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 환상적 모험을 통한 신랄한 풍자소설, 책 읽어드립니다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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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문성 옮김
스타북스



것은 동화가 아니다. 그러나 동화같은 상상을 하게 한다.

타락하고 오만한 우리의 현실에 때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우선, 내가 아는 걸리버 여행기는 초등학교 때 읽었던 내용이 전부다.「주인공 걸리버가 소인국과 거인국을 오가며 신비한 모험을 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환상동화였다. 사실 책을 배송 받기 전까지도 이 책은 내용이 좀 긴 성인들이 봐도 되는 동화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은 신랄한 묘사로 인해 한 때 금서로 지정되었다가 거친 표현들을 싹 걷어낸 뒤 동화로 출간되었다. 어렸을 때 상상력을 준 《걸리버 여행기》라는 동화가 작가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로 3, 4부는 잘려나간 채 편집된 글이었다니 충격적이었다. 지하에 있는 작가가 알면 얼마나 분통할 일인가!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영국의 식민지로 수탈당하는 당시 아일랜드의 현실은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첫번째 쓴 산문이 풍자적 성격으로 인해 큰 비난을 받는다. 그 후로도 집권당을 비판하는 글을 쓴다. 찾아온 출세의 기회를 뿌리치고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돌아와 성 패트릭 성당의 주임사제로 지낸다. 인류의 불합리성을 풍자하는 글을 많이 썼다. 비관론자이며 인간, 여성 혐오주의자영국우월주의자, 염세주의자였다. 그러나 꼭 이렇게만 그를 규정하기도 어렵다. 그의 성향은 책 속 인물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주인공 걸리버도 조너선 스위프트 그자신이 아니었을까? 


 

서문에서 레뮤엘 걸리버는 앤 여왕폐하를 존경하며 책 속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코 지금 영국의 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미리 변론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외과의사인 걸리버가  항해술, 수학 등을 공부한 뒤 배의 전속 의사가 되어 항해길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나라 영국의 부패한 사회에 혐오감을 품고 있으나 여행지에서 자신의 나라에 대해 물으면 자존심을 높이며 좋은점을 역설한다. 걸리버의 직업을 왜 외과의사로 설정했을까 라는 생각도 해 봤는데 낯선 곳으로 여행이라는 위험한 환경에 놓였을 때 최소한 자신의 몸이라도 지킬 수 있는 것이 의사가 적합해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첫번째 여행 릴리퍼트  

남태평양으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은 그는 바람과 파도에 휠쓸려 작은나라 릴리퍼트의 풀밭에서 눈을 뜬다. 소인국 사람들은 그를 산같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 재미있었다. 학문을 장려한 황제 덕분에 수학자들이 많았고 기계공학이 발달해 있었다. 소인국의 관료들은 더 높은 관직에 오르기 위해 높은 줄에 올라 줄타기를 한다. 다치기도 하고 때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이와 같은 어리석은 행위로 귀족들의 권세가 보존되다니 어이없었다. 지금의 현실과 무엇이 다른가싶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어긋난 여성관이 곳곳에 드러난다. 만일 이 작가가 요즘 세상에 이와 같은 글을 쓴다면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면
-귀족계급 여성은 늘 이성적이고 감미로운 인생의 반려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의 신조였다. 여성도 언제까지나 젊지는 않기 때문이다. p.75에서
걸리버는 자신의 큰 신체를 이용하여 소인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왕의 신임을 얻지만 자신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스키레쉬 볼고람 때문에 그곳을 떠나게 된다.



두번째 여행 브롭딩낵

걸리버는 다시 집을 나선다. 집으로 돌아온 지 불과 두 달만에. 이번에 도착한 곳은 브롭딩낵이라 불리는 거인국이었다. 밭에서 농부에게 발견된 후 그는 시장을 돌며 구경거리가 된다. 운좋게도 왕비의 눈에 들어 궁궐 생활을 하게된다. 왕국에서 누구보다 학식이 뛰어났던 왕은 철학과 수학에 조예가 깊었다. 왕이 걸리버의 나라에 대해 궁금해하고 정치, 경제,기술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지만 결국 왕은 걸리버가 말하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세상을 기어 다니게 된 생명체 중에 가장 해롭고 역겨운 해충이라고 한다. 걸리버는 그저 작은 벌레 취급을 받았던 것 뿐이었다. 어느날 걸리버가 들어가 있던 상자를 우연히 독수리가 물고 바다로 가 내동댕이 쳐진다. 소인국과 거인국는 크기만 다를 뿐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지배, 피지배, 자신들의 세계만이 옳다는 권위주의와 편견이 그것이다.


