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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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시리즈




좀머씨 이야기



그래, 나무 타기를 퍽 좋아하던 시절이 있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를 좋아하고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절. 몇 살 때까지 산타 할아버지를 믿었나? 그건 모르겠다. 나 역시 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릴 때 나는 내게 초능력이 있는 줄 알았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혼자 상상놀이를 즐겼다. 피터팬을 읽은 어느 날 웬디처럼 동심을 잃지 않으면 날 수 있다고 믿었다.(그 믿음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좀머 씨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좀머 씨는 대체 왜 그렇게 걸었을까? 나는 이 책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내 기억이 잘못되었나? 아니면 그때 꽤 순수(?)했나 보다. 아니면 세상을 동화처럼 바라보았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이만큼 흐른 후 열린책들의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로  다시 만나본 『좀머 씨 이야이』는  퍽 다르게 다가왔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지금도 목이 따갑고 코끝이 아린다. 한 편의 동화 같기도 하고 성장소설이기도 이 작품의 화자는 소년이다. 발 사이즈 170에 이제 겨우 키 1미터를 빠듯하게 넘기던 소년은 키 170으로 자랐다. 소년의 삶이 전체 서사로 펼쳐지는데 좀머 씨는 드문드문 꼭 필요한 순간에 양념 치듯 등장한다. 소년이 좀머 씨와 긴 대화를 나눈다거나 큰 접점은 없다. 다만 가끔 산책하는 좀머 씨를 마주칠 때마다 한결같은 관심으로 좀머 씨를 관찰한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삶의 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좀머 씨는 물속 어딘가를 끊임없이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년 역시 이제 더 이상 마냥 어린 아이가 아니라 유년시절에서 한걸음 훌쩍 내디뎠으리라 생각된다. 



그 외 등장하는 인물 카롤리나 퀴켈만 글쎄 요 깜찍한 소녀는 왜 약속을 안 지키는지! "있지.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게......" 소년은 미리 숲에 들어가 코스를 차근차근 답사한다. 몇 번이나 리허설해보면서 아릿아릿한 가슴으로 월요일만 기다린다. 얼굴 한가운데에 뽀뽀를 해주고 싶은 만큼 좋았던 소녀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한마디. 보는 내가 다 속이 상한 장면이었다. 또 미스 풍켈선생 이 여자는 도대체 뭔가! 이런 어른 꼭 있다. 도무지 아이 심리 따위는 관심도 없으면서 피아노 선생을 왜 하는 건지 나 참! 아이에게 상처 주고 다소 폭력적인 어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상처주는 어른들은 본인들 안에 상처가 있다.



폐소공포증. 좀머 씨는 이 병을 앓고 있었다. '세계대전 참전의 후유증' 이런 것은 번역한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소설은 끝까지 좀머 씨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은둔 작가인 쥐스킨트 본인의 모습같다. 일체 인터뷰나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는 그는 좀머 씨 같기도 하고 일면에서 소년 같기도 하다. 어쩌면 자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끝내 드러내지 않고 물속으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작가 본인의 의지. 숨으면 찾아내고 싶고 감추면 드러내고 싶고 사람 심리는 묘하다. 쥐스킨트의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 "그러니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라는 작가가 책을 통해 말한 강렬한 메시지를  새기며 다음 작품은 무한정 기다릴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그러니 그냥 기다릴게요.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읽고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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