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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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이은선 옮김/ 이 봄






사실 나는 그리스 신들의 매력을 잘 모르고 지냈다. 그 이유에는 제우스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바람둥이인데다가 많은 인간 여성들을 납치 내지는 속여서 하룻밤을 보내는 부분에서 그냥 탈락. 신은 전지전능하며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선택권을 쥐고 있다는 점도 그러면서 그들은 또 인간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 차라리 완벽하던가! 그러면 신을 존경하고 따를 텐데 인간처럼 나쁜 짓도 하면서 신의 특권을 강요하는 이건 정말 내 기준에선 아니었다. 또한 신들 왜 이렇게 편 나눠서 자꾸 싸우는지?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에서 그리스 로마신화 중심의 교육에 반기를 들고 싶었다. 그건 그냥 세계 신화의 일부일 뿐인데 너무나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뭐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고 그리스 로마 신화의 좋은 점도 많다. 수없이 회자되고 고전으로 영화로 재탄생한 점은 정말로 부럽다.




나는 과도한 민족주의자인가? 그리스 신화가 매들린 밀러의 손에서 아름답게 재탄생될 때 한편 부러웠다. 우리나라 신화도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2차 콘텐츠로 활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신화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신과 인간의 경계가 없다. 우리나라 신화는 무당의 입을 통해 전승되어 멸시와 차별을 받아 안타깝게도 많이 사라졌다. 뜻있는 교수님들이 수십 년 발품을 팔아 무녀들로부터 채록한 자료가 요즘에서야 책으로 나오는 추세다. 이런 차별에는 일제 치하의 교육이 한몫한다. 우리 신화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어떤 관문을 거치면 신이 된다. 감은장 아기, 바리데기, 오늘이 이들은 다 여성이고 평범한 사람이었다가 여신이 된 케이스다.  서사적인 면에서도 참으로 아름답다. 난 역시 우리 것 예찬론자. 서두가 너무 길었다. 




아킬레우스의 노래에서 손꼽을 만한 점은 저자의 첫 작품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탄탄한 스토리를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묘한 환상을 준다. 정말 매력 있는 묘사였다. 마치 트로이와 그리스의 전쟁 당시 그 자리에서 보고 듣고 관찰하는 기분으로 저자의 서술을 따라갔다. 사실 신화를 손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잘해야 본 전, 만일 조금이라도 원전이 훼손되거나 하면 비난을 당하기 쉽다. 반면 매들린 밀러의 손에서 재탄생한 아킬레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별 흥미를 못 느끼던 나 같은 사람도 매료시키는 에너지가 있었다. 




또한 파트로클로스라는 《일리아스에서의 조연을 메인의 자리에 턱하니 올려놓은 용기. 정말 깊이 박수를 보낸다. 역사는 훌륭한 장군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자리를 지킨 서민들의 힘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새마을 운동의 주역은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은 일개 국민들의 피땀의 결과가 아닐까? 신화를 너무나 좋아하는 1인으로 신화 책만 만나면 흥분 지수 100이라 서론이 이렇게도 길다. 자, 드디어 작품으로 들어가보자. 우리의 주인공은 파트로클로스 지극히 조용하고 소극적인 인물이다.




