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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에서 ㅣ 단비어린이 그림책
오진희 지음, 이선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3월
평점 :
도서계의 아바타를 찾는다면, 바로 이것!
《초록별에서》
나도 모르게 동그란 부분을 검지 끝마디로 문질러 보았다. 하얗고 맨들맨들한 것이 꽤나 반짝이고 빛나는 것 같았다. 스티커 같아서 떼어보려고도 했지만, 스티커가 아님은 분명했다. 나의 눈을 사로잡은 그것은 바로 《초록별에서》의 달이었다.
《초록별에서》의 겉표지를 넘기자마자 다양한 빛깔의 지구가 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색의 지구를 골라본다. 지구가 보라색이라면? 민트색 지구는 어떨까? 틸그린의 지구는 제법 세련되어 보인다. 주황색의 지구는? 빨간색의 지구라면?......
우리는 아주 머나먼 미래 인간이 되어 옛날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주 먼 옛날, 얼음산이 녹아내려 섬과 도시가 바닷물에 잠겼다. 나무와 숲은 먹혀지고, 강물과 바다는 마셔졌다. 오리는 레고를 먹었고, 고래는 그물을 덮었으며, 악어는 봉지를 뒤집어 썼다. 하늘은 아주 뿌옇고, 공기는 너무 뜨거워 호랑이는 숨쉬기가 어려워 헐떡였다. 암흑처럼 새까만 세상에는 방사성 폐기물 드럼통만이 가득했다.
아이들과 동물들은 부르짖으며 노래를 불렀다.
‘느리게 느리게 모두 함께 살아요.’
뒤늦게서야 익숙한 것들에 작별이 고해졌고, 편리한 것들은 버려졌다.
그래도 보여지는 것은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미래 인간이 되어 듣게 된 ‘지구의 옛날이야기’는 너무나도 역동적이다. 오진희 작가의 표현력 하나하나에서 마음이 울리고,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보여지는 이선주 그림 작가의 삽화가 마치 나를 그 현실 속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나의 오감이 그에 빠져 허우적거릴 즈음, 잠자던 초록별의 심장이 다시 깨어났다는 구절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미래 인간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초록별에서》의 ‘나’를 나는 미래 인간이라고 칭하였지만, 사실상 나는 암흑 속 지구상의 현실 인간이다. 우리는 기후 위기로 인하여 변화될 세상을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초록별에서》의 미래 인간이 되어 ‘지구의 옛날이야기’를 듣고 느꼈던 것만큼 현실에서는 그렇게 절실하지 못한 것 같다. 머리로 알고 있는 현실로만 그치지 않고, 진정한 깊은 마음으로 느끼고 알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하나하나 울리게 하는 다양한 표현과 귀엽고도 임팩트 있는 삽화의 《초록별에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기후 위기, 환경 문제 등을 제대로 바라보아 진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