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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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지영





오랜만의 신작이다.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여성주의, 여성문학의 실질적인 뿌리였던 공지영. 나오는 책마다 이슈가 되고 베스트셀러 행렬을 이어가던 그녀. 최근 몇 년 간 가십거리 좋아하고 편파적인 기사를 통해 각종 소송에 휘말리고 개인사적으로 힘든 상황임을 접했다. 일면식도 없는 그녀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힘들었던 나의 이십대를 지탱해 준 언니들. 공지영, 최영미 같은 분들은 나의 버팀목이었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일종의 반발로 이런 여성주의자들의 작품이나 개인사를 훼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 시간이 걸릴 뿐.  어쩜 그리도 함부로 말을 하는가?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댓글과 인신공격성 발언들을 볼 때 가슴이 무너진다.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안다고? 문단의 거두 고은의 성폭력을 상대로 소송에서 승리한 최영미 시인의 재기를 응원하며 공지영의 신간 역시 응원해 마지않는다. 세상은 또 얼마나 입방아에 올리겠냐마는. 누구를 딛고 일어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남녀는 같은 인격체라는 사실이다. 페미니즘의 열풍을 인격, 인본, 인성, 인권을 지향하는 움직임으로 본다. 나는...




책은 저자의 막내가 대학에 입학하자 30년간의 육아를 마치고 비로소 섬진강에 터를 잡은 후의 일기이다. 아! 나는 언제 육아를 마칠 것인가! 세 번의 결혼과 이혼.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거의 남자로 비하면 세 번의 성폭행 전과자 반열이라고 한다. 대출도 많고 책은 예전만큼 팔리지 않고 스스로가 생각해도 죽어도 될 이유가 3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책의 제목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살았고 살아냈다.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고 다시 일으키는 과정은 눈물겨웠다.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과 절규가 있었겠는가?




한밤중에 아이들을 재우고 책의 첫 장 프롤로그를 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나는 스스로 죽어도 될 이유를 30가지도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첫 문장은 버티고 있는 나를 무너지게 했다. 사는 것보다 죽음이 낫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럴 수 있다.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삶이 있겠는가?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선 것이다. 그녀가 그랬고 내가 그렇다. 우리들이 그럴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는 불면의 밤들. 그녀를 일으켜 세운 건 뭘까? 섬진의 은모래와 대나무숲이 아닐까? 살아야겠다는 용기로 다시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고 위로해 준 것은 섬진과 책이었던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책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그녀. 책 속 한 문장이 백 마디 위로보다 강하게 와닿을 때가 있다. 지금 공지영의 문장을 따라읽는 나 역시 그렇다. 



여러 후배들이 생이 힘들 때 스녀에게 찾아왔다. 그녀는 같은 일을 180도 손바닥 뒤집 듯 뒤집어 보여준다. 그래서 또 살아갈 위안을 얻고 가는 사람들. 같은 일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그녀의 논리. 그렇다. 내가 아무리 발악을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 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 나이 이십대에 만나본 공지영이 아니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느꼈던 신선항 충격과 생명력은 이제 없다. 밖을 향해 있던 그녀의 뿔은 이제 안으로 향하는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작품을 보는 내가 달라진 것이다. 내가 뿔을 깎고 갈고 세월에 무디어져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그녀가 사랑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웠듯 나 역시 나를 사랑한다. 공지영의 작품을 읽고 눈물은 많이  흘렀지만 다시 창을 열고 말간 하늘을 본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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