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 세계 최고의 투자 수업
워런 버핏.찰리 멍거 지음, 임경은 옮김, 알렉스 모리스 편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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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 미국 오마하에서는 일명 ‘자본주의 축제’라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린다. 이 축제의 주인공은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살아 있는 투자의 전설인 두 사람은 일 년에 단 한 번 이 자리에서 5시간 동안 투자와 경영, 그리고 인생에 대해 투자자와 기업가들에게 자신들이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투자자라면, 기업가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참석해야 하고 반드시 공유 받아야 할 자리. 이 책은 바로 그 총회의 질문과 그들의 답변에 대한 기록이다. 1994년부터 2024년까지의 질문과 답변을 주제별로 정리해, 총 500개의 핵심 답변을 추려 담았다.(사실 이 이유만으로 이 책의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그렇기에. 무려 634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묵직하다. 내용뿐 아니라 실제 두께도 그렇다. 이 커다란 책을 처음 받아들고선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답답했지만 초반부를 좀 읽다가 차례를 펼쳐 원하는 질문부터 골라 읽기 시작하니 의외로 빨리 읽혔다. 가치 투자와 종목 선정,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의 차이, 손실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경영자의 자질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은 투자자로써 궁금한 기업과 자본의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버핏이 그랬나. 투자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그 이면의 철학의 본질은 사실 비슷하다고.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며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전제들이 몇 개 있다. 책을 읽으며 그 전제를 여지없이 거절하는 두 거장의 이야기가 좋았다.


"좋은 기업의 경영자는 대개 내일의 성과를 더 돋보이게 하고자 오늘의 성과를 약간 축소한다."


보통은 반대다. 내일의 성과는 모르겠고 내일 내가 얻을 기회를 위해 오늘의 성과를 있는 한껏 부풀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그런데 이 랍비 같은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분산투자에 관한 이들의 이야기 또한 다르다.


"분산투자는 흔한 관행이긴 하지만 자신의 결정을 믿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중략) 정말 훌륭한 기업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경기 변동과 경쟁 같은 흔들림에도 끄떡없습니다."

그냥저냥한 기업 50개보다 확실한 기업 3개가 낫다고. 리스크를 피하는 게 아니라 확실한 기업에,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라고 그들은 권한다.


"시스템이 복잡한 사업일수록 실수나 사기를 감추기 쉽습니다. "

나는 보험이나 휴대폰을 살 때 늘 그렇게 불편하다. if가 한 오백만 개쯤 달린 것 같은 그들의 말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면 꼭 사기당한 느낌마저 든다. 심플하게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중요한 마케터의 자질 아닌가? 그들은 내가 옳다고 말했다. 화려한 외피를 걷어내고 본질에 충실하라. 말장난 아니라 내실 있게 승부하라.


이렇게 보면 역시나 투자 서적이라기보다 잠언집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분산이라는 이름으로 두려움을 숨기지 말 것, 내일을 위해 오늘을 부풀리지 말 것,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볼 것.

그냥 단순히 생각하기에 세 가지이지 이런 지혜의 샘은 책 속에 무궁무진하다.


사실 이들은 자본주의의 심장 한복판에서 태어났다. 그럼에도 두 노인은 자꾸만 돈이 아니라 삶을 말한다. 결국 우리가 배워야 할 건 돈 버는 기술이 아니라 오래된 태도의 회복일지도 모른다.

한번 읽고 책장 속에 들어가고 마는 게 경제 관련 서적인데 왠지 이 책은 꽤 오랫동안 내 책상 위에 있을 것 같다. 투자 관련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GPT에 묻는 것보다 이들의 지혜를 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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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영어교실
신수영 지음 / 롤러코스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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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어쩌면 그 별이 우리 곁에 하나씩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어에 관련된 내용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집어 든 책은 한 교사가 고등학교 현장에서 7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온 기록이었다. 책을 펼친 의도와는 사뭇 달랐지만 그래도 즐겁게 읽던 학교 이야기를 닫으며 결국 저자가 교직을 떠났다는 이야기에 괜히 마음이 좀 그랬다. 진심을 다한 사람의 끝은 늘 좋을 거라는 건 어쩌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일까.


