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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티드 - 당신이 누른 ‘좋아요’는 어떻게 당신을 조종하는가
브리태니 카이저 지음, 고영태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평점 :
타겟티드 Targeted
브리태니 카이저/ 한빛비즈

강렬한 책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내가 무심코 누른 '좋아요'가 나도 모르는 사이 데이터화 되어 누군가의 순수하지 못한 목전에 쓰인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책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 북 사용자 수천만명의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트럼프의 대선 때 사용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브리태니 카이저는 실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근무했고 소셜미디어에서 불법 수집되는 개인 정보가 정치 공작과 여론 조작에 사용되는 것을 지켜본 목격자이다.
트럼프 당선 당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왜 예측이 불가능했는지 얼마 전에 다른 책에서 읽은 바가 있어서 혼란스러웠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선거에 개입한다?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소린가! 말 그대로 실화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경험은 있다. 페이스 북을 한참 사용한 적이 있는데 내가 '좋아요'를 누른 것과 유사한 피드만 계속 보여주는 것을 경험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우연찮게 특정 당의 활동에 '좋아요'를 눌렀고 비슷한 문구를 태그로 달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쪽 관련 사람들의 친구신청이 이어졌다. 또 부동산 관련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동아리에 가입하니 부동산 관련 피드가 무척 자주 올라왔다.
우리가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 내가 '좋아요'를 누른 것과 비슷한 취향의 피드를 올려주면 편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나와 반대의 견해를 가진 사람의 의견은 아예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위험하지 않겠는가? 내가 진보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보수당의 의견을 전혀 들어보지 않는다면?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면? 자가당착에 빠져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개인 정보나 데이터 불법 수집이 건전하지 못한 어느 누군가의 특정 이익을 위해 가공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저자는 2015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모회사인 SCL 그룹에 입사한다. 공화당 고객이 사업의 주 기반이었고 저자는 진보주의적 가치를 더하는 민주 당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시민 수천만 명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대선 캠페인에 활용해 유권자들의 투표 형태에 영향을 미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광범위한 활동에 관여하게 되었다. 전 세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심리 공작의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트럼프 당선, 영국이 유럽 연합을 탈퇴했다. 그녀는 내부고발자가 되어 앞으로 벌어질 빅 데이터가 발생시킨 위험에 경종을 울리고자 이 책을 썼다. 그렇다면 저자는 책의 목적에 성공한 셈이다.
SCL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은 무엇을 하는 회사일까? 정말 궁금했다. 25년간 전 세계 방위 사업 계약을 체결했고 다양한 국가의 선거 운동을 지원(?)했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누군가를 공직에 당선시키기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회사라고 한다. 실제로 다양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기록되어 있었다. 나이지리아 선거, 트럼프 대선, 브렉시트 등등.
이 회사의 리더인 알렉산더 닉스는 이튼 출신의 영국 최고 상류층이었다.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한 이 회사 SCL은 미국에서 입지를 다져나가기 시작했고 닉스의 2014년 목표는 2014년 11월에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가능한 한 여러 후보들을 끌어모으는 것이었다. 나아가 미국 전체 선거 비즈니스 시장을 장악하고자 했다. 그들이 모은 데이터 군집은 2억 4000만 명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헉!
이전에 저자가 알던 데이터의 힘이란 인권 유린과 전쟁 범죄,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몇 달 후 우연히 다시 만난 닉스는 말했다. '무차별적인 광고는 너무나 부정확하다.' 홍보 대상 타게팅 방식이 변하고 있다. 마침내 브리태니는 함께 일하게 된다. 그 후로 3년을 정말 열심히 일한다.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공화당이 당선되게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SCL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44개 선거구 가운데 33개에서 승리했다. 2014년 리비아의 이드리스 빈 알 세누시 왕자에게 연락했다. 나이지리아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고 현직 대통령을 지지하는 나이지리아 석유 부자들이 자기들의 후보가 선거에서 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굿럭 조너선 이라는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180만 달러 계약을 성사시킨다. 이 건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저자인 브리태니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 사건의 제대로 된 보수를 지급받지 못했다. 이것은 또한 그녀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로부터 등 돌리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이 사건 이후 브리태니는 SCL의 정규직이 되었다. 공화당을 위해 일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으므로 민주당 사람들에게 이유도 설명하지 못한 채 연락을 끊었다. 데이터 책임자인 테일러 박사로부터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성공 비결인 데이터 분석 방법을 배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데이터베이스 규모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조금씩 커갔다. 데이터의 출처는? 사람들이 허용한 쿠키가 온라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추적 장치를 설치했을 것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치밀한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모두 32개의 유형으로 사람들을 구분했다. 유권자 분류 집단과 수백 개의 다른 알고리즘을 통해 '설득 가능한 사람들'을 분류해놓은 여러 장의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성격 특성 분석에 따라 유권자에 점수를 매기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구글 애널리틱스는 전 세계 스마트 기기에 트래킹 쿠키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 세트를 수집했다. 개인들은 미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개인 데이터를 수집당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직원 수는 여전히 부족했다. 미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제한 없이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는 법 때문에 자동으로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도록 돼 있다. 미국은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개인 정보 보호 장치를 거의 갖추지 않았다. 과거에 잘못된 데이터 사용 사례를 보라. 나치는 유대인과 집시, 장애인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잔인할 정도로 효율적인 홀로코스트 정책을 실행했다. 물론 중간에 《가디언》의 충격적인 폭로도 있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소셜미디어 사이트 이용약관을 어기고 페이스북으로부터 데이터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더는 위기가 있을 때마다 침묵이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고의 광고 플랫폼임에 틀림없다. 페이스북이 안전하지 않다거나 사용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받더라도 비난의 손길은 다른 방향을 가리킬 것이라는 것이 함정이었다.
