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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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한길사




얼굴 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시리즈』 중 1권 《나의 눈부신 친구》 등장인물 소개만 세 쪽이었다. 구두수선공 가족, 시청 수위네 가족, 목수네 가족, 미친 과부 가족, 시인이자 철도원 가족, 야채장수 가족, 주점 및 제과점 소유하고 있는 가족, 제빵사 가족, 선생님들이다. 책은 이렇게 많은 인물들의 복잡 다양한 삶을 주인공 레누의 시선으로 수직으로 들여다본다. 



책은 리노의 어머니 실종으로 시작된다. 리노 그는 어떤 인물인가! 일평생 암거래 말고는 일다운 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낭비와 방탕한 사람이었다. 리노의 어머니 라파엘라(릴라)는 30년 전부터 사라지고 싶다고 말해왔다. 릴라는 모든 흔적을 지우기라도 할 듯이 자신의 손에 닿았던 모든 것을 지워버리려 하고 있었다. 대체 그녀는 왜? 어디로 간 껄까? 릴라의 친구 레누는 1인칭 시점으로  과거를 회상한다.




유년시절을 떠올려본다. 릴라를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남자아이들이 짓궂게 돌을 던지자 릴라가 반격했다. 릴라가 던진 돌멩이는 엔초의 발목에 날아갔고 엔초는 다시 릴라의 이마에 돌멩이를 던졌다. 아이든 어른이든 폭력이 난무하는 시절. 아이를 2층에서 던지는 구두 수선공 페르난도 씨. 여자아이는 집안 살림이나 하다가 시집가라는 그의 아내 등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다소 불편한 내용이 빈번하다. 책의 내용이 과거의 어느 시점임을 자각하고 읽어야 한다. 1인칭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왜 이 책을 햇빛 바삭바삭한 얘긴 줄 알았던 걸까?  사춘기- 구두이야기의 부제가 구두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사춘기라는 것이 '구두'라는 물상을 통해 대변된 것이 아닐까? 릴라와 오빠는 구두를 만들었다. 아버지는 그냥 하던 대로 구두 수선이나 하라며 반대한다. 릴라의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고지식하며 그 자리에 머물기를 원했다. 그 시대는 원래 그랬던가? 폭력을 휘두르면서 폭력인 줄 모르던 시기. 한편 레누는 중학교에 가보니 막상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겨우 낙제를 면한 것이다. 처음부터 공부를 시킬 마음이 없던 어머니는 이때다 싶어 그만두라고 한다. 여성은 교육에서 완벽하게 배제되었던 시기. 카르멜라도 레누도 생리를 시작했다. 릴라는 여전히 비쩍 마르고 키도 작다. 동네 건달이 돼버린 솔라라 형제, 돈 좀 있다고 사람 알기를 우습게 아는 애들이다.올리비에로 선생님은 파스콸레와는 이야기 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한다. 미래가 창창한 너 같은 아이에게 파스콸레 같은 남자아이는 당치도 않다며...





동네에서 크고 작은 파티가 있었고 예상외로 남자아이들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릴라였다. 레누의 본격적인 질투가 아지랑이 일 듯 피어오른다.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변화에 놀란 적이 있는가?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키도 작고 몸도 약했던 내 친구 P. 릴라를 보는 내내 P가 떠올랐다. 속으로는 질투심이 피어올랐지만 아닌척하는 나 자신에게도 놀라웠다. 어른이 되었고 그녀는 가난했던 집을 벗어나 멋진 직장을 구하고 좋은 사람과 결혼했다. 그런 변화를 쭈욱 지켜보며 나도 성장해갔다. P가 내 마음을 알든 모르든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치열했던 사춘기 한가운데 우리 둘이 함께 있었다는 것.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 그것도 과거의 소녀들 이야기가 왜 내 이야기가 같을까? 이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다들 엘레나 페란테에 열광하나보다. 




레누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는커녕 중학교 수업도 제대로 못 받았던 릴라. 그녀는 오히려 더 많은 책을 읽었고 온 가족의 대출증을 다 활용해 책을 빌려 읽고 다독상까지 받았다. 이스키아 섬 여행을 기점으로 둘의 삶은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선다.  멜리나 아줌마와의 치정관계에 의해 도망치듯 마을을 떠났던 도나토 아저씨는 범중에 레누의 침실로 찾아든다. 릴라는 어머니의 독촉으로 마르첼로와 언약한 상태. 마르첼로를 제치고 릴라에게 청혼한 것은 스테파노였다.  과거 무시무시했던 돈 아킬레의 아들이 식료품 사업에 성공하여 많은 부를 축적했고 이제 그 부는 가난한 구둣방의 딸 릴라의 것이다. 동네사람들은 릴라의 행동이 창녀의 그것과 같다며 수군댔다. 결국 솔라라 집안사람들을 대적해야 하는 위험을 무릅쓴 채 아버지도 허락하고야 만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안토니오에게 서서히 마음이 간다. 릴라와 경쟁하듯 자신도 보란듯이 남자친구를 하나쯤 사귀고 싶었던 레누. 온 마을 여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릴라는 결혼식을 한다. 소녀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신데렐라가 되었다.  50~60년대의 나폴리라는 시공간적 배경안에서 아내, 딸, 누이로 남자의 소유물로 살기를 강요받던 여자들. 릴라는 자신의 방식으로 남자를 택했고 레누는 학업을 택했다. 페란테가 창조한 두 인물 랄라와 레누. 나는 어느 쪽인가 새삼 비교해보기도 하고 내 안에 공존하고 있는 릴라와 레누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나폴리 4부작 중 유년시절과 사춘기를 이렇게 여름날 소나기처럼 내 가슴을 적시고 지나갔다. 이제 2편을 만날 시간. 번역자도 2편이 그렇게 궁금하고 기대려졌다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릴라와 레누를 쫓아가다 보면 삶 너머 무지개의 의미를 깨닫지 않을까? 잡힐 듯 말 듯....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읽고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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