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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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나폴리 4부작





​돈도 남성의 육체도 학업조차도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차라리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것이 나았다. 

지금 내 주위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스스로 헤쳐나갈 길은 얼마든지 있으니 힘내보라고 하겠지만 시간적 배경은 50~60년대 나폴리이고 그 무렵은 나폴리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여성들에게 가혹한 시간들이었다. 60년이 더 지난 지금 우리의 의식은 많이 달라졌을까? 2권은 무려 671페이지였다. 3, 4권으로 갈수록 점점 더 두툼해진다. 나폴리 시리즈는 총 네 권인데 1권은 유년 시절 이야기, 2권을 10대 후반에서 20대를 다뤘다. 1권에서 두 주인공 레누와 릴라가 태생대로 숙명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꼈다면 2권에서는 다소 기시감이  느껴졌다.




첫 장면에서 릴라는 금속으로 만든 상자를 내민다. 공책 여덟 권이 들어있었다. 일기 비슷한 끄적임이었다. 열어보지 말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꺼내서 읽는 레누. 심지어 강물에 던져버린다.  질투심에 불타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법. 레누의 행동이 너무 과하다 싶었는데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더 불타오르는 질투심이 이해가 되었다. 




스테파노는 어린 시절 릴라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긴 구두를 마르첼로에게 넘겼다. 그것을 본 순간 릴라의 마음은 완전히 돌아섰고 절망과 분노로 가득했다. 결혼 후 스테파노는 그 시절 남자들이 그렇듯 아내를 제압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다.  왜 폭력이 수단이 되는가? 2권에서 폭력의 장면은 너무도 빈번하고 가혹하다. 스테파노는 릴라를 때리고 심지어 아이가 자는 방에서 거부하는 릴라를 힘으로 제압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한다. 자신의 누이가 이토록 학대당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리노는 아내이자 스테파노의 여동생인 피누차에게 똑같이 폭력을 휘두른다. 참으로 가관인 것은 남편에게 맞아 멍든 얼굴을 부끄러워하는 여자들 그리고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다. "네가 잘못했으니 맞았겠지! 맞아야 버릇을 고친다." 뭐 이런 식이다. 아~~ 분노 게이지 상승!!





레누는 여전히 니노를 좋아하면서도 안토니오와 사귄다. 안토니오에게 영장이 나오자 솔라라 형제에게 부탁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안토니오는 자존심 상해하며 차라리 군대에서 죽어버리는 편이 낫다고 화를 낸다. 이는 안토니오와의 결별로 이어진다. 레누의 행동이 의아스러웠다. 안토니오와의 관계도 그렇고 후반부로 가면 사랑하는 니노를 릴라에게 빼앗기고 상실과 절망감으로 힘들어한다. 어느 날 바닷가에서 다시 만난 니노의 아버지 도나토 사라토레와 첫 경험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성으로는 싫지만 뭔가 딱히 거부하지도 못하는 미묘한 상태? 이걸 어떻게 납득해야 하는지! 왜 니노에게 한 번이라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했을까?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했다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네가 내 친구를 사랑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릴라와 스테파노 사이에는 왜 아이가 생기지 않는지 가십거리가 마을에 퍼진다. 엄청난 부자인 스테파노가 남자구실을 못하는 거 아니냐며...  스테파노는 레누를 만나기를 원했고 이 자리에서 릴라를 때릴 수밖에(?) 없었던 변명을 늘어놓는다.  양장점에 걸린 릴라의 사진을 보고 흥분하는 스테파노. 남의 아내 사진을 걸어놓느냐며 화를 내고 결국 사진을 떼내온다. 2권에 와서는 릴라 캐릭터에 대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가난한 구둣방의 딸로 태어나 책을 열심히 읽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서 살 줄 알았다. 이건 정말 내 개인적인 바람이었나 보다. 릴라는 마을의 암시장 상인, 고리대금업자 어릴 때부터 두려움의 대상이던 돈 아킬레의 아들 스테파노와 결혼을 하고 친정에 도 경제적인  보탬을 준다. 




부잣집 사모님으로 신분 상승한 릴라네 집을 방문하며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 어느 날 릴라는 사립학교에 등록하고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마치 세상에 도전이라도 하듯이. 둘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이 가기 시작한 건가? 모처럼 만에 만난 릴라는  옛날 친구들을 만났다며 자랑을 한다. 결혼만 했지 아직 어린애 같은 면이... 고등학교 시험도 보지 않겠다는 릴라 그녀는 임신 소식을 전했다. 릴라는 스테파노의 옛 식료품점을 새로 개조하고 가계 살림을 맡았다. 그녀가 말한 '내면의 공허함'이란 뭘까? 그들은 고작 열일곱 살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안토니오는 입대를 하고 니노가 자취를 감추고 릴라는 식료품점에 몸이 매였다. 모든 게 제 자리로 돌아갔다. 체룰로 구두와 솔라라 구두가게에 대한 반응은 점점 좋아진다. 지역 신문은 좋은 기사를 써주었는데 미켈레가 여기저기 돈을 뿌리고 다닌 대가였다.  피누차와 리노의 결혼식이 있었다. 첫아이가 유산되자 의사는 체력 보강을 권하고 릴라 가족은 바닷가로 휴양을 가는데 레누에게도 같이 가자고 졸라서 함께 하게 된다. 바닷가에서 다시 만난 니노. 뜻밖에도 유부녀인 릴라에게 구애를 한다. 릴라는 이를 받아들이고 두 사람 사이에 뜨거운 사랑을 하는데... 아! 레누 마음이 어땠을까? 나폴리 사람들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릴라에게 주목하고 남자들은 모두 릴라에게 반한다. 심지어 임신한 유부녀인데도 말이다. 어릴 때부터 질투를 느낀 레누. 사실 릴라보다는 레누가 낫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가난한 집 줄줄이 딸린 동생들, 무식한 부모 밑에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공부를 하고 마침내 대학까지 진학하고야마는. 물론 결말은 가 봐야 알겠지만 둘 줄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레누를?




2권에는 바닷가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나폴리의 아름다운 해변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그 배경 아래서 질투와 분노, 욕정과 욕망, 부에 대한 갈망과 좌절, 두려움과 통제할 수 없는 감정들, 10대와 20대를 지나는 소녀들이 여인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번역자 김지우는 정확히 짚었다, 사실 믿었던 신랑의 배신, 강간 장면, 가정 폭력, 혼외정사, 가출, 맞바람, 혼외임신, 이혼...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지만 소설 전체를 놓고 보면 하나의 일화일 뿐 작품 전체를 놓고 보라고 한다. 또한 다층성, 계급 간의 갈등, 빈보 격차, 물질 만능 주의 등의 사회적 이슈를 다뤘다고 하지만 모르겠다. 다만 두 여주인공의 감정선이 시대적 배경과 함께 섬세하게 펼쳐진다는 점에 만족한다. 




릴라는 낡고 좁은 아파트에서 아들을 키우며 살아간다. 과연 그녀는 자신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척할 것인가?책의 시작이 66세가 된 릴라와 레누였는데 아직 노년기까지 가려면 멀었다. 앞으로 남은 두 권에서 제발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는 두 주인공을 만나고 싶다.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품은 채 3권으로 갑니다!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읽고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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