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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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장편소설/ 해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 대표작

100쇄 기념 에디션』




나는 바로 알아차렸다. 이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유는 뭘까? 1권 『눈먼 자들의 도시』을 읽고 바로 눈치챘고 2권 《눈뜬 자들의 도시》를 읽고서는 확신했다. 그는 인류 공통의 문제를 제시했고 전 세계인이 그에 공감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악랄한 본능, 탐욕, 성욕, 권력욕 등 다소 불편한 부분을 불완전한 문체로 그려냈다. 따옴표나 기타 문장부호 없이 어슬픈 문장들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내는 것은 바로 인간들의 탐욕이다. 1권을 읽었을 때 너무 불편했다. 빨리 마무리하고 싶을 정도로 양심을 자극하는 내용들.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고 작가는 말했다. "자, 이게 우리들의 모습이다. 어서 와서 보라"고. 재미와 가독성을 떠나 시의성이 주는 불편함, 양심과 전혀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 잔인함과 폭력 등을 보면서 자책하고 양심에 부대껴서 혼자 얼마나 괴로웠던지! 2권 『눈뜬 자들의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내용만 살짝 달라졌을 뿐, 그 무대에서 같은 배우가 또 다른 불편함으로 나를 자극했다.




이 눈뜬 자들이 사는 도시는 우익정당, 중도정당, 좌익정당으로 3분법화 되어있다. 여기서 벗어나는 행동? NO! 상상할 수 없다. 왜? 그건 범죄니까! 헉! 우리 대한민국이라고 다를까? 기존 질서 밖에 있는 것들. 선 밖에 선 자들에 대해 우리는 어떤 편견을 들이대었나? 굳이 백색 투표지를 던진 백돌이들이 아니더라도 선 밖에 선 나들은 많다. 예를 들어 볼까? 아파트 건설 현장 크레인 꼭대기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는 비정규직들, 아슬아슬 불안한 크레인에 칼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버틴다. 그들은 선 밖에 있나? 하루아침에 해고된 청소용역업체 여성 노동자들도 농성을 하다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거구들에 의해 해산되었다. 신고하지 않은 집회여서 해산되었는데 그들은 기존 질서의 벽 앞에서 그들에 맞대응 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들 중 한 명이 과녁이 될까 봐 두렵다. 




스포가 될 것 같아 최대한 자제하는데 또 흥분상승인가! 1권에 등장했던 의사부인이 2권 눈뜬 자들의 도시 내용에서는 4년 전일이다. 그래, 뭐 몇 년 전이든간에 그때 모두들 눈이 멀었었다. 이 도시 전체가 눈먼 자들로 가득했다. 의사 부인은 혼자 눈이 멀지 않았다. 그 현상은 수도의 유권자 83퍼센트가 백지투표를 하는데 책임이 있다는 거다. 그들에게는 단지 목표 과녁이 필요했고 의사 부인이 걸려들었다. 의사 부인이라는 과녁이 아니면 또 다른것 또 다른 과녁을 찾겠지? 하하! 의사 부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과정은 코미디 같아서 그저 웃음이 나왔다. 이런 무능한 정부 같으니라고!  




이 책 역시 큰 줄거리는 간단하다. 첫 번째 투표에서 비도 오고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재선거를 했으나 결과는 더 안 좋았다. 83%가 백색 투표용지 그대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토론 끝에 계엄령을 선포한다. 계엄이라고? 계엄령 말인가? 내 눈을 의심했다. 이 문장을 보면 한국인들은 과거를 떠올릴 것이다. 계엄, 신군부, 폭력, 탄압 등의 키워드가 자동으로 떠올랐다. 책은 고통이다. 우리 근대사에서 과녁이 된 사람들이 떠올랐다. 이한열 열사, 박종철 열사 같은 분들... 백색 투표용지처럼 내 가슴도 하얗게 무너져 내렸다. 




정부는 이 사태를 『백색 실명 전염병』에 이어 이번에는 『백지 투표』라는 전염병으로 규정한다. 민간사찰, 불법 취조,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하는 눈뜬 도시의 정부 대단하다! 스물일곱 개 부처 고위급 간부 회의가 열렸다. 『나는 이것을 파국이라 부르고 또 짐이라 부를 것입니다』 길 잃은 양떼를 다시 우리로 이끄는 애국적 임무라...  백지투표 행위를 무정부주의자들의 음모라고 생각하고 공병대원들은 수도를 경계로 바리게이드를 쳤다. 수도 밖에서 산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출퇴근이 문제였는데 회사 운영의 핵신적 관리자와 기술 팀에게만 출입 증서를 발급해 준다. 이거 뭐 하는 짓이지? 며칠 못 가 이 체제의 어려움은 비온 뒤 발밑에서 피어나는 버섯처럼 퍼져갔다. 




