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인간 파란이야기 3
방미진 지음, 조원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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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인간

십대를 위한 문학시리즈 03



방미진 글/ 조원희 그림





올해 읽은 청소년 책 중 가장 신선했다. 신선했다, 최고였다, 독특했다, 충격이었다, 문제작이었다, 생각할 거리를 제시했다 등의 표현 이 외에도 많은 단어가 떠오른다. 이 책은 위즈덤 하우스 파란 이야기 (십대를 위한 문학 시리즈) 003번이다. 십대를 지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자주 청소년 소설을 읽는다. 어느새 인생의 쓴맛 좀 본 나이가 되었지만 마음은 십대의 어딘가 머물러 있나 보다.  게다가 이런 괜찮은 책을 만나면 그 때의 전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올해에도 많은 청소년 소설을 읽었지만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미진 작가의 이름을 꼭꼭 기억해 두리라.




나름 극찬을 한 이유는 이 얇은 책 한 권이 제시한 메시지는 엄청나다. 주인공 상남이는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랑 셋이 산다. 아! 요즘 이와 같은 구성의 가족이 생각보다 많다. 편견을 걷어내고 보려고 무진 애를 써본다. 작년에 근무한 학급에서도 한 반에 몇 명이 있었다. 개인 정보가 소중한 시대를 살고 있으므로 학생들의 정보를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아이 입으로 혹은 엄마의 입으로 듣게 된다. 재혼 가정 혹은 이혼 가정, 재혼 가정이 다시 이혼한 가정, 양쪽 부모가 다 재혼을 해서 조부모랑 살게 된 조손가정, 다문화 가정, 다문화 재혼 가정... 사연을 다 쓰자면 이 화면의 페이지가 부족할 정도다. 대부분은 양측이 노력하여 열심히 살고자 한다. 그런데 최근에 일어난 아동학대의 경우와 같이 문제로 불거지는 케이스들이 워낙 큰 사안들이므로 마치 재혼 가정 전체가 문제인 듯 비치는 경향도 있다. 




상남이네 마을은 좀 독특하다. 전원주택 마을인데 학교, 병원, 상가가 모두 갖춰져 있다. 마을에 있는 화장품 공장은 대우가 좋다. 마을 주민의 반 이상이 이 화장품 공장의 직원이다. 그런데 인근 도시로 나가는 길이 심하게 막혀 고립된 느낌을 준다. 지리적으로는 도시 근처지만 뚝 떨어진 시골에 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시로 출퇴근을 하는 가정은 대부분 이사를 떠났다. 마을 곳곳에는 빈 집이 많았다. 옆 집에 이사 온 가일이네 가족 어쩐지 서늘한 느낌이 든다. 가일이네 가족이 이사 온 후 마을에는 하나 둘 이사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처음에는 조용하던 마을에 사람들이 이사 오니 활기찬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런데 그들은 뭔가 다르다. 피부는 종이처럼 하얗고 음식을 먹지 않으며 어딘가 어색한 말투와 행동, 자신들의 맡은 일에는 완벽하다. 학교에도 이 낯선 이들의 전학으로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다가 날이 갈수록 뭔가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책에서 비누 인간으로 묘사된 이들은 어쩌면 외국인 일 수도 있고 다문화, 혹은 외계인 일수도 있다. 장애인일 수도 있도  사회 부적응자 일수도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 생각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매력  있다. 아주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작가도 그들이 누구라고 꼭 집어 말해주지 않는다. 독자의 몫.




비누 인간들과 마을 사람들의 갈등, 대놓고 그들을 따돌리고 마을회의를 열어 쫓아버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비누 인간들은 대화를 시도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사람으로서 함게 살도록 해 달라는 것.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바이러스'나 '병균', '재난'으로 받아들이고 이들과 전투를 벌인다.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경찰이 투입되어 마을을 봉쇄하고 이 마을 전체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통신도 끊기고 완벽한 고립이다. 고립 상황에 처한 인간들은 어떻게 행동하나? 서로 불신하고 싸우고 죽이기까지 한다. 그 싸움에는 마침내 아이들까지 동원되는데...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던 내 친구였던 아이. 살기 위해서 서로 죽여야 한다. 끔찍한 묘사가 몇 부분 있어서 거부감이 느껴졌다. 분명히 이 책을 '초등학생들도 읽을 텐데...'라는 걱정을 하면서. 유튜브나 게임에서 잔인한 장면, 폭력을 보며 자란 우리 아이들. 뭐 책에서 묘사된 장면보다 훨씬 잔인한 내용을 많이 접했겠지만 동화에서까지 꼭 접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을 잠시 해 봤다. p100에서 상남이가 인질로 잡히는 부분이었는데 만일 이 장면을 다르게 묘사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보다 훨씬 폭력적인 세상에 태어나 가까스로 위험을 피해 가며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생각도 들고 어른으로서 참 부끄럽다. 




평범하게 살아가고픈 사람들과 낯선 이들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대결이다. 어딘지 현실과 너무 닮아있다. 나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비누 인간이 될 수도 있다. 책에서 마을 사람들은 끝내 비누 인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끝났다. 어느 날 갑자기 비누 인간을 만난다면 다르다고 밀어내지만 말고 그들을 이해해보려고 작은 노력이라도 해보면 어떨까?  비누의 속성은 녹는다. 미끌미끌하다. 우리가 조금만 이해하려 다가선다면  그들은 미끌미끌 우리와 함께 녹아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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