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엄마 오늘의 젊은 작가 25
강진아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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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아 작가의 [오늘의 엄마]를 읽었다. 오늘의 젊은 작가 25번째 작품인데, 저자는 원래 영화감독이었고 이번 작품을 처음 투고했는데 이렇게 장편소설로 나오게 되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민음사 유투브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소설에 나오는 엄마의 투병 상황은 실제 저자의 경험담이기도 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정아는 3년 전에 사랑하던 애인을 갑작스런 사고로 떠나보내 여전히 슬픔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아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거라는 말을 믿고 싶지 않았고 그런 동정을 받는 것조차 싫어하던 어느날 언니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정아의 언니 정미는 건강검진을 받은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정아와 정미의 엄마는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자매는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서 전심을 다하게 된다. 정아와 정미가 엄마를 간호하면서 잊고 있었던, 숨기고 있었던 서로의 싫은 점이 드러나 갈등을 겪기도 한다. 정아는 엄마의 죽음이 가까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엄마를 돌보느라 그를 떠나보낸 슬픔을 잠시 잊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서울의 종합병원에서 고향 부산의 다른 병원으로 그리고 경주의 요양원으로 병실을 옮기며 엄마와의 시간이 더 길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엄마의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병문안을 와주고 정아가 태어날 때 아빠가 죽은 이후로 홀로 두 딸을 키워낸 엄마에게 숨겨놓은 애인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정아는 엄마와의 이야기를 남겨 놓으려고 부단히 옛날의 기억들을 떠올려보다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와서 엄마에게 엄마가 영어로 뭐냐고 물었던 장면을 떠올린다. 엄마는 중학교도 가지 못해 영어를 읽을 줄 몰랐는데, 그런 엄마에게 영어를 자랑하고 싶었던 정아에게 등짝 스매싱으로 상황을 무마한 정미의 모습도 떠올린다. 오랜 투병을 하는 환자와 간호하느라 지쳐가는 보호자들의 모습이 마치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그려졌다. 
특히나 수술실 앞에서 커다란 전광판에 올라온 가족의 이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박선희 53 수술 중’이라는 말이 대체 언제 ‘회복실로 이동중’라는 말로 바뀔 것인지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은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멈춘 듯한 시간을 재며 식은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인지? 자그만한 병실의 침대 양편에서 이제 그만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충동의 짜증과 무력함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직 알지 못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물어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엄마를 조금 더 알게 된다면 아마도 아마도 다시금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힘이 생겨날 것이라고...

“처음 병원에서 말한 게 길어도 4개월이었더든?”
“응”
“그걸 넘으니까, 일상으로 돌아가 버렸어. 후회할 텐데.”
말하고서야 깨닫는다. 그랬구나, 싶다. 마침 기다리던 버스가 달려와서 칙, 둘 앞에 문을 연다. 고호민이 움직이지 않자 정어가 묻는다. 
“안 타?”
“다음 거 타지, 뭐.”
떠나는 버스를 잠시 바라보던 고호민이 천천히 입을 연다. 
“근데, 후회는 뭘 해도 하게 돼 있어.”
평소답지 않게 정갈한 말투다. 
“그래?”
“응, 나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봤는데. 피할 수가 없더라고.”
그 말이 마음에 들어 정아는 자기 입으로 중얼거려 본다. 
“뭘 해도 후회하는 거구나.”
