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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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와 함께 하는 봄이다. 이번엔 뭔가 봄 느낌, 살구색 표지다^^

해마다 봄은 돌아오지만 정말 봄 같은 봄이 있었던가? 책 서두를 여는 글이 무척 와닿는 요즘이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고민이 많은 시기, 정치적으로 첨예한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는 너무 민감한 사안 같아서 주로 책에 실린 문학작품에 대한 리뷰를 적어본다. 늘 기대되는 [특집 코너] 이 번호에서는 세계 서사, 어떻게 쓸 것인가를 다룬다. 한때 기후 위기 부정론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2020년쯤인가 처음 북스타그램을 시작한 당시에 간혹 기후 위기나 환경 쪽 책을 협찬받으면 기후 위기를 과학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그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궁금하다^^



자본주의와 결코 떼 놓을 수 없는 기후 위기. 세계화인가 세계 없음인가를 묻는 문장이 참 무겁게 다가온다.

최근에 신간을 내신 박노자 작가님. 이 분은 블로그 이웃이라 글을 자주 접하곤 한다. 한국의 글로벌 담론, 한국 사회의 특수한 경험은 어떻게 서구 중심주의를 넘어 보편적인 방식에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들!! 바이든 정부와 국제 정세에 대한 언급은 보수와 진보를 함께 꾸짖는 느낌이다.



기대되는 문학 편 고명재 시인을 비롯한 열두 분의 시와 김금희 장편 연재 중인 소설, 성해나 외 단편 소설 세 분 작가들..... 창비의 작가들...

현대시는 여전히 내게 어렵다. 시 전체를 해석하려 하기보다는 시어들, 각 연이 주는 느낌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신인과 기성 시인들의 시가 고루 수록되어 있어서 볼거리가 더욱 풍성한 창비 계간지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규리 시인의 시가 수록되어서 어찌나 반갑던지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때 벽은 우리의 편,

회색의 편,

누군가의 편이 된다는 건 순전히 개인적이지만

회색의 고독이라는 게 맘에 들어






이규리 시인의 시 중에서 그저 내가 좋았던 연을 가져왔다. 가끔 회색은 검정인지 하양인지 모를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나는 회색이 좋다. 책에 수록된 작품을 다 언급하면 스포가 될 것 같고 나는 시를 잘 모르면서 또한 모르는 만큼 시를 너무 사랑하는데 최근에 등단한 고학력 시인들이 컴퓨터 앞에서 쓴 시보다는 오래된 시인들의 시가 좋다. 말로는 첨단 과학의 시대, 신문물을 외치면서 사람이든 사물이든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이 책이 그랬다. 계간지 중 가장 핫한 창비 계간지, 다른 잡지들의 표본이 되는 그러나 늘 중 김을 잡아주는 계간지다.

서문에서 문학론, 편집론, 논단과 대화, 산문에서 마지막 총평까지 허투루 보아 넘길게 없는 반드시 정독하게 되는 창비 계간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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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 - 역전 흥부, 당찬 춘향, 자존 길동, 꿈의 진실게임,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2
유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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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수 (지음)/ 21세기북스(펴냄)









고전문학계의 프로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유광수 교수, 책의 서문부터 여사롭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공과 과 중에 자랑할 만한 것을 나열하는 식이 아닌!! 학창 시절 진로 선택의 고민을 서술한 서문에서부터 뭔가 이야기 속으로 훅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고전들을 소개한다. 너무 잘 안다는 착각일 뿐. 사실 콘텐츠로 접한 내용들이다. 〈흥부전〉 〈춘향전〉 〈홍길동전〉 〈구운몽〉등의 내용을 알기는 알지만, 어릴대 동화를 제외하고 성인이 되어서 원전이나 해설서로 접해보신 분은 잘 없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렇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위에 언급된 소설들의 원전이 무척 매력적이고 또 어린이에 적합하기보다는 어른 독자에게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 책의 저자도 같은 말씀을 하신다^^ 〈놀부와 흥부〉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학창 시절 동화에서 배울 때 이미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했다.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나쁘다는!!! 조선의 유산 상속 문제에서 놀부가 전적으로 부모님의 유산을 차지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예측, 흥부가 왜 가난하게 사는지 평소 자신이나 가족보다는 남 좋은 일만 해왔던 흥부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 흥부의 장성한 큰 자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요즘의 경제관념을 대입해 보면 더더군다나 흥부놀부 전이 이전과 달리 보인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나기도 한다.







