 노동자 김지나 님, 충남 서산의 첫 여성 용접 노동자였던 김신혜 님, 건설 현장의 먹매김 노동자 김혜숙 님, 형틀 목수 팀의 여자 반장이 되고 싶다는 신연옥 님, 한 분 한 분의 이름이 얼마나 귀한지 기억하는 의미에서 열 분의 이름을 굳이 다 적어본다. 건설 현장에서 자재 정리를 하시는 권원영 님, 철도 차량 정비원 하현아 님, 공순이라 불렸던 이제는 베테랑 노동자 황점순 님, 남성 기술자가 정상 표본이라 느끼는 사회 분위기에서 주택 수리 기사 읽을 하시는 안형선 님, 노가다로 불리는 건설 현장의 빌더 목수 이아진 님!!






남자 동료들이 기사님 혹은 사장님으로 불릴 때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듣는 호칭은?

아줌마, 아지매, 여사님, 이모, 누나 등... 남자들이 여자를 부를 때 자기 인격이 드러난다. p133


위문장에 정말 공감한다. 여성을 어떤 식으로 부르는지 호칭과 말투를 보면 그 남자의 인격을 알 수 있다는 레미콘 운전 노동자 정정숙 님의 목소리까지!!!!! 정말 고맙고 감사한 분들이다. 








이분들을 노동자가 아닌 개척자라 부르고 싶다.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내가 늘 꿈꾸는 나라, 편한 직업, 화이트칼라, 의치한약수로 치닫는 교육, 성적으로 줄 세우는 나라가 아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 이 현장에 이 열 분 개척자들이 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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