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 여행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29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황승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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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여행기≫는 을유세계문학전집 129번째 작품이다.


1800년 전후에 여행자로서 체험이나 관찰을 기록한 여행기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장르였다고 한다. 북해의 노르더나이섬을 두 번 방문하고 그곳에서 체류했던 하이네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기를 썼다.


이 책에는 그가 4권으로 출간한 ≪여행기≫ 가운데 대표작 <북해(Die Nordsee)> 연작과 <이념―르그랑의 책(Ideen―Das Buch Le Grand>을 포함해서, 선별한 작품들이 실려있다. 이 책에 수록된 연작시는 오늘날 평론가들에게 모자이크 작품 같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다.


<황혼>으로 시작되는 북해 1부에는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황혼 무렵 바닷가에서 해넘이 보며 밤을 맞이한다. 조각배를 집어삼킬 듯 휘몰아치는 폭풍우를 뒤를 하고 어느새 날이 밝았다. 잔잔해진 바다를 향해 태양은 빛줄기를 던지고 조각배는 "흔들리는 보석에다 푸른 고랑을 만들며"(p.39) 앞으로 나아간다.

북해 1부에 실린 <황혼)에서 <평화>까지 연작시 12편이 하나의 서사가 되어,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고 조각배를 타고 항해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탈라타, 탈라타(thalatta, thalatta), 바다야 바다야! 기원전 401년 페르시아 왕위 쟁탈전에 용병 1만 병과 함께 고용된 크세노폰이 위기의 순간에 흑해를 발견하고 환호하던 소리(p.53, 각주에서)로 시작하는 2부. 사랑스러운 바다 위에 날카로운 번갯불이 경련을 일으킨다. 바닷물은 거칠게 출렁이고, 그리스 신화 속 북풍의 신 보레아스(Boreas)가 등장한다.

북해 2부는 북해 1부 보다 좀 더 장엄한 서사가 펼쳐진다. 삼지창으로 분노의 파도를 만들어낸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비롯 북풍의 신 보레아스까지,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긴박감을 선사한다.


북해 3부에서는 노르더나이섬에 사는 원주민들의 삶과 나폴레옹의 신화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이야기한다. 연작시가 아닌 산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문학이 아닌 현실 참여적 작품 활동을 했던 혁명적 저널리스트로서 하이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것은 1830년대와 1840년대 자유주의 성향을 지닌 작가들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산문이 천대받던 시기에 여행기와 산문의 문예란을 예술 형식으로 드높이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가 산문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옛날 연극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념―르그랑의 책, 이 작품은 모두 20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가장 깊이 있는 산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랑과 자유와 진리를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와 같은 구상 또한 연작시처럼 치밀하게 의도된 것이다.

부제에 나오는 르그랑은 프랑스 혁명 사상을 북소리를 통해 매개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역사적, 정치적 이념이 담겨 있는(p.297) 이 작품은, 그의 개인적인 체험을 다룬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으로 나눠서 읽으면 좀 더 쉽고 재미있을 것이다.

괴테의 여행기와 비교되는 이 작품은 일반적인 여행기하고는 다르지만,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를 오간다는 측면에서 탐방 형식을 띤 여행기라고 보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p.298)


이 책은 그의 문학 세계와 더불어 현실의 모순이나 부조화를 잘 활용한 풍자의 대가로 불리는 하이네의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작품이다. 이념―르그랑의 책의 제14장, 이념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의 멋진 풍자를 만날 수 있다.


"원고를 가지고 있다가 9년이 지난 다음에 출간하라"라는 호라티우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후원자의 식탁에 의지하는 호라티우스와 달리 그들은 후원자의 식탁이 없으니 "9년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비법도 함께 알려주어야 했다"(p.251)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독자들은 더 이상 하인리히 하이네가 서정 시인이라고 말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문학가로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고전주의나 낭만주의와 같은 문학 사조가 아니었다. 그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자유와 평등의 토대를 다지는 문학 활동이었다. 하이네가 독일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이유일 것이다.

≪하이네 여행기≫, 이 책과 함께 그의 시처럼 아름답게 깊어가는 계절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을유문화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고 싶은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하이네여행기 #하인리히하이네 #을유문화사 #독일문학 #시집 #산문 #도서제공 #도서협찬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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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행복을 찾고 싶은 너에게
변진서 지음 / 부크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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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행복을 찾고 싶은 너에게>는 독서를 통해 자신을 찾고 행복을 찾은 사람, 북튜버 변진서가 쓴 첫 작품이다. 진짜 행복을 찾아 자신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는 출발선에 있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경험과 따뜻한 응원을 만날 수 있는 자기계발 에세이다.