정절의 상징이 된 춘향전. 아마 조선 후기로 갈수록 기존의 춘향전은 더 왜곡되었던 게 아닐까? 저자는 춘향을 기생의 딸이니가 천민의 신분에 놓고 시작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수청을 들지 않은 춘향의 죄를 물어 마땅하다. 왜냐면 수청의 의미는 저자의 말처럼 단순히 잠자리를 허락하는 것이 아닌 식사 문제, 세숫물 제공 등 편의적인 면을 다 봐주는 공적인 자리였기 때문. 춘향전 뿐만 아니라 홍길동전도 마찬가지의 혁명성을 가진다. 사회적 약자 위치의 홍길동에 감정 이입해서 당시 민중들이 바라는 열망!! 최초의 한글소설인지 그리고 진짜 허균이 쓴 작품인지도 묻고 있다.







책은 우리가 어릴 때 동화에서 혹은 기존 교과서에서 배웠던 수능 문학 주제문으로써의 고전문학이 아닌 좀 더 주체적인 접근 방법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다르게 읽기가 유행이다^^ 기존의 것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독서가 아닌, 내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재해석할 필요성!! 그것이 문학이 주는 가치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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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기다려줄게 - 아이의 닫힌 방문 앞에서 8년, 엄마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
박성은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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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은 (지음)/ 북하우스(펴냄)










누구에게나 우울증, 조울증 등 마음의 불안은 찾아온다. 몸이 아픈 것에 비해 마음이 아픈 것에 유독 무관심한 우리 문화!!! 많은 여성들이 육아로 인한 우울증을 경험한다.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먹고살기 바빠? 서 우울한 틈도 없었다는 농담을 하신다. 우리 어머니들 세대들이 겪은 삶의 질과 지금을 비교하면 월등히 나은 환경이다. 물질이 충분하다고 정신마저 필요충분적이지는 않다. 책의 저자는 20년 차 논술학원 강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 MKYU 북클럽 담북닮북책장 등 다양한 독서모임을 이끄시는 분이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저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닫힌 문을 보며 아이를 기다렸을 마음.

학교 가기 싫다던 아이에게 찾아온 두통, 무기력증, 신체화 증상을 오가며 깊은 동굴로 들어가 버린 아이. 그걸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정말 안쓰럽다. 그렇게 무려 8년의 시간..... 그런데 요즘 이런 아이들이 종종 있다. 이럴 때 지지하고 기다려주고 함께 견뎌야 하는 것은 오로지 부모....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한 행동들을 들여다보면, 온전한 훈육이라기엔 거기에 화도 섞여 있고 피곤함과 짜증도 들어있다. 표현하지 못한 억울함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고 단단한 씨앗이 되어 마음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책하는 엄마의 마음, 안타까웠다. 벽을 사이에 두고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아이에 대해 저자는 오랜 인내로 기다렸다. 어느 날 마음먹고 세상에 나온 아이가 다시 학교에 갔다가 또다시 마음의 문을 닫기를 반복.








타인의 시선에 묶여 마음이 원하는 길을 저버리게 된다면 어쩌면 더 멀리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내게 가장 와닿았던 문장이다.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많았다. 행간에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저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한숨들, 아직도 자라지 못한 내면 아이를 마주하는 마음들이 진실하게 느껴졌다. 공부로 줄 세우는 사회, 공부가 아닌 다른 길을 가는 아이들의 삶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 아이들이 더 많아지고 제 목소리를 찾게 될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비로소 공부로 줄 서지 않아도 잘 사는 세상이 올 것이다. 진심으로 두 사람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세상은 이런 분들이 바꿀 것이다. 길 없는 곳에서 길을 찾은 사람들이!!!



#엄마가기다려줄게, #박성은, #북하우스,

#등교거부, #우울, #무기력, #자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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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못하면 들으면 된다
나카무라 아츠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마인드빌딩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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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아츠히코(지음)/ 마인드빌딩(펴냄)











바로 며칠 전 읽은 책에서....

