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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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

천희란 소설/ 창비





『​자동 피아노』는 창비가 새롭게 내놓은 경장편  소설  Q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독서 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소설 Q 시리즈 돌려읽기 다섯 권 중 세 번째 책이다. 이제 세 권밖에 읽지 못했지만 앞서 읽은 책과 함께 창비의 경장편은 묘한 힘을 지녔다. 읽어본 자만 안다. 재밌다거나 감동적이라거나 매혹적인 서사라던가 흔히 소설을 읽었을 때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세 권은 저마다 다른 작가인데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다니 나머지 두 권도 정말 기대된다.





'나는 여기 혼자 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맨 마지막 장에서 '그것은 너무 오래전의 일이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끝없이 이어지는 독백과 죽음에 대한 사유에 대해 반감보다는 공감하고 위로가 되었다. 





자동 피아노는 기계가 되어버린 인격체. 시키는 대로 이 시대의 부품으로 살아가는 우리 삶의 단면이다. 우리는 무엇을 꿈꾸는가? 자동 피아노가 정해진 툴을 벗어나 변주곡을 연주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한 번쯤 꿈 꿀 것이다. 모두 스물한 개의 작품이 글과 함께 재생된다.





작가에게 있었던 고통스런 일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끝내 한 편의 소설이 되어 세상으로 나왔다. 불안과 우울 죽음에 대한 경험을 글로 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매 순간 매시간을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삶.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그렇다고 남의 일 같지도 않다. 하! 나도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리고나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내 관점이 바뀌었을 뿐이다. 





열차가 들어온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열차는 계속해서 들어오고 다만 플랫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18장이 문장들은 내 가슴속에 알알이 박혔다. 아무리 달려도 벗어날 수 없고 달리는 목적마저 모른다. 아니 궁금하지도 않다. 심지어 열차안에서 열차가 달리는 반대 방향을 향해 우리는 내달린다. 줄기차게 무언가를 쓰고 찢고 잠들기 전까지 생각한 것이 꿈 속에 나오는데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질문, 고독, 사건, 죽음,소음, 사물, 자살, 어둠, 겨울, 기적, 불변, 의지, 새벽, 상실, 무대 등 딱히 키워드를 뽑아내지 않더라도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어도 괜찮다. 모르겠다. 다만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언어들이 책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연주를 통해 내 살갗을 파고들었음에는 분명하다. 꽤 아프지만 오래된 내 일부같다. 




존재하는 것을 말하고 나면 말해진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 

끝내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비유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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