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슛뚜 님의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를 읽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금 이 시간 쯤이면 기내에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지낼 낯선 곳에서의 일상을 그려봐야 했을텐데, 삶이라는게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꿩대신 닭으로의 자세로 여행기를 냉큼 골라봤다. 권남희 번역가의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읽고 상상출판사의 에세이 시리즈가 괜찮은거 같아 슛뚜 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투버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글세 여행기로만 본다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지만,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슛뚜의 브이로그를 클릭하게 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에 나온 사진이나 글보다 저자가 동영상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갬성 브이로그를 참 잘 찍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별것 아닌 일상의 모습들도 마치 단편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리고 수다스럽지도 장황하지도 않게 단 몇 줄로 그녀의 생각을 보여주니, 그야말로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웩이 넘쳐 흐른다. 더군다나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저자 자신이 오래된 유물과 유적들보다는 스칸디나비아풍 디스플레이의 깔끔함과 모던함을 좋아한다고 하니, 영상이나 여행지 선택에서도 그 좋아함의 색깔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유투브를 가끔 보기도 하고 요즘 학생들 중 상당수가 유투버를 꿈꾼다고 하는 말을 그냥 흘려 들었었는데, 이렇게 브이로그를 시작으로 책까지 출판하고 그런 일상 속에서의 모습을 타인에게 공유하며 나름대로의 진실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냥 말도 안되는 직업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설득력을 보여준다. 과거의 정형화되고 안정적인 회사에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는 이들의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왔던 기성세대에게 보란듯이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삶이 결코 아닐테지만, 왠지 모르게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기존의 정답이라고 체념해왔던 일상과 과감히 이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지금의 좌절과 체념의 시간들을 대신하기 위해 고른 책이었지만, 덕분에 저자가 몇 년 동안 다녀온 세상의 곳곳을 맛보게 되었고 앞으로도 갈 곳이 참으로 많구나 라는 희망적인 서사를 노래하게 해준다. 그래 진짜 가지 못해도 그런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면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읽었다. 이전 발표작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고 독특함이 돋보이는 자기만의 색채를 유감없이 잘 드러낼 줄 아는 작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에세이를 읽고 그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지독한 전쟁의 시간을 보냈는지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무릇 작가라면 새벽녘에 일어나 건강식의 아침을 마치고 몇 시간 동안 집중해서 집필을 하고 오후에는 체력 관리를 위해 두 시간 이상 열심히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글을 쓰기 위한 자료 구성이나 명상을 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처음엔 박상영 작가의 일상을 말하는 줄 알았더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처절한 자기 반성이었다. 책 제목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라는 말이 챕터마다 반복해서 나오는데, 세 자리 수 몸무게가 유지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밤이면 밤마다 배달 앱을 켜고 주문한 음식을 먹어야 잠이 드는 자신의 폭식으로 인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한계를 고백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녁이면 오늘 밤은 기필코 굶고 자겠다라는 다짐을 하는 모습은 이상적인 루틴을 갖지 못하는, 아니 꿈꿔볼 수 도 없는 현실에 처한 많은 이들에게 적지 않는 위로를 주고 있다. 전업 작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출근 전 카페에서 3년간 글을 써온 성실함은 폭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약함과 더불어 우리가 가진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회사에서의 에피소드, 퇴사를 앞두고 퇴사 이후의 심경변화를 솔직하게 담백하게 고백하는 내용, 그리고 전업 작가로서의 변화 등 혼자 킥킥대며 웃을 수 있게 해준다. 