오프라인에서는 말을 조심하고! 온라인에서는 손가락을 조심하라고 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정말 맞는 이야기다!!







악마의 경청으로 시작되는 책의 첫 문장, 상대방의 속마음을 모조리 듣는 것, 또는 속마음을 끄집어내어 상대방의 문제나 의문, 현 상황 대한 해답을 그 사람으로부터 끌어내는 것. 책을 통해 나의 말 습관을 돌아봤다. 나는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딱 거기까지만 늘 생각한 것 같다. 나도 때로 남에게 상처 줄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으로 소통하다 보니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들, 대화의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말의 스킬을 바로 일상에서 적용해 볼 수 있다. 굳이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가족과 친구 이웃과 동료 그 모든 집단에 활용할 수 있다. 무엇을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하지 말아야 되는 것부터 안 하면 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 그렇다면 대화 중 하지 말아야 할 것?? 부정하는 말, 남과 비교하는 말,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의 세 가지인데, 응?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왜 안되는 걸까? 상대방이 대화의 주인공인데 나로 역전시키지 말라는 의미 같다. 상대방이 물어보는 경우에도 쓸데없는 긴 말을 하지 말라 등등 우리가 평소에 흔히 하는 대화 방법이라는 점.








책을 통해 픽업 질문, 호의- 칭찬- 행동 확인이라는 과정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은 이성에게 말 거는 방법에 대해서도 몇 가지 조언을 하는데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일상의 실수들이다. 강연자의 대화법에서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은 내게도 유용한 대화법이었다. 막상 머리로 아는 것들이 실행에 옮길 때 놓치는 것들!! 연령대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말의 중요성!!! 오히려 나보다 아랫사람에게 마냥 성장이나 배움이라는 단어가 위험할 수 있다는 문장도^^ 와닿는 요즘이다. 서로에게 부담 주지 않는 대화, 사람의 속마음을 끝까지 듣기 위한 테크닉까지!!! 책은 초급, 중금, 상급 편으로 나뉜다. 일본에서는 이런 특정 분야의 테크닉 교양서가 다양하게 출간되는 것 같다. 소수의 니즈를 잘 맞춘 기획이라 생각한다.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 같다. 개인 대 개인의 대화에서,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들어야 할 때, 혹은 직장 상사나 후배와, 더 심도 있는 인터뷰를 하고 나를 찾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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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전쟁 1939-1945 -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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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스타가르트(지음)/ 교유서가(펴냄)











밀리터리 덕후, 전쟁사 덕후가 선택한 책!!! 전쟁사 특히 세계대전 관련한 많은 책을 읽어왔다. 책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어느 시점에는 오로지 전쟁사만 읽었던 적도 있었다. 삶과 죽음의 최전선, 전쟁사는 어떤 의미에서 사람을 매료시키는가? 잊는 순간 전쟁은 재현되기 때문이다. 푸틴의 러시아나 하마스, 이스라엘 총리 베냐만 네타냐후 같은 인물들은 전쟁사의 한 단면을 잊었다. 우리 인류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이 우리 인류를 끝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참전한 혹은 겪은 분들의 생전에도 사후에도 꾸준히 주목받고 끊임없이 연구되는 전쟁!!!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전범국인 독일인의 모습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각종 첨단 무기의 시험장, 인간성의 대 말살, 피로 점철된 무자비한 살육전 제1차 대전이 끝난 후, 인류는 또 세계대전을 맞이하게 될 거라 예상하지 않았다 배상금 문제로 목 졸린 독일이 택한 탈출구는 바로 전쟁이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한 저자의 밑 작업은 수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세계대전 기간 중 일반인들의 편지나 서신, 레지스탕스 활동가들의 기록물을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전에 내가 접했던 기록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전 책에서 읽은 군인들의 편지들은 단편적인 내용이라면, 이 책이 다루는 서신, 편지, 주고받은 메모들은 긴 기간 특정 대상과 주고받고 교류했던 내용이다. 따라서 이 기록물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다. 물론 개인들의 편지이지만 그 지속기간을 고려해 볼 때 상당히 들여다볼 만한 역사적 사료가 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 책만의 차별성!!!!