작가 변진서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되기를 바라며 온 진심을 다해 써낸 책이다. 나답게 살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고 싶다면 작가의 따뜻한 진심이 담긴 이 책에서 해결책을 만나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설레고 심장이 뛰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 값진 순간이다. 자신처럼 독자들도 그런 순간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변진서 작가의 책 속에는 그런 문장들이 참 많다. 필사하면서 읽기 좋은 책이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내부로 돌려야 한다. 내 안에 이미 행복이 존재하고 있으니까.(p.9)

그것이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도 내게 잘 맞고 사회생활도 잘 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탁월함을 발현하며 사는 삶이다.(p.27)

노력했던 그 열정은 내가 배우의 길을 포기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p.53)

내가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 사실 실패란 없다.(p.78)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버리고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p.93)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는 사람은 오늘 할 일에 몰입한다.(p.178)

색안경을 빼고 자신을 바라보면 반짝거리지 않는 존재가 없다.(p.197)


이 책의 구성은 1부.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2부. 매일을 당당하게 가치 있게 용기 있게, 그리고 3부. 감정의 주인이 되기, 4부. 나에게로 조금 더 가까이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 이 책에 1부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핵심이자, 행복 찾기 여행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쯤에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모든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p.50) 이 말은 프랑스의 정신 분석학자이자 정신과 의사 자크 라캉이 한 말이다. 작가는 이 말을 빌려 독자들에게 방법을 알려준다. SNS나 대중매체를 통해서 보이는 셀렙이나 부유한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타자의 욕망을 따라 다른 사람이 정한 기준에 맞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결국 타자의 욕망을 따라 사는 삶은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남들이 다 원하는 삶을 살면서도 불행하게 느껴질 때,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는 자신의 성격 탓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작가는 진짜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가짜 행복이 가져온 결과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타인의 욕망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p.54)


"진짜 행복하면 눈에서 빛이 난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즐거워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조차 즐거운 고통으로 느껴진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매일 억지로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 행복은 가짜다."(p.54)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바로 두려움이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산 너머에는 진짜 내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


진짜 행복을 찾고 싶은 독자들에게, 11만 유투버의 성장 멘토 북튜버이자 작가 변진서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만나보길 바란다. 특히, 힘든 시간을 버티며 살아가는 청춘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마음에 위안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자기다움을 찾고 진짜 원하는 것을 찾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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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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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뉴욕에서 차로 다섯 시간 걸리는 애디론댁산맥에서 나이팅게일 여름캠프가 열린다. 재벌 해리스 화이트 가문에서 개최하는 캠프로, 상류층과 부유층 자녀 가운데 여자 아이들이 대상이다.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은 도시와 동떨어진 숲속에서 열리는 캠프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내는 이유는 다양하다


방학동안, 자녀를 돌보기에는 너무 바쁜 부모라서 혹은 자녀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등등. 6주 동안 참가자들은 41조로 나뉘어 각각의 오두막에서 생활하게 되고, 숲속 캠프답게 화장실은 야외에 있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이층 침대 두 개와 랜턴이 있는 머리맡 테이블 1, 소지품을 넣어둘 나무 트렁크 4, 6주 동안 아이들이 생활하게 될 오두막 내부 모습이다. 캠프는 느낌표 모양을 한 미드나이트 호수 남쪽에 위치한다. 호수에는 모터보트 두 대가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건너편 숲속으로 건너갈 수가 있다


하지만 층층나무 오두막을 배정받은 아이들을 제외하면, 그곳으로 가려고 용기를 낸 아이들은 없었다. 건너편 숲에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미드나이트 호수와 관련된 숨겨진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캠프파이어가 있던 74일 밤이 지난 다음날 새벽, 층층나무 오두막에 있던 4명 가운데 비비언, 내털리, 앨리슨 세 명의 아이가 사라진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에마는 4명 가운데 가장 어렸고 처음부터 층층나무 멤버는 아니었다. 늦게 캠프에 도착한 바람에 빈자리가 있는 오두막에 배정을 받게 되었고, 방장격인 비비언과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실종 당일 새벽에 비비언은 에마가 너무 어려서 함께 갈 수 없다며 내털리와 앨리슨만 데리고 캠프를 빠져나간다


에마가 세 명의 아이를 본 마지막 순간이다. 그날 이후 에마는 나이팅게일 여름캠프를 주최한 프래니를 자신의 전시회에서 만나기 전까지, 15년을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채 보내게 된다.