“통장 잔고가 바닥났음에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했던 어느 우울한 날, 나는 마치 관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회사 생활이 아주 조금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가 이토록 치를 떠는데도 불구하고) 기업과 노동이라는 시스템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존속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싫으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억지로 만들어지는 루틴이 때로는 인간을 구원하기도 한다. 싫은 사람일지언정 그가 주는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주기도 하며, 한 줌의 월급은 지푸라기처럼 날아가버릴 수 있는 생의 감각을 현실에 묶어놓기도 한다. 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2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글라스 케네디 글, 조안 스파르 그림의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를 읽었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마지막 저자의 글에서 조안 스파의 그림을 극찬했던 것처럼, 이야기 속 상상의 장면들이 눈 앞에 그려지는 삽화들이 절묘히 배치된 작품이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일 뿐이 아니라, 어른들도 오랜만에 아빠, 엄마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주인공 오로르는 자폐성향을 지닌 발달 장애 11살 짜리 어린이다. 오로르는 입으로 소리내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지만, 사람들의 눈을 보고 생각을 다 읽어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오로르는 첨단 시대에 걸맞게 태블릿으로 아주 빠르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오로르에게는 에밀리야라는 3살 많은 언니가 있고,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아빠를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애인이 있다. 오로르는 엄마와 아빠의 생각을 다 알 수 있지만, 그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 오로르에게는 사람들의 생각을 다 알 수 있는 신비한 힘도 있지만, 아빠가 동전을 숨기는 마술을 보여주며 ‘나타나라 참깨’라는 말을 한 것으로 계기로, 별을 바라보고 응시하다가 ‘참깨 세상’으로 넘어가는 능력도 갖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힘든 세상’이고, 오로르가 별을 보고 넘어갈 수 있는 곳은 ‘참깨 세상’이다. 참깨 세상에서는 차별도 불의도 없고 온통 밝은 색으로 모두가 웃는 행복한 곳이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특히나 오로르는 말을 하지 못해 장애아이라는 시선을 받는 세상 속에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특별한 곳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야기는 오로르의 언니 에밀리야의 친구 루시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루시는 수학을 아주 잘하는 똑똑한 학생이지만 아주 뚱뚱해서 엄마에게도 무시를 당하고 학교에서 놀림을 받기 일쑤다. 오로르는 루시에게 용기를 주지만 의기소침한 루시는 자꾸만 움츠려들려고 한다. 오로르, 에밀리야, 루시는 엄마와 함께 괴물 동산에 놀러가게 되고 그곳에서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수영을 하는 도중에 평소 학교에서 에밀리야와 루시를 괴롭히던 애들을 만나게 된다. 도로테와 잔혹이들은 뚱뚱한 루시가 ‘햇빛에 내놓은 치즈 덩어리 같다’고 놀리며 오로르에게는 말도 못하는 바보라고 무시한다. 루시는 창피함과 두려움에 그들을 피해 도망가고 결국 실종된다. 오로르의 엄마는 루시가 실종되자,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과연 루시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야기는 결국 오로르의 신비로운 힘으로 루시를 찾아내고 불의와 편협한 시선 속에서 차별을 겪는 이들의 고통과 남들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강조하고 있다. 오로르의 당찬 모습과 참깨 세상에서 오브와 함께 노는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워 그림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지만 잿빛인 데에는 좋은 점도 있어. 잿빛인 날이 많기 때문에 푸르른 날을 더 아름답게 느낄 수 있어. 밝고 행복한 날만 계속될 수는 없어. 잿빛도 삶의 일부야.(224)”
“나에게 소설가로서 자폐증 문제를 다뤄보지 않겠냐고 물어본 사람은 이전에도 있었다. 친구들도, 동료들도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물론 그것은 내 아들 맥스가 자폐증 스펙트럼 안에 있으며, 다섯 살 때 이후로 더 나아질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맥스의 인지 능력 가능성을 테스트한 ‘전문가’ 두 명은 맥스가 독립적이고 지적인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제 스물여섯이 된 맥스는 런던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외부의 도움 없이 혼자 살아가며, 공연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교양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좋은 예이다. 그리고 심한 장애를 초월하려는 맥스의 엄청난 의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작가의 말 중에서 (2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남희 번역가의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읽었다. 일본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들어본 이름일 수 밖에 없는, 더군다나 하루키 매니아라면 더욱 더 이분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귀국을 하고 갑작스럽게 강의를 시작해야해서 급하게 강의록을 만들게 되었다. 기존에 출판된 책으로 강의를 하자니, 너무 오래되었고 구태의연해보여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배운 내용과 맞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로마에서 들은 강의록을 토대로 번역을 하게 되었다. 사전을 찾으며 정독을 하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알겠는데, 우리말로 바꿔 그것도 학생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대충 할 수는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번역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 특히나 번역은 그냥 이나라 단어를 저나라 단어로 바꾸는 단계가 아니라, 의미와 뉘앙스를 전달해야 하기에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강의록을 번역하면서 점점 의문가는 내용들이 많아지다보니, 관련된 다른 서적들을 공부해야만 했다. 대체 이 내용이 여기서 왜 나오는거야? 단지 내용을 번역해서 나눠주기만 하면 조금 수월하겠지만, 그 강의록을 토대로 수업을 진행해야하니 번역된 내용의 근거와 부연설명을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다. 얼마나 지난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지 일주일 내내 준비를 해도 5장 이상을 나눠주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첫 학기 강의 때에는 신학생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쪽대본이라고 들어봤냐? 나는 쪽강의록을 준비하느라 강의 직전까지 번역하고 왔으니 오늘 이것만 배우면 강의 끝이다.” 학생들이라 뭐가 좋은지 나쁜지 그저 일찍 끝나면 환호성을 지른다. 