영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저자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두 번째 영혼을 얻는 것이다"라고 가르쳤다. 왜 나는 학창 시절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선생님이 없었을까. 살아보니 영어는 꼭 필요하다. 취업이나 승진 같은 부차적 용도를 제외하고서라도 언어는 다른 세상과 연결되는 길을 열어주는 도구다. 특히나 요즘 같은 세상에 영어로 된 콘텐츠를 볼 수 있다면 그의 세계는 몇 배는 넓어진다. 고작 오천만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수십억의 삶을 레퍼토리로 받을 수 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왜 우리는 수능 말고 이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을까.


저자는 특성화고에서는 영화 <레미제라블>을 함께 보고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를 함께 불렀다. 일반고에서는 수능을 넘어 고등학생들의 수면 부족 문제, 태평양의 쓰레기 섬,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이유 등 아이들의 삶과 맞닿은 언어의 감각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었다. 대학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생님은 언어가 시험지를 넘어 어떻게 우리 삶에 다가오는지 이해하길 원했고 그 진심은 아이들에게 가 닿았다. 교실 안의 공기는 바뀌었고 나오는 건 하품뿐인 수업 시간은 즐거워졌다.


아마 학교뿐 아니라 온 세상이 가장 깜깜했던 시기인 코로나19의 기록도 새로웠다. 교실은 텅 비었고 선생님은 수업 영상을 찍으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이 시간은 교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고통스러운 공백이었을 텐데 선생님은 아이들을 기다렸고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팬데믹은 모두에게 학교가 단지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또래와 부딪히며 사회성을 배우고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하는 공동체임을 가르쳐 주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아주 잠깐 메타버스에서 모든 게 가능할 것처럼 살았지만 엔데믹 이후 모두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자리로 돌아갔다.


특성화고와 일반고 그리고 코로나19, 환경은 변했고 아이들을 향한 마음만 남았다. 마치 일기장 같은 그의 기록들을 함께 보며 꽤 따뜻해졌다.

예전부터 학창 시절을 다룬 책들을 좋아했는데 아이들은 학교는 역시나 이상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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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 - 23개 질문으로 읽는 검찰 상식과 개혁의 길
박용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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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검찰 상식이 우리 사회의 필수 교양이 되었나'


책의 들어가는 말의 제목이다. 사실 나는 언젠가부터 이 부분이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우리는 검찰이라는 단어를 매일 뉴스에서 듣고 심지어 어떤 검찰의 이름들까지 기억하며 살고 있는 걸까. 검경분리, 검찰개혁 같은 화두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우리 같이 검찰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에게까지 ‘필수 교양’이 되어버린 이 상황 자체가 왜 말이 되는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라가 잘 돌아간다면 나랏님이 누군지도 모른다는데 그 아래 검찰까지 기억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 영화 속에서나 보던 검찰이 정치와 경제를 넘어 일상의 대화까지 지배해버린 오늘이 좀 씁쓸하다.


"검사는 모순적 존재입니다. 한편으로 국가 형벌권의 담지자로서 범죄의 처벌을 책임집니다. 다른 한편으로 범죄 수사에서 인권이 보장되도록 감시하고 피의자의 혐의를 객관적 입장에서 판단할 책임을 집니다."


책의 말미의 이 문장은 검찰의 현주소를 정확히 짚는다. 뜨거운 정의와 차가운 이성이 공존해야 하는 자리. 중요하지만 어려운 자리. 이 균형이 깨어질 때 이들은 권력집단으로 변했고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졌다. 우리 검찰은 과연 이 균형을 지켜왔을까.


책은 이 질문을 한국 내부에서만 묻지 않는다. 1부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검찰 제도를 소개하며 우리가 놓친 시선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검사 선거 제도, 독일 검사의 객관 의무, 일본 검찰심사회 같은 장치는 낯설지만 흥미롭다. 검찰이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고, 또 어떻게 견제 받아야 하는지를 각국의 시행착오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룬 2부는 불편하고 아프다. 내란 사태, 정치적 기소, 검사 동일체 원칙, 불체포 특권…. 소위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의의 이름으로 칼을 휘두르면서도 동시에 정치와 권력의 도구가 되어온 부끄러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깊어진다.


하지만 책은 절망만을 남기지 않는다. 3부에서 다루는 세계 각국의 개혁 사례는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아직도 못하고 있는가?’라는 뼈아픈 질문. 진보적 검사 운동, 대배심 제도, 영장 청구권의 분산, 검사 징계 장치….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최소한 ‘검찰을 검찰답게 만드는 장치-오늘 검찰을 다시 국민의 존중을 받을 자리로 돌려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검찰개혁은 특정 진영의 구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 모두의 과제라는 것.

