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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 - 교실 밖 어른들은 알지 못할 특별한 깨달음
김연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4월
평점 :
갑자기 고백하자면 에세이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 블로그로 충분해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여하튼 에세이는 1년에 한두 번 읽을까 말까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정말 마음에 드는 에세이를 발견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연민 선생님의 <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입니다.
표지부터 아기자기합니다. 그리고 종이비행기가 등장하는 게 마음에 듭니다.
또 한 번 갑자기 고백하자면, 저는 종이비행기를 못 접습니다. 그래서 종이비행기를 접을 때 아이들 힘을 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목과 표지의 연관성이 더 와닿았습니다.
<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의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물론, 범상치는 않은 분입니다.
어린이에게 받은 성장과 감정을 교사들이 함께 공유하길 바라며 '에듀콜라'와 '학교한줄'을 만드셨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한줄'은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에듀콜라'는 가끔 들어가 보는 사이트입니다.
www.educolla.kr
집필진인 교사들이 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를 연재하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교사들, 다양한 교실, 다양한 수업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을 만드신 분이 쓰신 책이라니 다시 한번 자세를 고쳐 잡고 읽게 됩니다. 그리고 금방 읽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나에게 맞는 에세이를 만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교실 속에서 만나게 되는 어른과 아이, 교사와 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보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공감되는 이야기가 잔뜩 등장합니다.
무서운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걸 즐기는 제 이야기인가 싶은 꼭지입니다. 아직도 저는 아이들이 저를 무서워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서 바른 생활을 하려고 '연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좋습니다.
저자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아이'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와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제 모습,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했지 문제의 원인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제 모습을 말입니다.
저자는 15년 정도 되는 교직생활 동안 있었던 학생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성장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굉장히 특별한 이야기들 같지만, 생각해 보니 저에게도 있었던 일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때 어떻게 반응했는지 떠올리게 되고, 또 반성하게 됩니다.
그 덕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저자에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는 것은 저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가르침의 상황을 저자처럼 민감하게, 그리고 적절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훌륭한 교사가 아닌가, 괜히 저자에게 질투도 느껴집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삽입된 '학교한줄 독자 사연'을 보니 또 한 번 위로가 됩니다.
책을 읽다 보니 에세이를 읽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런 일도 있구나'
이런 걸 느끼는 재미랄까요?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이 저자가 만난 아이들인지, 제가 만난 아이들인지 분간이 잘되지 않습니다. 아니면 앞으로 만날 아이들일 수도 있겠고요.
저자는 그 아이들 덕분에 늘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저자 덕분에 이제부터라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아이들, 앞으로 만날 아이들을 통해 더 배울 건 없는지 생각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개인이 어떤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거나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직업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본문 166쪽
그리고 조금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 아니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