세번째 여행 라퓨타,발니바르비,럭낵,글럽덥드립,일본

고생을 거듭한 끝에 집으로 돌아온 후 어이없게도 열흘뒤에 다시 배에 오른다. 자신을 찾아온 선장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자 받아들인다. 그러나 행운은 여기까지다. 해적을 만나고 무인도에 버려진 걸리버는 하늘을 나는 섬을 발견한다. 개인적으로 3장이 가장 마음에 들고 관심이 갔다.  2004년 만화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고 온통 마음을 뺏겨 버렸다.  몇 번이나 다시보고 어줍잖은 글솜씨로 나도 떠다니는 섬에 대한 동화 초고를 써 본 적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걸리버 여행기를 보고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물체는 대략180미터정도 높이에 떠 있었다. 평평한 바닥은 어찌나매끈한지 해수면에 비친 햇빛을 반사해서 환하게 빛이 났다. 나는 하늘을 나는 섬의 옆모습을 볼 수 있었다.  p202~203에서 
랍은 높다라는 뜻, 운투는 통치자 이 두 단어의 합성어인 라푼투가 변해서 라퓨타가 되었다고 한다. 라퓨타의 모습이 상세히 묘사되 있었다. 라퓨타가 떠다닐 수 있는 근거에 대해서도 수치를 끌어다 상세히 언급했다. 그곳의 귀족들은 늘 사색에 잠겨있고 오로지 중요한 것은 수학과 과학이었다. 그나마 늘 사색에 잠겨 있어서 걸리버와 의견을 나누지도 못했다. 라퓨타를 떠나 도착한 곳은 발비라르비. 그곳의 수도에 도착한다. 그는 귀족의 후한 대접을 받는다. 그 곳에서의 연구는 일상생활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대로 실현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이에서 햇빛을 추출한다느니, 대변을 음식물로 되돌리는 연구가 그것이었다. 글럽덥드립이라는 곳에 간다. 요술쟁이 혹은마법사의 섬이라는 뜻이다. 족장은 걸리버가 만나고 싶은 사람 누구든 만나게 해 주었는데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카이사르, 브루투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등을 만난다. 영생의 삶을 살 수 있는 스트럴드브럭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그는 일본을 거쳐 네덜란드로 가는 배를 타고 다시 영국의 집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여행이 끝나지 않고 4장이 계속된다.




네번째 여행 휴이넘

이번엔 선장이 되어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걸리버가 이를 거절할 리 없다. 알고보니 선원들은 거의가 해적이었다. 해적에 의해 섬에 버려진다. 흉측한 외모의 동물이 나타나 그를 위협한다. 머리와 가슴은 털로 덮여있고, 염소수염에 등에서부터 발목까지 긴 털이 나 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야후라 불리는 동물에 둘러 싸여 곤경에 처해 있는데 말들이 나타난다. 그가 도착한 곳은 말들이 지배하는 나라 휴이넘!  언어를 배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걸리버는 말들과 빠른 시간내에 소통하게 된다. 거짓과 진실, 인간들의 본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 나눈다. 단, 그들의 언어는 무엇보다 표현이 다양하지 못한데 그들은 욕망이나 감정이 인간보다 적었기 때문이었다. 정치, 왕정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나눈다. 소송, 파산, 음주, 매음, 도박, 반역, 도피, 살인, 절도, 독살, 강도, 위증, 강간, 남색, 탈영 등 듣기만 해도 몸서리 쳐지는 단어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꽤 오래 걸린다. 걸리버는 영국을 옹호하고 조국에 대한 애국심에 여왕의 왕정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휴이넘에겐 하찮은 야후취급을 받는다. 그는 휴이넘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따기 이렇다할 반론할 거리도 찾지 못한다.



이것은 판타지이며 허구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탐욕을 표현한 부분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4개의 장에서 일관되게 현실을 비판하고 직시하만 결국 그도 매번 현실에 변덕적인 모습으로 순응한다. 문학으로써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상상여행기 느낌이 들었다. 또한 ​상상력이 가미된 여행경로를 똑똑한 독자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수치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자주 언급한다. 남위 30도 2분 부근, 적도에서 북쪽으로 3도쯤 되는 지점, 북위44도 동경143도와 같은 그체적인 숫자표현이 자주 나온다. 또 소인구과 거인국에서 사실감을 주기 위해 너비, 높이, 폭등을 수치화 한 점이 그것이다. 나는 혹시나 실제 존재하는 위치인가 싶어 검색해 보곤 했다. 상상력의 자극, 현실비판, 현실직시와 풍자가 잘 어울어진 걸리버 여행기가 아직도 동화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것은 동화가 아니다. 단지 동화의 상상력을 빌렸을뿐. 오만과 가식, 경쟁과 편견으로 찬 이 사회에 때론 동화와 같은 상상력으로 독자를 설득하는 책 한권이 필요하다. 바로 이 책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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