 

프래니는 에마에게 다시 열게 된 나이팅게일 캠프에 미술교사로 참가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의문을 품은 채 15년 세월을 보낸 에마는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프래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로써 두 개의 진실에 담긴 하나의 거짓으로 시작된 15년 전 이야기는 다시 그 마지막 거짓말을 향해 새롭게 전개된다


다시 열린 나이팅게일 캠프에서 에마는 의혹을 풀게 될 수 있을지?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라는 어느 영화 대사처럼, 마지막 한 장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심리전이 치열한 라일리 세이거의 스릴러 작품이다.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말. 사라진 아이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뛰어났던 비비언에 의해 시작된 게임이다. 비비언은 세 가지 이야기 가운데 한 가지는 반드시 거짓이어야 하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찾아내는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게임의 실상은 거짓으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써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이 책에 1부는 두 개의 진실이고 2부는 그리고 하나의 거짓말이다. 455쪽 분량의 소설에 담겨 있는 이 두 가지를 찾아 나서는 책 읽기는 그야말로 시간 순삭 여행이다.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 모두 즐거운 것은 아니다. 낯선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6주를 보내야 하는 여름캠프였지만, 부자들만 갈 수 있는 그곳에 할머니의 유산덕분에 가게 된 에마는 캠프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에르베 르 텔리에가 쓴 장편소설 아노말리처럼 삶에 파문을 일으키는 비일상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와 같이, 비일상의 엔딩을 결정하는 것도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장르의 차이만 있을 뿐 문학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본질은 같다. 삶에 대한 부단한 문제 제기다. 독자들을 다양한 상황 속에 주인공으로 만들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해준다


라일러 세이거의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스릴러 소설이 주는 재미를 넘어 독자들에게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마지막 거짓말, 이 책이 뉴욕타임스 7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저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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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카운트다운 - 지구의 골든타임, 탄소 중립 5년을 위한 준비
이진원.오현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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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 어디에도 서울이라는 도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서해안의 국제도시 인천,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공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평택, 자율주행의 메카인 화성 역시 사라졌다. 수도권 도시뿐 아니라 대구, 부산, 창원, 광주 모두 바닷물이 역류되어 물속으로 사라지거나 섬이 되어버렸다."(p.14) 


탄소 중립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환경책 <넷제로 카운트다운>, 인트로 부분에 나오는 2100년 대한민국 상황을 그린 가상 시나리오다.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떠나 기후난민이 된다는 가상 시나리오로 시작하는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정부부처에서 기후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이진원과 오현진이다.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낯선 용어인 탄소 중립과 더불어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의 연관성에 대해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탄소 중립(넷제로)에 대해 독자들이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후 테크를 통한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 책에 수록된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으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과정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기후 위기가 결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에게 닥친 시급한 해결 과제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글래스고 기후합의>가 타결되었다. 세계 각국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선진국은 202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 기금을 두 배로 확대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우리나라도 이 회의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초반에는 개인과 기업 모두 기후 위기를 걱정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텀블러와 용기 사용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던 개인은 편리함을 찾아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업도 탄소 배출권 구매와 환경 시설 설치에 따른 기업 부담이 늘어나면서, 탄소 중립을 위한 각종 규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폐업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실업률과 지역 경제 침체를 이유로, 탄소 중립 홍보에 적극적인 여론도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논의된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제한' 목표를 유지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195개국의 수장이 모인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선진국을 비롯해 중진국과 개도국까지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새로운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2021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에서는 전 세계 195개국 합의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고,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2010년 대비 최소 45퍼센트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특단의 조치였다.  

2022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7)'가 열렸다. COP27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률 1.5℃ 제한 방안은 유지했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말 중요한 화석연료 감축안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 보다 경제적 논리가 앞선 결과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 중립(넷제로, Net Zero)을 목표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 40%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지수는 조사대상 59개국 중 56위로, 발전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반면 기후 변화에 치명적인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44.0%로 가장 높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에도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30%에서 21.5%로 줄이고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2030년 여전히 40% 이상이다. 2021년 <글래스고 기후 합의>에서 약속한 2030년까지 탄소 배출 목표를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발걸음이 바쁜 이유다.  


이 책은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 제기와 탄소 중립과 기후 위기에 대한 연관성을 일깨워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탄소 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 7가지와 함께 기후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전략을 제시한다. 


기후 테크, 이 책에서 제시하는 생존전략이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통한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경제 논리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시점이다.  