아무리 직업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그동안 이 지난한 작업을 무려 28년째 해왔고, 무려 300권의 책을 번역했다고 한다. 정말 존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언어에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났다 하더라도 웬만한 끈기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당연히 생계가 달려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탁월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동안 저자의 번역물만 보다가 직접 쓴 에세이를 읽으니 그 긴 시간을 묵묵히 걸어온 자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스스로를 은둔형 외톨이라고 말하지만 외로움을 견디는 데는 누구보다 자신있는 삶을 사랑하는 저자의 당당함과 내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특히나 그동안 번역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전해주니 소개된 책들을 찾아보게 되고, 장바구니에 열심히 넣어두게 된다. 오가와 이토, 미우라 시온, 무레 요코 등 이들의 신작이 궁금해진다. 
“내 일상은 늘 그렇지만 바쁘면서도 무료하다. 메일 한 통, 카톡 한 줄 오지 않는 날도 있다. 전화는 싫어해서 잘 받지 않는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메일이 올 텐데’하고 송구스러워하며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일은 없다. 많아 봐야 일과 관련된 메일 다섯 통 이하다. 태생이 집순이인데다 직업까지 마감, 마감하는 일이다 보니 인간관계 황폐하다. 외출 준비의 귀찮음보다 외로움이 낫지, 나쁜 일로 연락 오는 것보다 휴대전화 조용한 게 낫지, 즐겁고 신나는 일 없지만 심심했던 어제처럼 별일 없는 오늘이 낫지. 내일도 무료한 오늘과 같은 날이면 좋겠고, 다음 달도 밍숭맹숭했던 이번 달과 같은 달이면 좋겠어.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다. 어차피 내 성격이나 직업이 달라질 일은 없으니, 집순이에게 최적화된 사고방식이다. 존재감 없던 어린 시절부터 나름의 생존 방식으로 굴려 온 행복회로인지도 모른다.-에필로그 중에서(240-2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를 읽었다. 하루키의 아주 짧은 동화같은 이야기에 우리나라 이우일 님의 그림이 더해져 묘한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그냥 텍스트로만 읽는다면 10-20분이면 충분히 읽을 정도로 짧은 내용이지만, 하루키의 묘사로 만들어진 신기한 인물들을 쉽게 떠올리도록 도와준 그림 감상을 통해 양 사나이라는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상상의 나래에 금방 빠져들게 된다.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 밤, 스탠드 불빛에 기대어 혀가 데일 정도로 뜨거운 코코아 한 잔을 후후 불며 하루키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어떨런지? 양 사나이는 참 착한 사람같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성 양 어르신을 위한 추모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도넛을 만들고 파느라 작곡할 시간도, 여유가 있을 때 피아노를 치며 악상을 떠올리려고 하면 하숙집 주인아주머니가 찾아와 시끄럽다고 하는 통에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덧 크리스마스 나흘 앞으로 다가오고 초조해진 양 사나이는 양 박사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양 박사는 양 사나이에게 작곡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멍 뚫린 음식을 먹어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며, 그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구덩이에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성 양 어르신 전기>에 따르면 성 양 어르신은 203미터의 구덩이에 떨어져 돌아가셨는데, 백분의 일로 줄여 구덩이에 빠지면 그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사나이는 집 뒤 공터에 구덩이를 파고 빠진다. 구덩이 속에서 양 사나이는 오른 ‘꼬불탱이’와 왼 ‘꼬불탱이’, 208과 209, 바다까마귀 부인, 부끄럼쟁이 그리고 양 박사를 만나게 된다. 양 사나이는 저주를 풀고 성 양 어르신을 위한 추모곡을 만들 수 있을까? 
하루키는 우물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우물은 아니지만 구덩이가 나오고 주인공은 그 구덩이에 들어가 닥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그닥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최근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난데없이 구덩이 속에서 기사단장의 모습으로 등장한 이데아가 나온다. 우물이든 구덩이든 땅 속 어딘가에 하루키 만의 이야깃거리들이 가득차 있나보다. 난 어디에서 그걸 찾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