고호민은 약사처럼 절망이라는 면죄부를 처방해 주고 다음 버스를 탔다. 정아는 자신에게 필요한 게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었음을 깨닫고는 다시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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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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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작가의 공간 3부작 중 첫 번째 소설인 [모나코]를 읽었다. 두 번째 작품인 [방콕]을 읽고 매료되어 2014년에 발표된 작품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역시나 작가만의 고유한 색감이 확실히 드러나는 특색있는 작품이었다. 현대 사회의 부각되는 문제점 중의 하나인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렇게 쓸쓸하거나 외롭거나 비참한 말로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노인의 사랑의 재확인에 대한 욕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주인공은 이름은 나오지 않고 그져 노인으로 지칭된다. 노인은 꽤나 부유한 저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부인은 10년 전 세상을 먼저 등졌고 아들 셋은 아버지를 잘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노인인 아버지가 물려준 회사를 차근차근 아들들이 말아먹고 있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작품 말미에 둘째 아들이 나오는데, 아들은 아버지가 행여나 젊은 여자와 정분이 나 재산을 잃게 될까봐 아버지의 뒤를 캐는 못난 놈으로 그려지며 노인의 시니컬함은 지독한 고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노인에게는 둥과 흰눈이라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노인은 때때로 둥과 흰눈에게 말을 걸며 그들과 대화를 한다. 노인에게는 덕이라는 가사도우미가 있는데, 덕의 치매에 걸린 엄마까지 챙기며 덕과의 보이지 않는 애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노인은 자신의 저택에서 가까운 보육원에 머무는 진이라는 미혼모를 알게 되고, 진에게 자신의 욕망을 시험해보고자 한다. 진은 유부남의 아이를 갖게 되어 노인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인지 노인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진은 노인의 집에 가서 노인이 원하는 것이 진의 몸일 거라 생각하지만 노인은 그저 진과 진의 아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한다.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진과의 로맨스에 설레여 하기도 한다. 
여기에 또 다른 등장인물들이 있는데, 뜬금없이 현관벨을 누르며 신문을 구독하라고 화를 내는 중년의 남자와 노인이 집을 나와 눈이 내린 비탈길을 내려갈 때면 등장하는 캐리어를 끄는 할머니가 나온다. 캐리어 할머니는 부자인 노인에게 마주칠때마다 걷기도 힘든 자신을 데려달라고 칭얼대는데, 노인은 싫은척 하면서도 그녀에게 도움을 준다. 진은 노인에게 해외로 같이 나가자며 자신과 아이의 삶을 기대려하지만 노인은 진의 아이의 아빠가 이혼을 하고 진과 함께 살련 한다는 것을 알고 진을 보내준다. 
노인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것인지 진과의 관계를 염려한 둘째 아들에게 덕과 덕의 딸과 손녀와 떠날 여행 준비를 맡긴다. 아들은 당연히 노인이 함께 여행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노인은 치매를 앓던 엄마를 떠나보낸 덕과 덕의 딸과 손녀만 유럽여행을 보내주고 홀로 쓸쓸히 집아 안락의자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다. 두 달이 지나서야 썩어서 악취가 진동하는 채로 노인은 발견되는데, 그 전에 노인의 집 주변 눈을 정리하던 나이든 인부와 젊은 인부가 노인의 집에 도둑질 하러 들어갔다가 겁이나 도망가는 장면, 그리고 노인의 집에서 시가를 움쳤던 두 명의 청소년이 노인의 죽음을 발견하지만 모르척 가버리다. 
[모나코]의 독거노인의 고독사는 스스로가 준비한 완벽한 죽음이었다. 평균수명 90세에 달하는 장수국가의 이름이지만 그러한 공간이 과연 노인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인지? 단지 수명의 길이가 인간에게 삶의 충만함을 가져다 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노인은 안락의자의 죽음에서 증명하려한다. 그리고 그 노인을 지키며 끝까지 그의 공간을 함께 한 존재가 둥과 흰눈이라는 사실이 더욱 아련하게 다가온다. 

