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생존법 -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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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 오렌지디(펴냄)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제 2025대입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잘못된 우리의 교육에 대해,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 그 출발점에는 교육제도가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의 입시란 결국 가진 자들, 기득권이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자녀들에게 세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 국민이 수능시험에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이고 나는 비행기도 멈추게 할 만큼 위력적인 대한민국의 입시, 다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 어쩔 수 없다로 묵인하는 날, 대입 수능일

단 하루 만에 인생이 바뀐다. 1등에서 52만 등까지 서열로 줄 세우는 것을 온 국민이 목도하고 침묵하는 날 너무 극단적인가.... 딱히 아니라고 말 못 할. 우리 시는 많은 아이들을 잃었다. 청소년 자살률 1위!! 며칠간 그 어린 죽음을 애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은 이상한 반향으로 흘러간다. 그 아이가 너무 여려터졌다고....







현대 지성사를 이끈 수많은 인물이 세상에서 고립된 곳으로 물러나 은둔함으로써 혼곤과 거리를 두었던 것. 그리고 그곳에서 혼돈을 이해하고자 시도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p18






현대사회는 예술가들의 저항으로 유지되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일반적인 가치관을 뛰어넘는 인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알랭 드 보통 역시 그렇게 말한다. 우리의 자본주의는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욕구 단계마저 응용한다. 기본적인 욕구에서 고차원적 욕구까지 하나의 자원으로 보는 자본주의 사회 나아가 물질주의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이 제시하는 철학은 마냥 비판적이지만은 않다. 이 부분을 읽으며 생전 처음으로 단어 하나를 떠올렸다. 과연 철학적 소비란 가능한 것일까라는......


민주주의 사회를 잘 살아가는 영웅과 안내자에 대해 묘사한 부분에서 인플루언서들이 떠올랐다. 최근 sns 시장은 이들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삶의 가치란 과연 철학에 가까운가.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챕터는 사랑 이야기다. 사랑의 철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적어도 내게는) 알랭 드 보통의 사랑, 외로움에 대한 언급, 오히려 '고독'을 '원위치'로 돌리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만약 우리가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 사람만이 정상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면 이것을 반대로 밑바닥으로 떨어진 사람은 밑바닥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는 의미다. p186

알랭 드 보통이 제시하는 현대사회 생존법은 무엇일까.... 내가 가진 의문을 100% 해소하진 못하더라도 스스로 해답에 이르게 하는 길을 제안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의 책은 '현대 사회'에 건네는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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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죽음 - 자전적 에세이, 단편소설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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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옮김)/ 까치 (펴냄)







《닥터 지바고》를 읽던 작년 봄이 떠오른다. 시간 참 빠르다.

내 생일을 아는 유일한 분, 나의 돌쌤과 함께 읽은 책!! 《마의 산》을 시작으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톨스토이 《부활》, 《전쟁과 평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 2의성》 이후에 도스토옙스키 소설 《악령 》 1, 2, 3 그리고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우리의 독서는 끝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삶에 대해 쓰자면 정말 길다. 엄친아 집안, 그의 아버지는 톨스토이의 초상화를 그린 분,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이 작품에서 비극적인 운명을 달리한 것은 파격적이고 정열적인 삶을 살았던 운의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였다. 마야콥스키를 찬양하는 구절은 가끔 러시아 문학에서 자주 만나곤 한다. 1958년 스웨덴 한림원에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했으나 당대 소련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수상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 수년이 지나고 그의 아들이 대신 수상하게 된다.







한강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면 어릴 적 독서습관에 대해 언급된다. 책을 하나의 유희로 보고 자란 그의 습관, 가정 환경은 세계적인 작가를 만들어낸 것일까? 아무튼 그의 서재에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바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그의 긴 장편이 전부인가 싶었는데 단편의 호흡은 마치 시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했던 정도에 따라서, 그리고 사랑할 기회를 맞았던 상황에 따라서 모두가 저마다의 인간이 된다.

이런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


자신 생애의 한 조각이 흘러간 곳을 도시라고 인식하는 부분은 우리 독자들과 아마도 닮은 듯....


책에는 1931년 지인이자 전부인 마야콥스키를 잃고 쓴 에세이와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파스테르나크는 마야콥스키가 러시아의 비극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말했으나 러시아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된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파스테르나크 등 위대한 거장들의 나라가 여전히 전쟁이라니.... 푸틴은 문학을 얼마나 읽은 걸까? 어떤 더러운 이해관계가 얽혀있길래 도스토옙스키, 파스테르나크의 나라에서 전쟁이 지속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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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들
최유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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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수 (지음)/ RHK (펴냄)









가을날에 잘 어울리는 한 권의 에세이... 저자가 말하는 환상은 무엇일까? 처음엔 소설인 줄 알았던 책^^ 누구나 저마다의 환상이 있다. 사전에서 찾으면 '환상'의 의미는 그다지 밝지 않다...

