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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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2020 리뉴얼시리즈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시리즈 읽기 대망의 세 번째 책은 《향수》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광기 어린 천재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출생부터 남다르다. 생선 좌판대 아래 생선 내장 찌꺼기에 파묻혀 죽을 뻔한 그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울음소리였다. 이 장면은 영화로 봤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생선 좌판대 아래에서 시작하는 삶이라니! 아이의 엄마는 영아 살인죄로 참수당한다. 악취 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향수를 만드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아이를 처음 맡아서 길렀던 유모 잔 뷔시의 말이 맞았던 걸까? "이 아이는 악마에 씌었어요." 책을 다 읽고 나자 유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냄새가 없는 아기. 악마의 자식. 세상 모든 냄새를 다 구분해낼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후각을 가졌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냄새가 없다. 이것은 비극의 시작이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그는 악랄한 무두장이 그리말에게 맡겨진다. 혹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도 살아남았다. 향수 사업을 하는 주세페 발디니를 만나 조향 업자로서의 삶을 살게된다. 그의 탁월한 재능으로 발디니는 엄청난 부를 모은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가 그리말을 떠날 때와 발디니를 떠나올 때 둘 다 아이러니한 죽음을 맞이했다. 무두장이는 술에 취해 강물에 빠져 죽고 발디니는 지반이 붕괴되는 사고로 죽는다. 뭔가 불행을 몰고 다니는 느낌?



파리를 떠나 동굴 생활 7년, 그동안 좀 자숙하나 기대를 해봤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시선을 따라 파리 곳곳에 숨어있는 냄새란 냄새는 다 꺼내 맡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파리가 아니었다. 인간들의 온갖 악취, 오물, 향락, 욕심에 찌든 파리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세 번째 후원자인 라 타이아드 에스피나스 후작을 서쳐 미망인 아르뉠피 부인에게로 간다. 보다 좋은 향수, 그가 원하는 향은 대체 무엇이길래!



민감한 후각이 신의 축복이며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한 그르누이. 자신의 우월감에 대한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우아한 향을 선물하기로 한다. 우월 의식은 또한 자괴감을 동반했다. 극도로 발달한 후각을 가진 그가 자신만의 향기가 없다니! 이 얼마나 불행인가? 그는 자신의 향을 찾기 위해 앳되고 아름다운 여인들을 찾아 죽이고 향을 취한다. 무두장이의 도제로 일하던 어느 날 장미꽃이 핀 마을에서 아름다운 소녀에게 이끌리듯 충동적으로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죽은 소녀의 머리카락, 피부 향기를 취한다. 누가 봐도 소름 돋는 정신병자인 그의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쥐스킨트의 역량은 대단하다.  



스물네 명의 여자들을 살해하고 마지막에 귀족의 딸 로르 리시까지 죽이고 나서야 그는 체포된다. 그루누이는 검거되고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보도 도무지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했다. 작은 키에 구부정하고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그가 사악한 연쇄살인범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그는 모든 죄를 시인한다. 사형 집행의 준비 모습은 마치 축제처럼 희극적으로 묘사되었다. 모두들 그의 처형 장면을 기대하며 광장으로 모인다. 그루누이는 그가 2년에 걸쳐 만든 사랑을 획득할 수 있는 그 향수를 바르고 마차에서 광장으로 내려선다. 순간 살인범에 대한 사람들의 증오는  저항할 수 없는 사랑과 환희로 바뀐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위대한 그르누이가 된다. 물론 자신만의 착각이지만. 




책의 압권(?)인 부분은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다. 너무나 끔찍한 일면만 보아서는 안된다. 살인마들이 검거되었을 때 사람들의 저주와 분노가 끝나면 도대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다. 그르누이의 살인에 이유가 있나? 쥐스킨트는 필연적 살인으로 날 때부터 태생적인 광기로 묘사해 놓았는데 그 점이 좀 아쉬웠다.  날 때부터의 필연성이나 쏘시오 패스적인 성향이 아니라 뭔가 납득할만한 후천적인 이유가 있었더라면. 물론 후천적인 그 어떤 이유로도 살인은 용납 or 납득할 수는 없다. 다만 책에서 그의 살기 어린 광기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다. 미치도록 무언가에 빠져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지나보면 별것 아닌 일이 그 당시에는 왜 그리 집착하게 되는지 자신도 알 수 없는 그런 경험들. 그르누이의 심리를 들여다봤다. 물론 작가 쥐스킨트가 열어준 범위 내에서 한정적으로 보기는 했지만. 향에 대한 집착을 건전하게 승화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난하고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지만 훌륭한 향제조사로 제2의 삶을 살았을텐데... 하기야 그렇게 평범한 삶이라면 소설의 스토리가 될 수 있었겠는가! 천재적이면서도 당대에는 사랑받지 못한 그런 비운의 천재들이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화가 고흐도 그렇다. 고흐의 광기도 결국 자신에게 총을 겨눈다. 아! 천재성과 광기는 필수 불가분의 요소를 가졌는가? 그렇다면 천재성이 그리 부럽지만은 않다.  



책을 읽는 내내 그르누이의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떠올려볼 수가 없었다. 책 서평을 마무리하는 지금까지 참으로 힘들다. 이보다 더한 책도 여러 권 읽었지만 쥐스킨트의 작품은 독특하다. 향수의 대성공 이후 그는 쭈욱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신비주의자스럽다. 그의 삶이 무척 궁금하다. 뭐 여느 작가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작품이 곧 '그'라는 생각이 든다. 『비둘기』, 『콘트라바스』에 흠뻑 빠져 세 번째 집어 든 책이었는데 꽤나 어렵다. 아~ 물론 술술 읽힌다. 그럼에도 리뷰를 쓰는 내내  손에 땀이 난다. 굳이 몰라도 되지만 쥐스킨트가 향수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답을 찾기 못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향수를 무척 즐긴다. 소설을 읽고 나니 내가 뿌린 향수가 일종의 위장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무언가를 덮어버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사람의 향은 내면에서 우러나온다.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마음이 고운  사람에게는 그만의 향이 있다. 그르누이는 인정받기를 원했다. 죽음과 맞바꾼 것이 성스러운 자로써 '존경'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 인정받고 존경받을까? 그르누이 그의 삶에서 단 한 번이라도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을까? 최초의 향수를 만들었을 때였을까? 결국 행복이란 무엇인가? 삶의 가치는? 삶은 모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어떤 질문에도 속 시원한  대답을 못하고 있는 지금 이런 교과서적인 문장으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향기와 악취가 공존하는 이 힘든 책을 잠시 내려놓는다. 끙~







네이버 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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