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튀기는 인문학
곽경훈 지음 / 그여자가웃는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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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튀기는 인문학



곽경훈 지음




​이 책이 반가운 이유는 몇 주전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소개 글이 무척 흥미로웠다. 우리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침' , '비말'을 소재로 재미있는 의학 에세이를 쓰다니 그것도 응급의학을 하시는 선생님이. '침' 하니까 옛날의 우리 어머니들은 아주 옛날에 말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밥알을 씹어서 어린 자식 입에 넣어주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치 같은 것은 쏙 빨아서 아이 입에 넣어주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사실이다. 코로나로 매일 마스크가 일상인 요즘 이 책은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온다.



침에 대한 두려움과 기피의 예로 책의 초반부에 미친개가 등장한다. 광견병에 걸린 개다. 무섭게 드러낸 이빨 사이로 쉴 새 없이 흐르는 침, 심한 흥분과 착란 증상까지 합쳐져 괴물에 가까운 표정, 눈에 띄는 모든 동물을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공격성을 보인다. 게다가 물린 사람까지 얼마 안 있다가 똑같은 증상을 보인다. 개를 인간의 영역으로 들이면서 광견병도 자연스레 따라온 것이다. 프랑스의 파스퇴르는 광견병으로 죽은 토끼의 신경조직을 말려서 제조한 백신을 투여한다. 동료가 아직 사람에게 투여하기에는 이르다며 말렸지만...



모기는 어떤가? 모기는 피부를 뚫고 핌을 주입한 다음 피를 빨기 시작한다. 그 순간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한다. 모기가 배불리 피를 빨고 가버린 후에야 가려움을 깨닫는다. 원래 인간의 질병이 아니었던 이 병은 원숭이에게 옮겨왔고 인수 공통질환의 대부분이 황열병도 인간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또한 달거리 중인 여인을 겁탈하려던 병사를 죽이는 재증걸루. 도미의 아내 또한 달거리를 핑계로 개로왕으로부터 몸은 보전한다. 이 책은 재미있고 신기하고 놀라운 에피소드를 역사와 의학 과학과 전설 및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소개한다.



스페인 독감, 예방이 없던 시절에도 전염병은 주기적으로 유행했다. 예방접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소아마비 백신이 없던 시절에는 소아뿐 아니라 성인도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얻었다. 예방접종이 만든 기적인데도 '백신 반대론자'는 모두 이 사실을 애써 부정한다. 아! 아이들 예방접종을 맞히면서도 갈등을 한 적이 있다. 생백신이냐. 사백신을 맞힐 것인가? 굳이 이렇게 균을 넣는 방법으로 예방을 해야 하나? 나는 백신 반대론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백신(예방접종)은 항생제와 함께 현대 의학의 가장 눈부신 성과다. 백신이 나오고 나서 상당수의 질병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백신을 접종해도 모든 사람에게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10명에게 접종했을 때 4~5%명만 면역이 생기는 백신도 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예방 접종이 실제로 큰 성과를 거두는 이유는 이른바 '집단면역' 때문이다.  



소련의 스탈린은 파블로프를 아주 좋아했다. 레닌도 파블로프를 좋아했지만 단순히 '세계적 업적을 이룬 러시라 과학자'라는 선전이 목적이었다. 스탈린은 소비에트의 인민을 '개'로 무시무시한 숙청을 '음식'으로 트로츠키라는 이름은 '금속성의 소리'로 바꾸어 보면 그탈린이 파블로프의 실엄을 좋아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도록 만들고자 했다.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다. 스탈린처럼 파블로프의 실험을 이용해 군중을 길들이려는 사람은 없는가? 텔레비전을 커면 무수히 쏟아지는 광고들은 우리 뇌의 조건반사와 무조건 반사를 이용한 것이다. 광고를 보면 무분별적으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데 염려스러운 점도 있다.



저자는 2000년대 후반 임상에서 HIV 감염, 에이즈라 불리는 질환에 걸린 40대 남성 환자를 진단했다. 1982년 말에야 이 새로운 질병이 가염성 질환이며 주로 혈액을 통해 전염된다는 과학적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특히 남성 동성애자와 마약중독자들에서 환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남성 동성애자는 성행위 중 혈액에 노출될 확률이 이성애자보다 높고 마약중독자 역시 마약을 복용할 때 여럿이서 하나의 바늘을 쓰기도 해서 감염된 혈액에 노출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의료진들도 남성 환자에게서 침방울이 튀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병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시절의 에피소드였다.




우리 몸에서 침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침이 없다면? 밥 먹기, 말을 할 수도 없다. 소화시키기도 침의 역할이다. 그러나 '피'에 비해 평가 절하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침은 더럽지만 피는 고귀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비밀 전파는 공포 그 자체다. 이 책은 코로나19의 대유행,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재앙을 마주한 지금. 정확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명'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피와 달리 '침'을 통해 깨닫게 된 우리 공동체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의학이라는 어려운 장르를 이렇게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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