파트로클로스는 아버지 메노이티오스 왕과 약간 부족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날 때부터 작았고 자라면서도 체구가 작았다. 아버지는 그에게 아들이란 저래야 하는 거라며 펠레우스 왕의 아들과 비교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남자도 차별받는다는 것이다. 흔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기본 전제로 깔고 들어가지 않는가? 아킬레우스의 노래에서는 차별받는 파트로칼로스가 주인공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아버지는 그를 스파르타 탄다레오스 왕의 딸 헬레네의 구혼 자리에 보낸다. 과연 아름다운 헬레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파트로클로스는 클레소니모스와 말다툼 끝에 그를 힘껏 떠밀었는데 그만 머리가 돌에 부딪혀 죽고 만다. 그는 막강한 집안의 맏아들이었다. 죽은 이의 부모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자 왕은 파트로클로스를 외지로 추방한다. 그의 나이 열 살. 그는 프티아로 건너가게 되었다. 왕인 펠레우스는 출타 중이었으므로 그의 아들을 알현하고 인사를 대신한다. "네 이름이 뭐냐?" 그를 본 아킬레우스가 묻는다. 이것이 아킬레우스와의 첫 대면. 그것은 운명이었다.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의장병이자 최측근, 가장 높은 영예, 그의 동무가 된다. 이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가 될 거라는 예언을 받은 아이 아킬레우스. 그가 파트로클로스를 택한 이유는 뭘까??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은 깊어진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 여신을 만난다. 그녀는 뜻밖의 말을 한다. 그는 곧 죽을 거라고.  어머니는 아킬레우스가 신이 되기를 바라고 아킬레우스 자신은 신보다는 영웅이 되기를 바란다. 아킬레우스는 헤라클레스를 가르친 선생님 케이론에게로 수업을 받으러 떠났다. 이제 그가 없으니 왕궁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는 펠레우스의 왕궁을 뒤로하고 달린다.  이 무렵 본국에서 전령이 온다. 다시 돌아오라는. 그들은 스승에게 인사를 하고 프티아로 향했다. 신의 뜻을 저버린 그들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왕이 그들을 불러들인 이유는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 왕비가 스파르타의 왕궁에서 납치된 사건 때문이었다. 범인은 굴까? 트로이아의 프리아모스 왕이 보낸 사절단이 들어왔고 메넬라오스가 그들을 맞이했다는데... 그 사절단의 수장이었던 프리아보스의 아들 파리스 왕자가 범인일 거라고 한다. 이에 미케네의 아가멤논이 배를 타고 프리아모스의 왕국으로 건너가 그녀를 구출하자고 헬라스의 사나이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프티아군 중 누군가 파병 군을 이끌고 출정해야 하는 상황. 




스키로스 만에 도착한 파트로칼로스는 가장 먼저 리코메데스 왕을 만나고자 한다. 그러나 왕 대신 나온 데이다메이아 공주를 만나 간청한다. 공주는 연회를 준비하고 시간을 끌고 그를 기다리게 한다. 무희들의 공연에서 그 속에 여장을 한 아킬레우스와 다시 만난다. 왕의 수양딸로 숨겨져 있었다니! 하지만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때 무서운 표정을 한 테티스가 나타났다.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싶지 않은 그녀의 계략이었다. 아킬레우스를 왕의 딸 데이다메이아와 동침을 시킨 것도 모두 다. 모두가 놀라는 상황에서 메이다메이아는 임신을 했다고 말한다.




오디세우스는 같이 트로이아로 갈 것을 제안한다. 오디세우스의 긴긴 설득이 계속되고 갑자기 테티스가 등장한다. 이 장면 꼭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나는 테티스 여신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고 무서운 존재로 상상이 된다. 테티스 여신은 아킬레우스가 트로이아에 가면 그는 요절할 거라는 예언을 한다. 그들은 트로이아든 지옥이든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윽~~ 이 사랑 뭐지?  다음날 그들은 배에 오른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상대적으로 점점 초라해지는 자신을 비참해했을까? 아니다. 그는 그저 아킬레우스 곁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머물렀고 지켜봤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며칠째 계속. 날씨 때문에 출발을 할 수 없다. 이유는 신들이 보낸 경고의 메시지였다. 한 달 넘게 더운 찜통더위를 견디며 기다린다. 아르테미스 여신이 원하는 것은 뭘까? 아가멤논은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아'를 아킬레우스와 결혼을 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결혼식 날 끔찍한 비극이. 세상에! 이렇게 매정한 아버지가 있다니! 딸을 신의 제단에 바친다. 아킬레우스는 그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며 비동해하고 파트로클로스는 오디세우스에게 찾아가 따진다. 오디세우스는 냉정하게 말한다. 창을 지팡이로 쓸 수 있지만 그런다고 창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다음날 일찍 함대는 출발한다. 아가멤논은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말고 한 몸처럼 조를 맞춰 움직이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왕들은 누구의 명령을 따르는 법이 없다. 서로 트로이아에 성봉으로 상륙하고픈 욕심이 있었다. 그리스의 첫 전사자는 프로테실라오스 왕자였다. 헥토르의 병사들은 후퇴했다. p263에서는 여성 성 노예 이야기가 나온다. 벌판에서 겁탈하고 버렸으나 이제는 막사로 끌고 왔다. 아가멤논이 탐내는 민간인 여성은 아킬레우스가 상으로 달라고 해서 빼내온다. 참으로 슬픈 것은 그리스군이 쳐들어 온다는 소문이 들리자 아버지가 알고 있던 몇 마디를 가르쳐 주었는데 그 단어들이 참으로 .....참으로 슬펐다. '자비' '네' 와 '간청합니다' '원하시는 게 뭔가요' 아버지는 딸에게 노예로 사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브리세으스였다. 그녀의 마을이 점령당하고 얼굴이 예뻐서 아가멤논에게 끌려온 것이었다. 