기후 위기는 앞서 말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그리고 2030년 탄소중립, 넷제로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이 책은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세계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탄소 중립은 모든 것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에너지 등 모든 것을 줄이면서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가자는 개념이 아니다. 재앙으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인류의 과제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 서평은 초록비책공방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  


#넷제로카운트다운 #지구를위한골든타임 #탄소중립5년을위한준비 #초록비책공방 #이원진 #오현진 #서평단선정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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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 세계적 지성이 들려주는 모험과 발견의 철학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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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활기를 가져오는 것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쐬는 일에서 시작됨을 일깨워주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다소설가이자 철학자인 그가 쓴 인문 철학서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이 출간되었다. 


지난 펜데믹 기간 동안 나타난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격리 시대를 통해 폐쇄된 생활과 온라인 문화가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탈진과 권태, 무기력이 그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부터 피곤한 무기력을 극복하고 진짜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파스칼 브뤼크네르 무기력해진 삶을 이겨내고 생의 감각을 회복시켜주기 위한 단서 15가지를 제시한다. 빗장, 여행, 스마트폰, 일상, 사생활, , , , 모험심, 슬리퍼, 일기예보, 에로스, 탈주, 실존, 루틴의 15가지 단서를 통한 저자의 해결방안을 만나게 될 것이다.

 

펜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집과 방에서 보냈다, 팬데믹이 지나간 지금도 여전히 자기 방을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SNS를 통해 소통을 하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심지어 타인과 직접적인 소통을 힘들어하는 세대도 생겼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나타난 사회현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집에만 있어도 거의 모든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먹을 것이나 생필품을 사기 위해 굳이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일상은 물론이고 OTT서비스를 통해 무료한 시간을 즐길 수도 있고 원격 수업을 받고 재택근무로 일도 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 가만히 있을 수 없음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독의 기쁨이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파스칼의 이 말처럼, 이제 사람들은 고독의 기쁨을 이해하게 된 것일까?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일까? 저자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 방을 떠나지 않아도 일상이 가능하게 된 이 현상은 오히려 앞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행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집 소파에 앉아서 안전한 화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집에 머무르려 하는 욕구가 커진 반면, 사람들은 자유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19세기 말 폴 라파르그는 저서 게으를 권리에서 의무적 여흥과 소비 사회가 가져 올 결과를 이렇게 예견했다고 한다.

 

이제 게으를 권리가 대중에게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두 가지로 나타나리라. 할 일도 없고 금전적 여력도 없는 인구의 대다수는 밤낮으로 텔레비전이나 동영상만 들여다보면서 기분 전환을 꾀할 것이다. 자유로운 시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악몽이 그들을 덮칠 것이다. 진짜 활동다운 활동은 특권층의 호사가 되고, 무위도식은 가장 가난한 자들의 짐이 될 것이다.”(p.47)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는 소파에 앉아서 화면을 바라보면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유는 배워야 하는 특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p.49) 수백만 명을 죽이고 중산층을 몰락시키고 친구와 연인을 갈라놓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유라는 이상에서 우리를 해방시켰다.

 

자유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미래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니 오늘을 늦추고, 질주를 다스리고, 디오니소스적인 욕망의 무리를 사슬로 옭아매자. 그 무엇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진짜 자유를 되찾자.”(p.49)

 

당신의 세상은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는 가상의 공간이 아니다. 당신의 집 문 밖에 있는 공간이 진짜 당신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집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사람들은 실내복과 실내화에 익숙해졌다. 팬데믹 이후에 수면바지, 실내복, 실내화 차림으로 쇼핑을 하러 가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닌 듯하다.

 

팬데믹 이후 사적인 것이 공적 영역을 침범하고, 다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든 개의치 않고 때로는 복장 규율까지 무시한 채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아무 데나 출몰한다. 잠잘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일요일 아침에 빵을 사러 나오는 사람들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본다.”(p.174)

 

온종일 이런 차림으로 지낸다는 것은 생활을 지키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손쉬운 편안함을 추구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보다 두 발로 곧게 서서 자신의 자세를 의식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p.169)

 

슬리퍼를 신고 걷는 삶은 구두를 신고 걷는 삶보다 흥미롭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무기력한 삶을 벗어나는 길은 편안한 소파가 주는 자유를 반납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당신의 집 문 턱을 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의 감각을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빛과 탐색의 존재, 인간으로서 진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책

 

이 책을 통해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인해 우리가 겪는 불안과 권태, 무기력이 비단 현대 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문화 경제적으로 개방의 시대였던 20세기가 막을 내리고, 정신과 공간에 빗장이 채워지기 시작하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우리 인생에 상쾌한 미풍을 선사하는 인문 철학서이다.


#우리인생에바람을초대하려면 #인플루엔셜 #서평단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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