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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퍼링 -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 ㅣ 단비청소년 문학
송방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2년 6월
평점 :
혼란의 탈을 쓴 진정한 가치 《버퍼링》

‘존재만으로 아름답고 빛나는 10대를 응원합니다!’
《버퍼링》의 첫 장을 넘기면 이와 같은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의 10대는 어느 덧 먼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데도, 마치 내가 응원을 받고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진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행복한 것인지 정할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프롤로그는 시작된다. 각자의 취향과 개성대로 살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해야 하지만 비윤리적인 선은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작가는 강조한다.
다양한 삶의 방식 중에서 공평한 것이 있다면 누구나 힘겨운 과도기를 겪으며 살아간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청소년기도 이러한 과도기에 해당하며, 혼란스러울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작가는 독려한다. 상황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응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첫 장에서 한 눈에 들어왔던 그 문구가 다시금 떠오른다.
완벽하게 삶의 가치를 정립한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힘든 일이라는 작가의 말에 이순, 지천명을 꿈꾸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표면적인 절대적 이상을 좇았다는 생각에 민망하기 그지없다. 이순, 지천명의 진정한 의미는 분명 그러한 것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각자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놓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인생의 성취감을 느끼며 행복해질 수 있다는 작가의 깔끔한 맺음이 아주 명쾌하게 느껴진다.
‘그때 일이 떠오르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비는 계속 내리고 텅 빈 운동장엔 미처 하수구로 흘러가지 못한 빗방울들이 크고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우울한 집에 우울한 기분으로 있고 싶지 않았다. 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요즘엔 하늘이 너무 맑은 것도 화가 났다. 화를 쏟아 낼 핑계거리라도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자아가 한창 발달하고 있는 청소년기에는 그런 마음에 좀 더 휘둘리기 십상이다.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작가는 가온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이러한 부분들은 《버퍼링》의 전반에 걸쳐 나타나 있으며, 청소년기의 독자들이 마음을 공감 받고, 위로 받기에 충분할 듯하다.
‘옛 친구를 만났어. 반가움보다 어색함이 더 컸어. 너의 변한 모습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시간은 모든 걸 변화시키나 봐. 나도 변했겠지. 내가 꿈꾸던 세상은 이게 아닌데. 네가 원한 모습도 이게 아닐 텐데. 내가 너한테 뭐라고 하겠니. 나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요!’
《버퍼링》의 또 다른 특징은 주인공의 심리를 랩으로 대변했다는 점이다. 살아오면서 겪는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한 감정이나 생각을 가온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랩으로 표현한다. 이 역시 책 전반에 걸쳐 살펴볼 수 있으며, 랩 가사의 의미를 곱씹어 보거나 가사에 맞게 랩을 직접 해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도 제공한다.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싫은 애가 없겠냐? 싫으면 상대 안 하면 되는 거야. 나 역시 누군가는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싫어할 테니까. 그것만 인정하면 학교생활 별거 아냐. 다 자기를 좋아했으면 하고 바란다거나, 다 자기를 싫어할 거라고 미리 판단하는 게 바보지.’
‘괜찮아. 해마다 이 정도 손실은 감수해야 해. 살면서 태풍도 만나고 가뭄도 만나는 거지, 모든 걸 고스란히 다 얻을 순 없단다.’
‘내가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듯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순 없지만 나를 좋아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버텨 낼 힘을 충전한 것 같았다.’
각각 친구 명환이, 현규 할아버지, 가온이의 마음의 소리이다. 이에 대해 무엇인가 부연하여 설명하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진정 와 닿는 표현들이다. 마음이 스스로에게 흔들릴 때, 아니면 세상에 휘둘릴 때, 때로는 다시 힘차게 일어서야 할 때 언제든지 머리 한 켠에서 꺼내어 떠올려 보자.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로 일궈낸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멋진 《버퍼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