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시간 시간 속의 역사
고석규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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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시간

시간 속의 역사』



고석규 지음/ 느낌이 있는 책



저자는 역사를 전공하고 국립목포대학에서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회원이다. 역사학을 전공하면서도 늘 과학과 문명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관심을 둔 것은 『시간』이다.  사실 역사 속의 시간이나 시간 속의 역사나 같은 맥락이다. 시간의 흐름 없는 역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역사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의미가 있을까? 두 가지 키워드는 오늘날 대세인 인문 문화 환경에서 꼭 필요하다.




『시간』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시계가 떠오르고 그다음 달력이 떠오른다. 시간 때문에 변화를 인식하게 된다. 구석기나 신석기 시대의 역사도 시간의 흐름이지만 그저 막연한 시간의 흐름이라서 기억된 시간은 없다. '기억할 만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혹은 그런 변화가 만들어놓은 사실이나 사건, 그것에 대한 기록이 역사다. 주목할만한 점은 역사를 단순히 시간적 흐름의 순서에 맞춰놓고 사건별로 나열하는 기존의 것을 탈피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과학적 데이터 베이스를 함께 읽어내려 갔다는 점은 내내 감탄사가 나왔던 부분이다. 내가 책을 읽기 전에는 시간과 역사의 관계성이라든가 역사 속 시간과 시계, 달력의 등장과 활용에 따른 역사적 사실과 영향 이정도로 예측했었다. 물론 책은 시간과 역사를 넘어 횡과 축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시간을 정의 내리는데만 서문에서부터 47페이지 분량을 할애한다. 시간은 인간적이며 상대적이다. 시간은 균형을 이룬다. 시간과 공간의 이중주를 『역사』라 하겠다. 시간을 바라보는 시간관 역시 시대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으로 60년이라는 고정 주기를 갖는 간지기년법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표시해왔다. 책은 동서양을 비교하여 육십 갑자, 태양력과 태음력, 고대로마력과 율리우스력, 그레고리력 등을 소개한다. 책에 수록된 삽화도 아름다웠는데 가장 최고는 148페이지에 소개된 『프라하 구시가 시청사의 천문시계였다. 보자마자 헉~! 우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600여 년전에 만들어진 이 시계는 맨 위에는 '사도들의 행진'으로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 시계 산단의 문에서 12사도가 나와 회전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 아래에서 보면 어떤 기분일까?




빨리빨리의 시대를 살다가 우린 요즘 느림의 미학을 예찬하기도 한다. 부분적으로나마 '슬로우푸드'가 유행하고 있다. 시간과 관련된 표현에서 그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빨리를 원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은행 업무, 쇼핑, 영화 보기, 지인들과의 화상 통화나 줌을 이용한 수업 등 불가능은 없는 시대다. 점점 더 빨리를 원하는 시대가 만들어 낸 발명품이 아닐까? 어찌 역사과 과학을 떼서 생각할 수 있겠는가! 가끔은 느긋하게 은행 번호표를 뽑고 앉아서 잡지를 보며 내 차례를 기다리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느림과 기다림은 창조적인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자. 이제 대망의 조선으로 가볼까? 왕의 권력은 하늘에서 나온다. '역상수시'는 나라님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역상수시는 천문과 역법을 기본으로 하며 농업이 국가의 근본이었을 때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은 농정의 기본이었다. 조선시대 관상감에서는 매년 동지에 다음 해의 역서를 편찬하여 나누어주었다. 조선은 북경을 통해 천문학, 역학, 수학을 비롯한 서양 과학 서적을 수용했다. 그중 가장 인기 있었던 장르는 역시 역법이었다. 특히 세종대왕 시기 과학과 수학에 주력했고 뛰어난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많았다. 언젠가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에 갔을 때 왕이 쉬시는 왕릉 출입구에 건립된 기념관에 이런 자세한 기록이 있었다. 마당에는 해시계와 물시계 등 기념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세종대왕은 왜 자격루를 만들었을까? 이 역시 한글을 창제할 때의 마음과 다를 리 있겠는가! 애민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울 국립 고궁박물관에서 본 자격루를 책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정조 때도 이런 과학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졌다.  아쉬운 것은 과학이 그 시대의 문화를 넘지 못한다는 것. 성리학과 유교로 과학에 다소 등한시했던 조선의 뒤늦은 행보는 근대사회를 맞으며 기존 문화의 두꺼운 외투를 벗고 새 외투로 갈아입는다. 뼈아픈 제국주의의 시간을  겪은 우리는 지나온 문제들을 점검하고 우리에게 맞는 미래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창의력과 혁신성, 적용력과 융통성을 주장하면서 비판적 사고를 강조한다. 한 권으로 상당히 벅찬 분량이었지만 꼭 재독을 다짐해본다. 책은 성인뿐만 아니라 문이과를 넘어서  청소년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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