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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 2023 퀸즐랜드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카트리나 나네스타드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5년 8월
평점 :

카트리나 나네스타드 (지음)/ 키멜리움 (펴냄)
소설 가장 앞 쪽 페이지,
나치 친위대 SS 사령관 하인리히 힘러의 문장이 쓰여있다.
"나는 정말로 전 세계에서 게르만족의 혈통을 모으고, 강탈해 오고, 가능한 곳 어디서든 훔쳐 올 의향이 있다"라고 말한다.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다.
그렇다면?
홀로코스트와 레벤스보른 같은 끔찍한 일이 단지 히틀러와 몇몇 수뇌부의 ‘광기’만으로 가능한가?? 절대로 아니다!!!!! 히틀러 한 사람을 악마로 만들면 독일 전체에 면죄부를 주는 셈, 일본의 식민지를 거친 우리나라를 대입해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당대 독일 사회의 정서는 어떠했는가?
1차 세계대전 패전, 베르사유 조약, 엄청난 전쟁 배상금, 1920년대 인플레이션, 1930년대 대공황까지 겹치면서, 독일 사회는 극심한 불안과 좌절을 겪고 있었다. 이런 절망 속에서 다시 위대한 독일을 만들겠다는 나치의 선동은 매력적일 수밖에!!!!
역사학자들은 이 점을 두고 아주 치열하게 논쟁 중이다. 어느 학자의 말이 맞든 간에
다수의 '무관심'과 '방조'가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점은 사실이다.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충분히 해당되는 이야기다.
레벤스보른~!
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소설에서 주인공 조피아 울린스키가 어릴 때 했던 놀이, 그러나 단어의 의미만 봤을 때 이런 극한의 질문이 주어진다면 과연 우리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어른들이 국가와 이념의 이름으로 침묵하거나 가담할 때, 결국 가장 큰 희생을 치르는 건 아무 힘없는 아이들이다 ㅠㅠ 조피아가 소피아 엥겔스가 되어 살아가듯이, 최소 2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그렇게 태어나고 자랐다. 가늠할 수 없는 수치다.
납치된 아이가 독일 가정에서 “사랑받는 딸”이 되었을 때 느끼는 안도와 동시에 밀려오는 죄책감, 그것은 전쟁이 만들어낸 가장 잔혹한 모순이 아닐까! 피검사를 하면서 훌륭한 독일인의 피라는 말을 듣는 장면, 독일 이름을 강요하는 장면, 엥겔스와 대화하는 장면은 소름 끼친다 ㅠㅠ
소설을 읽으며 나는 실제 레벤스보른의 생존자 이야기, 책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읽은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를 교차로 떠올렸다.
레벤스보른 아이들은 전후 사회에서 낙인찍힌 존재로 차별을 받으며 자랐다고 한다. 성인이 된 뒤에도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고립을 겪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의 상처를 드러내게 되었고 마침내 역사 속의 피해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지금 그들을 각종 다큐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재평가는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생존'을 위한 '대답'을 강요받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은 세계대전 속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전쟁사를 좋아하는 내게 무척 매력적인 소설이다.
지워지고 삭제되어 찾을 수 없는 정체성, 그들은 없는 존재로써 살았다. 전쟁 세대에게 늘 빚진 기분이 든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분들에게도 한국전쟁을 겪었던 분들에게도 같은 감정이다. 그들은 과거가 아니라
불과 100여 년 전 먼저 태어난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한 줄 평
이름을 빼앗기고도 끝내 살고 싶었던,
한 소녀의 시선으로 인간 존재의 '모순'과 '선택'의 무게를 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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