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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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아사쿠라 아키나리 장편소설/ 블루홀식스






그런 아이는 꼭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만약 결석해도 안 왔는지 모르는 아이. 졸업 후 단체사진을 꺼냈을 때 도무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아이. 수학여행 전 날 레크리에이션 준비로 떠들썩한 교실에 혼자 책을 펴는 아이, 학교 예술제 때 다른 학교 친구들을 초대하고 모두가 신나있는 동안 슬그머니 학교 뒤뜰로 나가는 아이. 이 책에도 그런 아웃사이더가 등장한다. 학교나 청소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우리 어른들이 사는 세상보다는 아직 투명하기 때문이다....



  

복선의 마술사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오른 아사쿠라 아키나리! 세상에! 이제 1989년생이라고 한다. 젊은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느낄 즈음 소설은 끝났다. 일본의 학교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공통점이 있었다. 같은 아파트 옆집에 사는 시라세 미즈키.  친구들의 잇따른 죽음 때문인지 미즈키는 세상과 단절해있다. 주인공 가키우치는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담임 대신 미즈키네 집으로 향한다. 이미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같은 아파트 이웃이자 친구였다. 어느 순간인가 양쪽 부모님 사이가 냉랭해지기도 했고 또 두 사람이 사춘기가 되면서 멀어졌다. 겨우 얼굴을 마주한 미즈키는  충격적인 말을 꺼낸다. 그녀는 도우카, 다쓰야, 겐유 이 세 사람의 죽음은 결코 자살이 아니라고.



'베르테르 효과' 우울은 전염된다. 사립 고등학교에서 세 건의 자살이 발생했다. 세 명이 자살 현장에 써 놓은 똑같은 유서! '나는 교실에서 너무 큰 소리를 냈습니다. 조율되어야만 합니다. 안녕'. 어느 날 자신에게 발송된 편지 한 통으로 가키우치는 알 수 없는 능력을 전해 받는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차츰 자신이 '수취인'임을 인식한다. 미즈키의 말대로 세 명의 사건은 자살이 아니라 누군가 개입된 사건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도 평범한 살인이 아니라 무언가 말로 하기 힘든 초능력 같은 힘이 작용했음을 깨닫는다. 그는 스스로 범죄의 현장에 뛰어들어 사건을 파헤친다. 어딘가 의심스러운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녀는 왜 살인 사건 중 두 건의 현장에 있었을까?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온갖 상상을 해보았지만 작가가 쳐놓은 그물에 걸려 예측할 수 없는 스릴이 있었다. 다음 타깃은 야마리기 코즈에!




가키우치는 한 아이 곁을 맴돈다. 가키우치는 마음속으로 그 아이를 범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약속대로 사회과 자료실에서 만난다. 어쩐지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무표정한 아이는 묻는다.  왜 너는 야마기리 코즈에를 지키려는건지 모르겠다고...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계속 죽이겠다고 한다. 과연 새로운 '수취인'이 가진 능력은 뭘까? 또 다른 수취인인 야에가시 역시 그 아이를 의심했다. 세 사람의 자살은 이제 네 사람으로 늘었다. 



부국강병 게임의 이야기와 루소의 이야기가 배경처럼 떠올랐다. 작가가 깔아놓은 서사에서 다소 철학적인 요소가 등장한다. 뭔가 단서를 잡았나? 어른들의 세상에만 존재하는 비합리적인 카스트제도는 아이들의 교실에도 그대로 존재했다. 설립자인 '기시타니 료켄 씨'는 어떤 생각으로 '수취인'의 능력을 만들었을까? 과연 그 능력이 불공평하게 분배되기를 원했던걸까? 온통 의문이다. 가케우치가 찾은 인물 말고 또 다른 수취인은 누굴까? 그가 가진 능력은 뭘까? 그 능력은 어떻게 발동되는걸까?



우리 모두가 그를 아웃 사이더로 만들었는지 그가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일말의 양심이 있고 그 양심에 조금이라도 흠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마음은 작품 속 아이들의 모습이나 실제 우리들의 모습이나 매한가지다. 어차피 서로의 생각은 평행선이다. 지구 한 바퀴를 돌지 않는 이상 평행선은 만날 수 없다. 다들 "괜찮아 보인다"고 말할 때 혼자 "그건 별로지 않아"? 라고 말할 용기는 없다. 피해자인 척하는 우리가 가해자인지도.






첫 희생자 다카이 겐유가 죽었을 때 가키우치는 속으로 웃었다. '앞으로 부담 없이 아르바이트에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범인이 조율하려고 하는 세상은 결국 '유토피아'가 될 수 있었을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교실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조율되지 않은 교실에서 간신히 버틴 아이들은 '세상'이라는 '더 큰 교실'로 옮겨갈 뿐이다. 가슴에 손을 엊고 생각하면 조율하고 싶은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부적응자일지도. 추리소설을 잃고 뭉클하기는 처음이다. 살인이라는 잔혹한 범죄가 포함되어 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교실이 주는 의미는 공동체, 그리고 그 안에 적응하지 못하는 많은 부적응자들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아이의 손목에 그어진 자해 흉터를 본 적이 있다. 아주 미약한 작은 흉터였지만 금세 알아차렸다. 왜냐고 묻지 않았다. 다만 꼭 안아주었다. 과연 아이들은 그 많은 상처를 견디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가 함께 봐야 할 참다운 추리소설 한 편이었다. 만일 그대에게 초능력 하나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받고 싶은가?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읽고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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