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 - 노천명 소설집 노천명 전집 종결판 3
노천명 지음,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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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전집 종결판

우장






스타북스에서 노천명 전집 종결판이 시리즈로 세 권이 나왔다. 그동안 만나본 노천명 시집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버전이었다. 단편소설 8편과 평전 5편, 잡지에 실렸던 문학론이 7편, 일기가 실려있다. 노천명 그녀는 누구인가? 1910년대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와 민족 비극의 6.25 한국전쟁과 분단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다간 여인이다. 영문과를 졸업하고 기자, 방송국을 거쳐 생전에 시집 3권은 사후에 유고 시집 《사슴의 노래》와 수필집 3권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 《사슴》은 국민 누구나 들어본 애송시이다. 짧은 생애 두 번의 사랑이 있었으니 두 번다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책에는 빈혈로 쓰러져 위생 병원에 입원했을 때 쓴 병상일기 내용도 첨부돼 있다. 병이 깊어져 일기를 손에 놓은지 석 달 후 시인은 세상을 떠났다. 




첫 번째 소설은 《사월이》. 정지 계집애를 하나 구하던 참에 동네 언년 어멈이 데려온 아이. 사월이 팔자도 참 기구하다. 애비는 세 살에 죽고 사월이 엄마는 재가를 했다. 의붓애비라는 놈이 어찌나 독종인지 기생집에 팔아먹는다고 협박하여 어미 손에 끌려 나와 버려진 오갈 데 없는 아이. 마음씨 좋은 주인아씨를 만나 잔심부름하며 밥 얻어먹고 사는데... 1930년대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 조선의 딸들이 살아가는 모습인가! 빨리 철들어버린 사월이가 내 혈육이라도 되는 양 애틋하게 느껴졌다. 



박초시네 며느리는 넷째 아이 걱정이 태산이다. 넓적다리에서 고름이 질질 흐르고 어린 것이 나무 지팽이를 힘들여 짚는 게 오래전 일이다. 양의네 가서 진료를 보고 싶지만 냉담한 시어머니는 한마디에 거절한다. 황서방은 말한다. "우리 겉은 놈이 웬 병원 신세를 잘 팔자가 됩니까? 까짓 거 병으루 뭐 죽기야 하갔시까?" 서른 넘은 나이에 장가도 못 가고 집도 하나 없이 머슴살이 하는 황서방은 끝애 소뿔에 받쳐서 죽는다. 좋아하는 황막색시가 보는 가운데. 《우장 》 



6.25를 당하자 밤중에라고 가택 수색을 당하고 보위부 정보원들이 무시로 와서 집을 뒤진다. 언제 끌려갈지 몰라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갈 때마다 두렵다. 빨갱이에게 협조했는지 수사를 받고 실제로 공산당 부역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투옥당한다. 자전적인 느낌의 《오산이 없다》



《결혼 전후》원희는 최장로의 아들과 혼인 말이 오가는데 정작 마음에 둔 이는 따로 있었다. K에게 헤어지자고 편지를 보낸다. 원희는 사랑 없이 한 결혼에 눈물 흘린다. 각자의 삶을 살던 어느날 K를 다시 만난다.



내 방 한 칸 가지는 게 소원인 선옥. 어렵게 구한 하숙집. 주인마누라는 선옥에게 인심을 베푸는데 광산 김씨 자손인 아들과 결혼시키려는 수작이었다. 선옥은 어디 당치도 않은 일이냐며 집을 나온다. 또다시 하숙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다. 그 시절 공순이로 온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무작정 상경하여 하숙을 떠돌던 우리 여성들의 삶을 유추해봤다.《하숙》 




당시 흔하지 않은 여기자 생활 중 제2차 세계대전이 치열해지고, 일제는 우리 민족 신문인 조선, 동아 등을 강제로 폐간한다. 일자리를 잃은 노천명이 선택한 것은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였다. 밥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했으나 일제를 찬양하고 대동아전쟁의 당위성을 옹호하는 '친일 시'를 발표한다. 시의 내용은 전쟁을 독려하는 내 입장에서는 다소 충격이었다. 




2장의 인물 평전에는 노천명이 쓴 다섯 명의 문학인에 대한 글이 있었다. 자신의 이화여전 문과 스승인 김상용 시인에 대한 글이 나는 매우 눈에 밞혔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김상용 역시 친일 시를 쓴 인물 아닌가? 1943년에 경성 매일신보에 일제 의용대 독려 글을 쓴 인물이다. 그의 제자라는 모윤숙이나  이화여대 창립자 김활란 등 김상용 주변인 중에 친일 행적을 한 인물들이 많았다.  천수를 누리고 죽어서는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 받은 민족반역자 모윤숙 아닌가! 부끄러운 역사다. 그들의 시나 연설 내용은 '천황을 숭배하고  대동아 전쟁에 내 한 목숨 내놓자, 나는 여자라서 대일본제국에 목숨을 못 바치는 것이 안타깝다' 뭐 이런 내용이다. 헐~~~ 김상용이나 모윤숙, 김활란 뭐 이런 여자들, 노천명 친일의 내용은 비슷하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노천명은 친일인명사전에 등록돼 있다. 고양시에 그녀의 시비가 세워질 당시 시민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녀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분명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잘못이라 생각한다. 1권에는 노천명의 친일 시가 실려있다. 이것은 스타북스에서 정말 잘 한 일이며 용기라 생각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글로 읽으니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그가 한 친일의 행적을 알고 그의 작품을 대해야 할 것이다. 고고한 사슴의 여인 노천명. 그녀가 쓴 소설은 우리 민족의 정겨운 일상이 잘 녹아있다. 이렇게 재능 있는 작가가 1930년대 40년대 격동의 시대에 태어나 시대를 온몸으로 떠안고 살다 갔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시인이여 그곳에서는 식민지 조선의 딸도 친일파도 아니요, 그냥 쉬소서. 그러나 우리는 안타까워하며 기억할 것이다. 재능 많은 노천명의 삶과 함께 그의 작품을!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읽고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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