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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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김이환 정명섭 정해연 조영주 차무진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청소년', '성장', '사춘기' 이런 단어들은 생각만해도 설렌다. 제목과 잘 어울리는 책표지는 강한 인상을 주었다.  '말'을 주제로 한 다섯 작가들의 작품에는 과연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까? 좋았던 점 기억에 남는 점을 적으며 꼼꼼히 읽었다. 가독성이 좋았고 관심 작가도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조영주의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 해환은 열일곱 살 나이로 캐나다에서 쓴 소설 《전화를 싫어하는 소설가, 전화를 받아주는 여자 》가 청소년문학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천재 소설가로 유명세를 날린다. 한국으로 돌아와 동네 서점에서 사인을 해주다가 초등학교 때 친구 오희선을 다시 만난다. 오희선은 만나고 싶은 않은 친구였다. 해환의 소설은 거의 자기 자신의 이야기였다.  초등 5학년 때 해환에게 입 냄새가 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아이. 그로 인해 해환은 모두의 기피 대상이  되고 급기야 외국으로 도망치듯 나갔다. 방관한 담임마저 공범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가해자인 희선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면? 심지어 본인이 자신의 동생의 왕따 사건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비통한 심정일 듯. 해환은 작품으로 소심하지만 통 큰 복수를 하리라 다짐한다. 어딘가 소설가 본인의 자전적인 느낌이 들었다.



정해연의 《리플》. 재혁은 자신의 계정에 심한 모욕적인 댓글을 단 인물을 찾는다. 같은 반에서 성적으로 경쟁하는 명겸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다가 마침내 범인인듯한 인물을 찾아낸다. '모지리'라는 별명으로 불린 성모진이었다. 모진을 찾아내지만 그를 쫓다가 그만 모진이는 사고를 당한다. 중태에 빠진 모진이. 재혁은 학교에서 추방당한다. 재혁은 알지 못했다. 자신 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재혁은 감당해야 할 죄책감의 무게는 누구의 몫일까? 우리 사회? 어른들? 선생님? 청소년 본인?



정명섭의 《말을 먹는 귀신》. 워낙 좋아하는 작가인데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성혁이는 시리아에서 온 진훈이를 놀린다. 급식 시간이 끝날 무렵 진훈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성혁이는 학교와 친구들로부터 철저히 배제되는 경험을 한다. 뉴스와 신문에도 다문화 학생에 대한 인종차별성 발언이 투신자살을 불러왔다고 보도되면서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건화되기 전까지 이것이 얼마나 심한 인격모독인지 모른다. 작년까지 근무한 학교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유독 많았다. 중국, 파키스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국적도 다양했다. 그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말이 안 통해도 표정이나 행동에서 그들의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성혁이는 새 할머니 그러니까 아빠의 새 어머니의 집에 보내진다. 게다가 할머니는 무속인이었으니 성혁이는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할머니와의 생활을 통해 과연 성혁이는 본인의 잘못을 깨달을까?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함축된 주제와 토론거리가 많았다.



김이환의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 》 전작인 '화성의 폐허'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 작가이다. 이번 작품도  미래사회, 인공지능, 계급, 자동화 등 다양한 소재들로 그만의 서사를 녹여냈다. '콘트랙트 시티'와' 에스피 시티'  두 도시가 정말 대조적이었다.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라면 글쎄 어디로 가야할까? '아! 미래 사회에도 계급은 여전하구나' 씁쓸하다. 오히려 더 치밀하게 이분화된 세상이다. 완벽한 도시는 세상에 없다. 완벽에 최대한 가까이 가고 싶을 뿐. 그의 작품에는 미래 사회가 그림그리듯 펼쳐지는데 이런 다양한 아이템들이 흥미로웠다. 주인공 편리는 자신이 살던 곳과 전혀 다른 문화를 접하며 여러가지를 깨닫는다. 우주철을 타고 고등학교 오리엔테이션을 보러 갈 수 있을까? 



차무진의 《햄릿이 사라진 세상》 서기 2196년 세상은 더 이상 언어로 소통하지 않는다. 언스피커블 마스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지 오래 되었다. 메신저 따위는 위험요소이므로 무조건 금지다. 미국대통령과 중국 주석이 말 하나로 오해하는 부분은 시의성 있게 다가왔다. 다섯 개의 대륙 정부만 살아남아 '돈 스피크'라는 국제 정부를 꾸리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돈 스피크 국제 정부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사회에 에너지를 무상으로 공급한다. 이제 사람들은 천국이나 다름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조건은 단 하나. 말하지 않는 것! 주인공 럭키는 어느 날 자신의 창고로 숨어들어온 말하는 여자 저항군 레지스탕스 존 메리를 발견하는데... 그녀는 왜 다섯 개의 셰익스피어 릐곡이 담긴 홀로그램을 전해 주었을까? 책의 마지막 장면은 소름 돋는 여운을 남겼다. 인간은 지구 위에서 목소리로 너무 많은 죄를 지었다.



인간이 짓는 죄가 어디 목소리뿐이겠는가? 인터넷상의 악플도 심각한 문제다. 상처 주는 댓글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잃었나? 나는 이 단순 리뷰를 쓰면서도 언제가 이 글이 인터넷을 떠돌다 다시 내게 돌아올 때 칼이 되어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말을 소재로 한 다섯 편의 작품은 실로 놀라웠다. 청소년 문학이 이 정도 수준에까지 와 있구나! 기분 좋은 발견이었다. 이렇게 많은 어젠다와 참신한 소재들,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폐부를 찌르는 주제를 함축해 놓은 다섯 작품 정말 별 다섯 개가 아니라 별 오십만 개 주고 싶은 역대급 작품이었다.  



출판사가  지원한 책을 읽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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