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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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한스미디어




왜 찬호께이를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책이다. 중국어권 미스터리의 대표 작가 찬호께이. 책의 목차에는 목차가 아니라 '곡목'이라고 적혀 있었다. 찬호께이 등단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작품 중 강한 임팩트를 주는 단편들은 모았다. 습작이라 이름이 붙은 작품도 3편이 있었는데 우와 이것은 습작인가! 작품인가! 



소설이 시의성을 지니지 않고 시대를 역류하거나 부정할 때 소설은 더 이상 가치가 없다는 것이 나름의 내 철학이다, 찬호께이 작품이 좋은 이유는 이 시대를 담고 있다는 것. 그 예로 2008년에 쓴 『파랑을 엿보는 파랑』의 경우는 놀라울 정도로 예지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주인공 란유웨이는 평범한 직장인다. 어느날 심람소옥이라는 블로그를 알게 되고 블로그 주인이 올린 글을 매일 엿본다. 처음엔 이 남자가 블로그 여자를 좋아하나 생각을 했는데 소설은 전혀 반전이었다. 이 작품 외에도 그런 반전을 주는 작품이 몇 있었는데 『올해 제야는 참 춥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크 웹에 가입한 남자는 차근차근 살인을 준비한다. 2008년에 이 작품을 읽었다면 크게 와닿지 않았을지도 모르나 오늘날 무분별한 인터넷 사용에 무서운 경고를 하는 셈이었다. 몰래 누군가를 지켜보는 쾌감은 SNS를 사용하면서 더욱 무분별하게 늘어난 것 같다. 인*타나 카*  개인 게시물을 통해 익명의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한다. 때론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 카*과 인*타 동시에 계속 아이디를 바꿔서 친구 신청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잠시였지만 소름 돋는 경험이었다. 익명성을 무기로 나도 모르게 범죄에 노출되기도 하고 또한 악성 댓글을 통해 내가 범죄에 연루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2008년에 처음 활동할 때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작품을 썼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고작 세 페이지짜리 짧은 글인데 강렬했던 작품은 『필요한 침묵』이었다. 10년 넘게 감옥에 갇힌 주인공. 자신이 왜 이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노예처럼 살아야 하는지 모른채 시작된 소설은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여긴 도대체 어딘지? 그는 왜 감옥에 오게 되었을까? 꽤 심각하게 고민을 했는데 그런 고민들은 결말 부분에서 한 방에 시원하게 날려버린 작품이었다. 




『추리소설가의 등단 살인』이라는 작품에서 너무 순진하게도 이거 실제 있었던 일 아냐? 혼자 생각하며 웃었던 작품이었다. 물론 추리 소설이기에 살인이라는 끔찍한 도구가 투입되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작가가 되기 위해 혹은 작품을 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징크스를 가진 사람들을 여럿 봤다.   『시간이 곧 금』이라는 작품은 타임 슬립 작품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악마와 거래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가 시간을 판 대가로 얻는 것은 돈이었다. 그가 원하는 시간으로 갈 수 있었지만 상황은 또 다른 함정을 만들고 결국 그는 자신이 판 함정에 빠지는 결말이었다.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막상 자신에게 닥치면 또 잊어버리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이 사람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혹은 불륜에 복수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내 사랑, 엘리』   시페 처리하는 부분에서 과학적인 조사도 많이 한 작품이었다. 미래 지향적인 소설 『커피와 담배』도 인상적이었다. 정말 어울리는 두 가지 소재를 일어날 수 없는 상상력으로 버무린 찬호께이다운 작품이었다. 책의 맨 뒤에 작가 후기에서 책 제목이 왜 『디오게네스 변주곡』인지와 각 챕터마다 소품처럼 등장한 음악가들 이름과 작품명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작품 속 이야기는 서로 관련이 없지만 유사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변주곡처럼 쓰고 싶었다는 작가. 유튜브에서 작품의 배경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찬호께이 등단 10주년 기념작 디오게네스 변주곡과 함께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누구나 추리소설 애독자가 되게 하는 찬호께이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Emotion Icon도서를 지원해주신 한스미디어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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