“막스 쿠르츠바일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자>(105)”
“모리츠 루드비히 폰 슈빈트 <아침 시간>, 마리아노 포르투니 이 카르보 <포르티시 해변의 누드>, 요제프 리플 로나이 <새장을 든 여인>(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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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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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읽었다.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 느껴왔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금희 작가의 팬이라면 그녀의 첫 장편 소설이 출간되기 전의 모습이나 그 이후 우리 사회의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또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 삶에 대한 그녀의 통찰을 엿볼 수 있어 참 좋았다. 특히나 저자의 인스타그램에서도 느껴졌던 저작권에 대한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시간들을 묵묵히 견뎌낸, 하지만 그로 인해 건강의 무리가 온 것은 아닐지 염려되는 이야기들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는다. 소설이라는 픽션이 아니라 이렇게 산문집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때에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할텐데, 작가들은 그런 용기마저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에게 뼛속 깊이 솔직할 수 없다면 진짜 이야기를 전해줄 수 없다는 확신에서만이 가능한 일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도 신자들에게 진짜 신앙을 전해주기 위해서는 전심을 다하여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텐데, 그럴만한 용기가 그렇게 떳떳하게 살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원론적인 이야기나 재미있는 우화나 비유들은 누구나 쉽게 찾아 인용할 수 있다. 그런데 강론을 쓰고 그 내용을 선포하며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으려면 염치를 모르는 철면피가 되거나 진짜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입으로만 좋은 말을 정의로 똘똘 뭉친듯한 위선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 옛날의 은수자들은 사막으로 달려간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은 곁에 없지만 어딘가에 분명 사려 깊게 자리하고 있는 존재들에 대해 믿는 일이었다.(27)”
“사랑은 우리에게 남은 최후의 보루, 최후의 온기인데 그런 것에까지 세상일이란 게 다 그런 식이라는 식의 냉소를 퍼부으면 곤란하다.(115)”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근원적으로 품고 가야 하는 고통이자 딜레마다. 죽음이 어떻게 다뤄지는가는 어떻게 사는가  만큼이나 중요하다. 죽음을 덮거나 피하지 않고 진정으로 애도할 수 있는 그런 사회 그럴 수 있도록 사회의 공기를 조성하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만이 삶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죽음이 고유해질 때 우리 모두는 숫자 속에 숨은 익명이 아니라 고유한 개인이 되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한 이별들은 은폐되거나 덮이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고 말해져야 한다. 그런 비극이 우리 삶과 얼마나 가까운 것이 될 수 있는지를 지금 또다시 보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은 겪고 싶지 않은 무참한고통이기 때문에.(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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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들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이은선 외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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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과 오언 킹의 [잠자는 미녀들 1-2]을 읽었다. 이번 작품은 스티븐 킹이 아들 오언 킹과 함께 쓴 작품이다. 분량도 많고 등장인물도 꽤 많아서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조금 힘이 들었다. 둘링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판타지 사건으로 인해 남자와 여자 그리고 관계에 대한 고착된 시선을 들뜨게 만들어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여자들이 잠이 들면 깨어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자들은 그냥 잠이 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감싸는 실에 덮이기 시작하며 여자의 몸은 고치로 둘러 싸이게 된다. 가족 중의 누군가가 고치로 된 모습을 발견한 남자가 아내 혹은 어머니, 딸을 깨우기 위해 고치를 헤집는 순간 잠에 빠진 여자는 괴력을 발휘하며 고치를 손상시킨 남자를 잔혹하게 죽이거나 상처를 낸다. 그래서 남자들은 고치에 들어간 여자를 그냥 놔둘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고치에서 나쁜 바이러스가 나와 깨어있는 여자들까지도 잠들게 한다는 가짜뉴스로 인해 과격한 남자들은 화염방사기로 고치를 태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이번 작품의 주요 배경은 둘링의 어느 여자 교도소인데, 그러다보니 그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 클린트 노크로스와 그의 아내 라일라 노크로스가 주인공이다. 라일라는 그 마을의 보안관으로 일하며 남편이 오랜 시간 다른 여자와 낳은 딸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결국 전세계의 거의 대대수의 여자들은 잠에 빠져 고치 속에 들어가게 되고, 몇몇 깨어있는 여자들은 약물의 힘을 빌려 초인적인 힘으로 버티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프랭크 기어리라는 사람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여자들이 잠에 빠져 들게 된 원인으로 발견된 이비 블랙이라는 여자가 둘링 여자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고, 그녀는 유일하게 잠이 들었다가도 다시 깨어나며 클린트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을 건넨다. 프랭크는 이비 블랙을 데려와 자신의 딸 나나를 깨우게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 조직하며 클린트에 대항하게 된다. 그러한 가운데 교도소에서 이비를 지켜려는 자와 이비를 끌어내려는 남자들끼리의 작은 전쟁이 벌어진다. 
그러면 잠이 든 여자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잠이든 라일라를 중심으로 여자들만이 존재하는 저 너머의 세상이 소개된다. 잠에서 깨어난 여자들은 둘링의 시간이 몇 배나 빠르게 흘러 갔음을 알게 된다. 폐허가 되어버린 둘링에서 그리고 남자가 없는 동일한 공간에서 여자들은 자신들만의 세상을 꾸려나가려 노력한다. 