매일 전리품을 나눌 때 아가씨들이 단상에 올려졌고 남자들은 끌려온 여자를 서로 차치하겠다고 했다. 그들 중 공이 큰 어느 왕에게 끌려내려갔다. 낯설지 않은 이 풍경. 나는 여기서 왜 일제시대 끌려간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이 떠오르는지. 그 옛날 신들의 얘기에서나 오늘날이나 여성은 늘 상품화되었다. 모든 처녀들의 얼굴에는 습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여성과 어린아이다.





피의 전쟁이 본격 시작되었다. 빼앗은 영토도 없고 잡아론 포로도 없는 오로지 명예를 놓고 남자 대 남자로 싸웠다. 이 전쟁을 도대체 왜 하는 거지?? 이렇게 많은 인명을 살상하면서 도대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단지 헬레네 그 여자 한 명을 찾아오기 위해?  전쟁이 길어지자 기현상이 일어난다. 포로로 끌고 온 여자들과 애인이 되더니 그다음은 아내가 되고 아기가 태어났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 여신은 새로운 예언을 하는데...




구 년이 지났고 새로운 아가씨가 단상에 올라왔다. 얼굴에는 멍이 번여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세이스. 아가씨의 마버지가 찾아와 몸값을 치르고 데려가겠다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그 이후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 역병을 해결하기 위해 크리세이스를 돌려보내라고 하지만 아가멤논은 말이 통하지 않고 아킬레우스와 자존심을 건 언쟁이 시작된다.  아가멤논은 크리세이스를 요구하고 아킬레우스는 그녀를 아가멤논에게 보낸다 . 분노한 파트로클로스.




아킬레우스 예전에 스승 케이론의 말을 떠올린다. "어느 나라 출신이건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동등하지 않는냐." 다음날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그다음은 헥토르아 아이아스의 대결. 전세는 기운다. 파트로클로스는 브리세이스가 걱정되어 찾아간다. 아가멤논 몰래 그녀를 만나고 온다. 다음날 운명을 건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방벽이 무너지자 트로이군이 진영 안으로 들어와 불을 질렀다. 사상자는 늘어났다. 파트로클로스 그는 전장에 나간다. 그의 죽음에 슬퍼한 아킬레우스 역시 창을 든다. 그 지혜로운 아킬레우스가 이성을 잃었다. 헥토르를 죽여서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한다. 




책은 이렇게 끝났다. 신화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사랑, 애정, 분노, 욕정, 금기, 질투, 승부욕 등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이 책이 첫 작품이라는 여성 작가 매들린 밀러는 이렇게 나를 신화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이 전쟁을 왜 하는가?' 라는 물음이 있었고 파트로클로스는 내게 답을 주었다. 숭리자도 패배자도 없다. 다만 살아있을 뿐이다. 내겐 파트로클로스, 그가 영웅이다.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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