먼저 너라는 환상이라고 했다.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사람이 인생이 저마다 너무나 제각각이고 완전히 분리된 채로 자유로워서, 단지 그 하나의 사실로부터 소름이 끼치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

모래시계를 하염없이 거꾸로 또 돌리면서 시간을 세는 기분, 저자의 시선은 섬세하고 민감하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 누구보다 바쁘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마냥 권태롭고 평화로운 기분을 언제 느꼈던가. 그러나 사뭇 다르다고 느낀다. 사회에서의 시간과 집에서의 시간이... 나는 누구인가? 나의 존재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해 본 적은 얼마나 되는가? 이 에세이를 읽는 동안 만이라도 최소한 이 모든 감각에 민감하게 몰입할 수 있는가....






모든 글을 독백이라는 저자,

들릴 듯 말 듯 한 중얼거림으로 시작된다는 문장에 너무나도 공감이 된다. 모래처럼 바스러지기 직전의 애처로운 말들, 혼자 묻고 답하는 시간이 얼마나 길어야 글을 한 편이라도 쓸 수 있을까, 의식이 자판을 두드리는 일로 이어지고 책으로 나오기까지 작가들에게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궁금한 순간이다^^






책을 낸 지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작가의 에세이를 이번에 처음 만났다. 독립출판물로 유명하신 분이라고 한다.


어떤 책은 읽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책을 읽고 있으되 나만의 생각을 더 많이 떠올리게 해준다. 나도 써보고 싶다는 용기와 간절함을 주는 책이 있다. 에세이가 감동을 주기란 참 어렵다. 1인 1책 쓰기의 시대에 너도나도 에세이를 쓰기 때문이다. 출판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잘 검증된 책을 찾기란 오히려 더 어렵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 진행 중인데 이 책을 잘 참고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쓰는 에세이가 아닌 감동을 주는 에세이, 누구도 쓸 수 없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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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늦여름
이와이 슌지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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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지음)/ 비채 (펴냄)












장르를 유추할 수 없게 하는 이와이 슌지 작가의 소설, 실화인 것 같다가 또 현실 저 너머의 이야기 같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번역의 힘인가? 간혹 해외문학 번역본을 읽으면 탁 탁 걸리는 느낌이 있는데, 이 소설은 문장이 간결해서 가독성이 좋았다.

다소 두께감이 있는데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아니 읽게 되어버렸다......








방황하는 젊은 일본의 직장인, 회사에서 억울하게도 불륜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퇴사를 하게 된다. 그는 제로의 늦여름이라는 작품에 끌리듯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데...

이후 직장을 구하고 자신의 잊고 있던 꿈, 그림에 대한 소망을 꿈꾸던 무렵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제로의 늦여름》을 그린 작가에 대한 괴소문을 듣게 되고 이를 조사하는데

그림의 모델이 된 사람은 다 죽는다라는!!!








여기서부터 뭔가 추리소설 & 스릴러 느낌이었다......





소설을 다 읽고 보면 처음이 일부 복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유타라는 화가의 작품 속으로 취재를 떠난 주인공 카논....

조금씩 밝혀지는 비밀스러운 장면을 마주하게 되는데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세요 ^^



예술이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예술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더욱 공감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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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밤의 달리기
이지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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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장편소설/ 비채 (펴냄)



젤리 곰 표지의 산뜻한 느낌^^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이신 이지 작가님 소설을 처음 접해보았다.


그래서 둘만의 우주가 필요하다는 것

약하디 약한 우리는!!! 눈과 진흙처럼 서로에게 스며들고 녹아 더러워진다. 약하디 약한 우리는

p243



이제 갓 서른 살이 된 예술가의 삶, 표지가 주는 산뜻한 여운과 달리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현실의 삶이 아닐까

소위 원하는 일을 하면서 특히 예술로 탄탄한 삶을 꾸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이 비슷한 꿈을 꾼다. 책 제목의 달리기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끊임없이 달리기를 이어가는 삶.


사랑과 예술이 전부인 삶에서 점점 멀어지는 주인공은 책 후반부에서 점점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 자신의 이십 대를 떠올리지 않을까....



치열하게 현실을 살며 한편 외로움을 다룬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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