이비라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등장과 두 가지 세상을 넘나드는 통로가 있다는 설정으로 인해 마치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지지만, 여자들이 잠든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폭동은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여자들만의 세상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며 남자들이 존재하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이유의 설명 또한 사실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스스로의 선택으로 여자들만의 세상이 아닌 남편과 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선택을 한 모두는 현실로 돌아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했을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상실을 맞이하기 전에 그 소중한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려고 한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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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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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건 작가의 [GV 빌런 고태경]을 읽었다. 영화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독성이 좋았다. 먼저 제목에 나온 ‘GV’는 Guest Visit 를 줄임말로 영화 상영 후 ‘관객들과의 대화’를 말한다. 여기에 ‘빌런’이라는 말을 붙였으니, 관객들과의 대화에 등장하는 악동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까? GV 빌런 고태경은 관객들과의 대화에 참석하여 베레모를 쓰고 ‘우선 영화 잘 봤습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혹독한 비평과 독설을 서슴치 않고 말하며 극장을 갑분싸하게 만든다. 그래서 고태경에게는 빌런이라는 호칭을 붙인다. GV에 참석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꽤 오래전에는 나도 영화를 아주 많이 봤었다. 개봉작들은 거의 다 봤고, 예술 영화관도 찾아가서 보곤 했었다. 극장에서 두 번 본 영화도 간혹 있었다. 그래서 씨네21이나 키노 같은 영화 잡지들도 사서 보곤 했었다. 지금도 시간이 되면 영화를 즐겨보긴 하지만 주로 인기 많은 입소문이 난 영화들을 보게 된다. 아마도 나와 같은 변화를 겪은 청춘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살아본 현실은 영화 속 세계처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여운만을 남겨주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 소설은 영화 같은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자신을 값싸게 대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더욱 고맙고 나도 누군가에게 당당하고 싶은 영화 같은 삶을 살아야겠구나라고 다짐하게 만든다. 작품 속 주인공 조혜나 감독은 ‘원찬스’라는 영화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실의에 빠지고 영화인의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생계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 속에서 GV 초대 받게 되고 그곳에서 빌런 고태경을 만나게 된다. 고태경은 갑작스럽게 조혜나 감독의 ‘원찬스’에 대한 혹평의 질문을 날리고 조혜나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눈새’라는 말을 해버리고 만다. 이후 조혜나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던 ‘초록사과’의 조감독이 고태경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꽤나 많이 이들이 알고 있는 GV 빌런 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된다. 불현듯 조혜나 감독은 고태경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을 진행한다. 
소설 속에는 영화 제작과 관련된 정보들도 있어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 자신이 영화를 공부한 사람이기에 스스로의 이야기가 접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관심의 공산주의가 필요하다. 관심의 재분배, 최소생계 유지처럼 최소관심 유지가 되는 사회. 아무도 내게 명함을 건네지 않았다.(60)”
“극장이라는 곳이 참 재미있지. 결국 우리는 스크린에 쏘아진 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98)”
“어떻게 버티느냐고 물었지. 진정으로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돼. 나는 고태경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건 내가 가지고 싶었으나 갖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 가슴이 달래기라도 할 것처럼 술을 들이켰다. 술기운이 올랐다. 내가 고태경에게 정말 하고 싶던 질문은 단순히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버티느냐가 아니었다. 영화 속 친구들 말고는 외톨이로 홀로 살면서, 어떻게 버티세요. 사람들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함께 일상을 나누고, SNS를 열심히 하는 것도 삶의 목격자가 필요해서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삶을 너무 너무 쓸쓸하잖아요. 그 외로움과 고독을 어떻게 버티세요.(217)”
“누군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추구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습니다. 자기 자신도 자신을 비웃거나 미워하죠. 여러분이 자기 자신에게 그런 대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냉소와 조롱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값싼 것이니까요. 저는 아직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꿈과 열망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제 영화를 상영하는 겁니다.(241)”

아무런 목격자가 없는 것 같아도, 나에게만 관심이 배제듯한 지독한 외로움에 사로잡혀도 결단코 삶을 내려놓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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