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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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2020 리뉴얼시리즈




깊이에의 강요





지난가을에 시작한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다섯 권  읽기.  대망의  마지막 책 『깊이에의 강요』 리뷰에 앞서 잠시 숨을 골라본다. 대개는 이렇게 긴 시간 시리즈물을 쥐고 있으면 놓고 싶은 마음이 들법한데 쥐스킨트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났지만 쥐스킨트만큼 독창적인 작가도 없었다 싶다. 《비둘기》- 《콘트라바스》- 《향수》- 《좀머 씨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깊이에의 강요》 이렇게 나름의 순서를 정해서 읽었다. 그 선택은 참으로 완벽했다. 


나는 왜 이 책을 가장 뒤에다 두었던 걸까? 4 편의 짧은 단편 묶음이기도 하고 제목처럼 쥐스킨트의 작품을 다 접한 후 가장 마지막에 내 깊이도 어느정도 무르익었을 때야 읽을 것이라는 계획이었다. 사실 쥐스킨트의 책 중 어느 것 하나 빼놓고 싶은 것이 없다. 이렇게 다 완벽하게 좋은 시리즈는 드물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깊이에의 강요

 "너는 아직 깊이가 부족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그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해석하기 나름 아닐까? 나는 그 말을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생각했다. 평론가는 소묘 화가에게 깊이가 없다는 글을 기고함으로써 한 명의 예술인을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녀가 생을 마감하고 나서야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단평을 낸다. 순발력 한 번 대단하다!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깊이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우리 사회나 집단이 주는 폭력성. 무자비한 깊이에의 강요를.



♤승부 

일흔 살 가량의 왜소한 남자 체스 고수 장과 낯선 젊은 도전자. 구경꾼들이 보고 싶은 장면은 뭘까? 새로운 도전자에게서 천재적인 공격, 빛나는 승리를 원했을까? 이미 그는 매력적이면서도 다가갈 수 없는 외모, 우아한 옷차림, 아름다운 몸매에 침착성과 자신감까지 좌중을 압도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에게 당한 패배에 대한 앙갚음을 해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에 군침을 흘리던 관중들은 젊은 도전자의 패배를 보고는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누군가를 구경할 때도 있고 때론 내가 구경거리가 될 때고 있다. 그것이 삶 아닐까? 대전이 끝나자 장은 혼자 자리를 정리하며 다시 수를 되새김질한다. '혁신'과 '보수', '변화'와 '현상 유지'라는 두 축으로 볼 때 나는 어느쪽일까? 혁신과 변화를 추구라는 젊은 도전자의 모습일까? 자신의 것을 온전히 지키고 유지하려는 장의 모습일까?


젊은이는 자신이 졌다는 표시로 아주 상스럽게 킹을 쓰러뜨렸다. 장은 이겼지만 결코 이긴 것이 아니다. "자네는 지지 않았어."    


진정한 대가는 그렇게 하는 법니다. 진정한 대가는 과감하게 모험적으로 그리고 독창적으로 체스를 둔다. 그것이 평범한 체스꾼들과 전적으로 다른 점이다. 


♤장인 뮈사르의 유언 

주인공 뮈사르는 금세공사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정원을 가꾸다 우연히 돌조개를 발견한다. 조개를 연구하는데 남은 생을 바친다. 그는 결국 온몸이 화석처럼 굳어가는 병에 걸려 생을 마친다. 그는 무지는 수치가 아니라는 유언을 남긴다. 처음 발견한 지식이나 정보에 매몰되어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할 때가 있다. 오히려 자신이 만든 깊이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세상이 정한 규칙이나 법규 혹은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들이 반드시 옳을까? 



♤문학의 건망증 

책벌레인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건망증이 심하다. 책의 줄거리는커녕 읽었다는 기억조차도 없는 책들이 허다하다.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라는 구절이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독서는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기록을 남긴다. 악착같이 남기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면 결국 남아있는 기억을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 기록과 일기를 남긴다. 집요한 내 모습을 본다. 4편의 단편은 결국 하나의 주제로 통한다.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를 뚫고 나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삶의 궤적을 횡단하는가? 내게 정답 없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 매력 넘치는 책이었다. 







마지막 책 리뷰를 쓰는 내내 눈물이 났다. 사실 눈물은 《좀머 씨 이야기》 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떠나보낸 것도 없는데 왜 이리 헛헛한 마음이 드는지 모를 일이다. 다섯 권의  책 속 그 주인공들의 감정이 전이된 것일까? 책에 아로새겨진 수많은 문장 속에서 나를 보았다. 이제 다시 못 볼 연인 떠나 보내듯 나는 쥐스킨트를 정말로 내려놓는다. (다섯 권의 쪼개 읽기 중간 리뷰와 모먼트, 완독 서평은 블로그와 네이버 포스트에 기록했습니다. 고가의 도서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와 열린책들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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