백지투표를 한 사람이 수도 주민의 83%. 수도의 거리에 가슴에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리는 백지투표를 했다』 정부는 결국 수도에서 철수할 계획을 세운다. 부처마다 서로 겹치지 않게 다른 경로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자신들을 버려두는 것에 대해 이 도시가 느낄 수도 있는 불쾌, 불만, 분개를 표현하려고 시위자들이 모인다 해도, 한 곳으로 집중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 3시의 '대탈출 작전'에 헛웃음이 나왔다. 마치 코미디를 방불케하는 대탈출 작전. 그들의 목표는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그들은 스스로 싸움과 충돌이 일어날 것이고 마침내 정부의 소중함을 알고 반성한다? 근데 이들 대통령을 부르는 호칭이 '각하'다. 이렇게 번역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정말 '각하'하면 또 생각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이 문장들은 다음날 신문에 난 표제들이다. 같은 현상을 두고 신문사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 흥미로웠다. 어디서 많이 본 문구들이다.


『수도 하룻밤 새에 고아가 되다!

선거 폭탄 유권자들의 얼굴에서 터지다!

백지투표자들 정부에 의해 백지가 되다!

정부가 봉기를 일으킨 수도에 본때를 보이다! 』



이제 남은 시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청소부들은 자발적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장관과 시장과의 대화는 잘 통하지 않았다. 서로 자기 말만 하고 있다. 폭발 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다. 폭발의 배후는 누군가? 우리가 상상하는 그 분들이다. 정부는 이 사건을 '백돌이들의 테러'라고 규정짓는다. 테러 사흘 뒤 사람들은 팔에 하얀 완장을 두르고 나왔다. 시장도 시위대에 합류한다, 시장 스스로 시장직을 걸어 나왔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상황에서도 계속 표 걱정을 하는 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누구 하나 과녁으로 삼고 이 사태를 힘으로 누르려는 자들. '백지'라는 말은 최악의 외설적인 욕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용하고 있다.  시장은 아내와 자식들을 떠올려본다. 동부 전철역에서의 폭발사고 현장의 유일한 당국자로서. 이 눈먼 세상에 유일한 양심인가? 




언론은 이 테러 공격을 백돌이들의 봉기와 관련된 테러리스트 그룹의 소행으로 보았다. 내무부 장관과 총리는 시장의 사임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폭탄 테러의 책임을 적당히 그에게 떠넘기자는 계략을 세운다. 내무부에서 입수한 정보는 정확했다. 도시는 시위를 준비하고 있었다. 장례를 치르지 않기로 한 관을 메고서. 시위대는 5만이 훨씬 넘었다. 시위대는 대통령궁을 행했다. 우익정당과 중도정당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은 각자 가족회의를 열고 이 도시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탈출 행렬은 초소의 경계선 폐쇄가 시작된 후 단 한 사람도 넘을 수 없다. 그들을 설득하고 회유하기로 결정한다. 폭도에게 수도를 버려두고 오는 것은 반국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면서.




문화부 장관은 정곡을 찔렀다. 이들 4년 전의 모두 눈먼 상황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는 협정에 온 국민이 참여했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에 모두 눈이 멀었고 지금도 계속 눈이 먼 상태일지도 모른다"  법무부 장관이 먼저 사표를 내고 나갔다. 한 명의 제보자가 등장한다. 가장 먼저 눈이 멀었던 그 남자. 음식을 얻기 위해 자신의 아내를 깡패 무리에게 보냈던 남자, 아내는 더러워졌고 참을 수 없었다며 결국 이혼을 했다. 남자의 제보를 보고 난 뒤 마침 과녁을 찾던 정부는 쾌재를 부른다. 의사 부인과 이 백색 투표 사태의 연관성을 찾는다. 소설은 어두운 결말로 끝났다.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 스펀지에 물을 적시듯 묵직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이 눈먼 세상에서 눈뜬 자들이 교묘한 언어로 우리를 속이고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 시민들은 끝내 침묵했고 침묵은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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