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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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 먹을 수 있는 여자 

The Edible Woman





여자가 케이크 위에 아주 편한 자세로 누워있다. 그 옆에는 숟가락이 하나 있다. 표지가 강렬했다. 제목 역시 상당히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작품을 무려 스물세 살에 기획해서 스물넷에 집필 했다. 당대에는 너무 암울하다는 이유로 캐나다의 출판사 세 군데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저자가 1965년 시험 답안용 공책에 술술 써 내려간 작품이라고 한다. 책은 1969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왔고 당시 북미에서 페미니즘 열풍이 불었다. 작품은 페미니즘 운동이라 간주되었지만 저자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프로토 페미니즘 문학'이라고 단언한다.  




이 작품이 집필될 당시 시대적인 배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 캐나다는 어땠을까? 2세대 페미니즘 가족과 직장 내에서의 실질적인 불평등과 재생산권 등 그 구체적인 독립을 시도하는 시기였다. 여성이 일을 하려면 미혼이어야 한다. 결혼과 동시에 자연스레 일을 그만둔다. 이 소설이 나온 지 무려 50년이 지났다.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 여성들의 처우는 좀 달라졌는가? 육아로 인해 강제 휴직 상태인 지금 개인적으로도 정말 와닿았다. 이 작품으로 1960년대 페미니즘의 문을 열었다는데 이는 거창한 여성 해방이 아니다. 나는 '무엇은 무엇이다'라고 규정짓는 것이 거북하다. 페미니즘의 본질은 여성을 상위 개념으로 보자는 운동이 아니거니와 '여성'이라는 대상에 대한 '따뜻한 인류애'라고 말하고 싶다. 




서사를 끌고 가는 두 축 메리언과 에인슬리다.  두 사람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함께 하숙을 한다. 집주인은 미망인으로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 매사에 깐깐한 스타일이라 눈치가 보이지만 메리언의 경우에는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잘 대처한다. 여주인은 까탈스럽게 굴지만 저렴한 방세 때문에 참고 견뎌야 한다. 메리언의 남자친구인 피터는 작은 법률 사무소의 수습 변호사다. 두 사람은 졸업 기념 가든 파티에서 만났다. 에인슬리는 전동 칫솔 회사의 불량품 테스트 직원으로 일한다. 현재 화가를 남자친구로 사귀는 것이 목표다. 그녀는 자기의 직장을 두고 대졸이 왜 그런 직장에 다니냐는 눈빛을 보내면 이렇게 말했다. "요즘 같은 때에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달리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라고. 나는 몹시 놀라웠다. 무려 60년 전 소설인데 그때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퇴근 시간 메리언에겐 특별 임무가 내려지는데 맥주 브랜드 설문조사였다. 남자 친구인 피터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늘 저녁에 못 만다는 얘기. 허탈한 마음으로 있는 그녀에게 클래라가 저녁 초대를 한다. 물론 룸메이트인 에인슬리와 함께 가기로 한다. 클래라는 어린 두 아기를 키우며 셋째를 임신 중에 있다. 집 안은 어질러져 있었다. 아이는 오줌을 싸고 보챘다. 남편 조는 클래라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아! 정말 전형적인 가정이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에인슬리는 아이를 낳겠다고 말했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 "미혼으로 혼자서 애를 낳아 키운다고?" 메리언은 놀랐다. 에인슬리는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긴다.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 렌을 통해 임신을 한다. 렌은 에인슬리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자신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자기는 이 임신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다고까지  한다.




메리언의 직장에서는 설문조사 만드는 일을 주로 한다. 대학을 나와도 여성들은 대부분 고만고만한 일을 하고 방세를 아껴야 한 달을 살 수 있다. 그날은 마시는 맥주의 양에 대한 방문 설문이 있었다. 현장을 다니다가 덩컨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그는 고학력자이지만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상당히 의존적이다. 같이 사는 두 룸메이트에게 일일이 간섭받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가끔 돌발행동을 한다. 딱히 취미도 없거니와 가끔 빨래방에 가서 빨래를 하거나 옷을 다림질하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피터와 친구 렌을 만나는 자리에 동석한다. 메리언은 대화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와 어둠 속을 달렸다. 피터와 일행은 놀라서 뒤를 쫓아온다. 한밤중의 달리기는 마치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어느새 뒤따라 온 피터는 "괜찮냐"는 말 대신 "왜 이래" 라고 묻는다. 그의 행동을 폭력처럼 느껴졌다. 그를 뒤로 하고 빗길을 걸었다. 옷이 젖는다고 느낄쯤에 그가 차로 따라왔다. 결혼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일요일 오후에 다시 찾아온 그와 결혼 날짜까지 약속한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결정해도 되나? 메리언도 평범한 가정 남들이 하니까 가는 그런 과정을 가나보다 했다.




친구 클래라는 세 번째 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했다. 그녀를 보러 병원에 갔다. 클래라와의 대화는 늘 아기와 집, 가정사 클래라는 일반적인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에인슬리가 렌과의 데이트를 위해 집을 비켜 달라고 부탁했던 날 막상 갈 곳이 없다. 메리언은 영화관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빨래방 남자를 또 마주친다. 며칠 후 그는 빨랫감을 가지고 집으로 와 달라고 한다. 다림질할 게 없다며 지금 당장 다림질할 옷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괴짜 남자 뭐지?? 그의 집에 들어갔는데 거울도 깨져있었다. 다림질을 하면서 계속 횡설수설 끝없이 말을 이어가는 남자. 두 사람은 자주 만났다. 그의 룸메이트 트레버의 초대로 집에서 식사를 한다. 






"너는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스스로에게도 남자친구에게도 자꾸 묻는다. 결혼 전 마지막 파티 날 지인들을 다 초대했다. 메리언과 피터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느낌. 청혼을 받아들이고부터 자꾸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늘어났다. 먹을 수 없는 상태는 그녀가 거부하는 여성들의 어긋나고 불합리한 삶에 대한 거부반응일까? 먹는 행위를 놓고 본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움이다. 지극히 정상인 듯 보이는 그녀는 비정상인 사회에 살면서 스스로를 질타하고 마침내 그 굴레를 벗어던진 것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이 사실은 자연스럽지 않은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1~3부가 서술되는 동안 시점이 세 번 바뀐다. 1부에서는 메리언 1인칭, 2부에서는 3인칭으로 3부에서는 다시 1인칭으로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완독 후 다시 보니 시점의 변화까지 신경 쓴 저자의 역량이 돋보였다.  마지막 장면은 서늘해질 정도로 강렬하게 와닿았다.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시체라고 부르며 먹다 남은 부분을 싹 다 먹는 덩컨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책에 등장하는 세 여자 메리언, 에인슬리, 클래라와 네 남자들. 결혼은 관례나 절차라로 보고 여성에 대한 은근한 무시와 차별을 깔고 있는 피터, 여자는 남자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덩컨, 여자를 성적인 도구로 보고 만나는 여성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렌, 성실한 가정생활 속에 여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조 등 다양한 인물들은 196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2020년에도 여전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여성, 남성, 차별, 공존, 성 역할, 가치관, 책임감, 편견 등 책에 함축된 수많은 주제들이 있다. 이것을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카테고리로 보지 않더라도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 중 가장 술술 읽혔던 책이었다. 가볍게 서술되었지만 무게감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이었다.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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