공화당원들과는 절대 일하지 않겠다던 알렉산더 닉스와의 타협은 무효가 돼버렸다. 2015년 공화당에 깊이 발 담그고 있었다. 2015년 말쯤 알렉산더는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SCL의 구조조정 계획을 알렸다. 이런 장면이 나온다. "나는 회사 고객들을 존경할 필요가 없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공화당이나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회사의 선거 전략을 설명하는 것뿐 선거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고 떠나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브리태니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과정도 있었다. 이 부분은 실망스러웠다.
기업으로써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강점은 훌륭한 데이터베이스만이 아니었다. 데이터 과학자들과 새로운 데이터 모델을 개발하는 장점도 있었다. 모든 세부 사항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조정되었다. 조지아 주에는 76퍼센트가 백인 여성이었고 국가 부채나 임금, 교육, 세금에 관심이 많았으며 멕시코 국경 문제에 대해서는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원하는 광고 노출 수를 얻기 위해 특정 분야에 서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사전에 계산해냈다. 라틴계 미국인에게 접근하기 좋은 채널은 음원 스트리밍이었다. 힐러리가 인종적 증오심을 자극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발언의 전후를 잘라버리고 일부만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각 집단마다 다른 이메일을 보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2017년에는 사건들이 발행하는데 미할 코신스키라는 인물이 애널리티카가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 활용한 심리 분석 기법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코건 박사가 이를 훔쳤고 불법적으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설상으로 이 기술 자체가 대량 살상무기라고 설명했으니 그 파장은 엄청났다. 알렉산더는 페이스북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미할 코신스키 박사와 어떠한 거래도 하지 않으며 트럼프 선거 운동에서 사이코 그래픽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투표 방해를 위한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투표자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브리태니는 이때까지도 퇴사를 고민한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돈을 벌었다는 대중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9550만 달러는 트럼프와의 연관 관계를 숨기기 위해 활용한 지주회사들을 통해 들어왔다. 다시 말해 돈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남아 있지 않았고 페이스북에서의 모든 데이터 분석 및 광고 비용으로 지출됐다. 결국 돈을 번 것은 페이스북이었다. 자연스레 수수료 지급이 늦어졌고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 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래서 내부고발하게 되었다는 결국 돈 때문이었나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이념이나 정치적 견해, 도덕성 등의 부분에서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잘못 낀 첫 단추가 되어 버렸다. 브리태니는 사람들의 데이터가 불법으로 사용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3년간 열심히 일했다. 그녀는 인정받고 싶었다. 알렉산더는 그녀를 이용만하고 인정해 주지 않았다. 내부 고발의 마음을 먹기까지 과정이 석연찮다. 순수한 양심적 동기에 의해서라면 일을 하게 된 이렇게 많은 부연 셜명이 필요했을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해체되었다. 물론 브리태니가 세상에 진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지구 어디선가 또 사람들의 데이터를 무단 수집하고 자신들이 유용한 기준대로 분류하고 선거 조작에 사용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이 내부고발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같은 단체가 여기 하나뿐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 수많은 내부고발자들 스스로의 양심에 따하 순수한 의도성을 가진 사람부터 자신이 이용 가치가 없어지자 차선책으로 내부고발을 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례를 보았다. 내부고발자인 브리태니 카이저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용기 있게 결단을 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제2, 제3의 브리태니같은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도록 청렴한 세상이 되기를 먼저 간절히 바란다.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지원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