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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괴물 이야기 ㅣ 단비어린이 문학
전은숙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4월
평점 :
무시무시? 아니, 사르르
《살갗괴물 이야기》

책 제목이 어마무시하다. 괴물 이야기인데 그것도 살갗괴물이란다. 흠칫 놀람은 몇 초간 이어질 뿐, 금세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가득 채워진다. 작가의 어린 시절 친구들은 닭과 소와 개구리, 비와 바람이었다고 한다. 친구들의 특별함 덕분이었을까, 《살갗괴물 이야기》에서는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담긴 여섯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일까, 겉표지를 살펴보면 한 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이것들이 무슨 상황일까? 무엇을 표현하는 것일까? 겉표지에는 여섯 이야기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그림들로 특색 있게 채워져 있다. 목차 하나하나에 맞는 그림들을 매칭해 보는 것 또한 이 책만의 묘미인 듯하다.
‘어이가 없었죠.
아파트 대출금과 백점에
절대
내 먹이들을 빼앗길 수 없었어요.’
‘대리운전은 내가 나갈 테니 집에서 쉬어요.
너도 학원 그만 둬.
네 나이엔 노는 게 더 중요해.
사람이 마음이 편해야 살이 붙지.
둘 다 거울을 좀 봐요.
뼈만 걸어 다니는 것 같아.’
마치 헨젤과 그레텔 속의 남매를 연상케 하는 대목에서 자연스레 폭소가 나온다. 동시에 현실 속 우리네 모습을 지나치게 잘 반영한 부분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분명 어린이 문학인데, 어른의 자아 성찰도 충분히 가능케 하는 작가의 스토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살갗괴물 이야기》의 첫 번째 이야기 ‘살갗괴물 이야기’를 필두로 하여 ‘우주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부터 ‘굿모닝, 몽골’까지 화자와 작법을 비교해 보는 즐거움도 크다. 분명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다양한 차원으로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 ‘굿모닝, 몽골’의 경우에는 2017년 황금펜 아동문학상 수상작으로 더욱 기대해 볼 만 하다. 사르르, 우리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다독여 주는 특별한 이야기 《살갗괴물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