책에 등장하는 편지와 일기의 주인공은 대략 열여섯 명이다. 농민 출신 보병, 참전 용사, 작가, 저널리스트, 개종한 참전자, 무전병, 목수, 철도역 매표원, 사무원이자 보병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다 쓸 수는 없고 그들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며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분들이다.







이전에 내가 읽은 책에서 느낀 점을 다 적을 수는 없고 크게 나누자면,

수없이 회자되었던 세계대전은 독일이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책은 주로 양 측의 프레임으로 쓰여왔고, 그 서술자가' 비 독일인'인지, '독일인'인지에 따라 전쟁에 접근하는 방법도 달랐다. 영국인 저자가 영국인의 호전성을 언급, 1917년의 전쟁과 1941년의 독일 상황을 비교한다. 전시 독일을 분석하면서 행간에 채워 넣은 저자의 상상력. 그가 촘촘하게 채워 넣은 여백에는 시골학교 교사 빌름 호젠빌트가 장남에게 쓴 편지를 통해 혹은 유대인 아내를 둔 오헨 클레퍼의 편지 혹은 18세기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는 학자 빅토르 클렙퍼의 기록으로 채워진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만난 인물들이며 기존의 어떤 역사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냥 평범한 모습의 사람들을 통해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을 전쟁터로 끌어낸 심리를 무엇인지 추적한다.








인텔리겐차 학살 정책을 시작으로 산에서 구덩이에서 자행되던 학살 청소가 시작될 무렵 폴란드의 소행으로 보이는 독일인 혈통에 대한 제노사이드의 증거물들 (물론 독일의 필요에 따라 조작되고 왜곡된 사진 자료)이 출간되고 배포되었다. 독일인을 희생자로 만들어서 그 폭력을 정당화했다. 독일인의 죽음만이 중요했다. 중요한 것은 오직 독일인의 권리였다. 이 무렵 히틀러는 영국 및 프랑스와의 협상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40년 승리를 자축하는 독일, 흑인들의 시체는 식민지 세네갈인들이었다. 일반인 독일인의 편지에서 한 개인은 프랑스가 왜 이렇게 독일을 증오하는지 묻고 있다. 점령지에서 젊은 독일인 병사들의 생활은 매춘으로 이어졌다. 프랑스군과 암묵적인 합의로 사용하는 창녀촌의 운영. 사적인 공간에서 독일인에게 몸을 허락? 한 나쁜? 프랑스 여자들은 전후 머리를 깎이고 반역자로 조리돌림을 당한다. 이 부분에서도 생존자는 존재했고 그 인터뷰 내용은 충격적이다. 책에 전쟁의 증거인 수많은 흑백 사진들! 그중 한 장면이 떠오른다. 독일 국내의 인종 분리 정책. 머리를 빡빡 깎인 독일인 여성과 그의 폴란드인 애인이 광장 한복판에 세워진 말뚝에 묶여있다. 유대교 회당에 창녀촌으로 개조되는 것은 유대인 입장에서 얼마나 치욕스러운 일일까. 이전에 보지 못한 사진들을 많이 봄으로써 책의 내용이 한층 더 흥미로운 순간이다.



이 무렵 독일인 병사들이 가족이나 연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대인 학살이 삭제되거나 쓰여있지 않았다. 처형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는데, 그들은 아내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면서 자녀들게는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겨울이 되면서 불평불만이 많이 언급되자 괴벨스는 전선 편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1943년 이후 독일인들은 더 이상 멈출 수 없어서 전쟁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제시되었던 그 어떤 전쟁의 명분도 이유도 망각한 채, 그야말로 끝을 보기 위한 전쟁이 계속된다. 나치즘 때문이었을까? 전쟁이 생산해 낸 종말론은 그들을 끝까지 전쟁에 임하게 만들었다. 개인이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손으로 처형하고 흙으로 파묻어버린 어린아이와 여자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과 민족전선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독일인을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괴벨스의 선동에 의해 심지어 소련군이 베를린으로 입성할 때조차 독일인들은 이미 패배를 믿지 않았다고 기존 책을 통해 수없이 읽었다. 그러나 이 책 서두에서 한 젊은 병사는 이미 말하고 있다.




다시는 휴가는 없을 거야. 기다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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