만약 지금 이 사회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단순히 뉴스 헤드라인을 넘어 제도가 품은 모순과 가능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가 언젠가는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검찰로 나아가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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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 -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로 쓰여진 설탕 잔혹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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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가장 즐겁게 배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 혹은 가까운 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일게다. 교과서 속 건조한 문장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어렵게 이야기하면 역사라고 불리는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 안에는 늘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혹은 절대 반복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가 스며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조금 어렵게 접근하면 역사책이다.


책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설탕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지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순히 식재료의 유통사나 식문화의 변천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달콤함의 뒤에 숨은 제국주의의 탐욕, 노예제도의 잔혹함, 원주민 문화의 파괴, 그리고 산업화의 그늘까지. 오늘날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설탕은 사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착취와 지배의 산물이기도 했다.


유럽 열강이 설탕을 차지하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의 수많은 사람들을 노예로 팔아넘겼고, 플랜테이션 농장에 일어난 폭력의 일상. 그들의 노동으로 채워진 배가 대서양을 오가며 설탕을 실어 나르고 동시에 또 다른 이들을 잡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설탕은 권력과 지배의 수단이었고 달콤함은 그렇게 잔혹함 위에 세워졌다.


나도 몰랐던 사실은 이 설탕 산업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도 깊이 얽혀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이 망하고 하와이로 떠났던 조선인 이민자들의 여정 또한 설탕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들이 설탕 농장에서 혹독한 노동을 감내하며 만리타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는 이야기는 따로 자료를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아팠다. 그랬다. 우리나라도 그 수탈의 역사에서 비켜가기 힘든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들 한다. 설탕 이야기에 무슨 역사씩이나 가느냐고도 할 수 있지만 이 작고 평범한 결정체 하나가 인류의 욕망과 권력, 폭력과 눈물, 그리고 이주와 생존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보고 있자니 쉽게 집어넣는 설탕 한 스푼이 꽤 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당연함이 사실은 누군가의 피와 땀 고통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자주 까먹는다. 비단 설탕뿐 일까. 커피, 초콜릿 우리가 쉽게 집어 드는 거의 모든 것들이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무겁기만 한 건 아니다. 저자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쉽게 읽힌다. 아프리카, 브라질, 쿠바 등 이름만 들어도 낯선 장소들이 설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결되고, 낯설었던 지명이 달콤한 흔적과 연결되며, 어느새 머릿속에 설탕이 떠다니는 세계사의 지도 하나가 새롭게 그려진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역사 이야기는 이렇게 꽤 훌륭한 교양서가 된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작업이 아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성찰하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역사를 박제된 사실로만 받아들이고 만다. 책은 그 틀을 깨고,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작은 사물을 통해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설탕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류가 저지른 일들을 직시하게 하는 순간 우리 눈앞의 세계지도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 달콤한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서 노동 착취와 불평등은 이어지고 여전히 누군가의 풍요는 또 다른 누군가의 결핍 위에 세워진다. 책이 던지는 이 질문은 꽤나 묵직하다. 달콤한 설탕 한 스푼을 입에 넣을 때마다 책은 묻는다. 그 결핍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이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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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형 팀장 - 내 일도 하고, 팀도 챙기고, 성과도 내야 하는 슈퍼 울트라
임희걸 지음 / 경이로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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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묵은 질문, 그리고 이제는 진짜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좋은 팀장이란 무엇일까?'

꽤 여러 명의 팀장을 만나며 부딪히는 문제였다.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좋은 팀장일까, 아니면 실무에 능한 사람이 좋은 팀장일까. 예전에는 흔히 말하는 에이스가 팀장이 되곤 했다. 그리고 꽤 많은 경우 그 팀이 잘 안 돌아가는 경우가 발생했다. 혼자 일을 잘하는 것과 함께 일하는 건 다르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실리콘밸리의 매니저의 역할을 하는 팀장이 유행하기도 했다. 팀원과 팀 전체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팀장의 역할을 실무가 아닌 매니저의 수준에 두는 것. 이해는 가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직책을 따로 둘 여유가 있는 회사도, 또 개발자 중심의 분절된 업무가 대부분인 실리콘 밸리의 문화를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와 너무도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물론 지금도 이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결국 실무와 관리의 경계를 동시에 넘나드는 팀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일도 잘하고, 팀원 케어도 잘하는 사람. 어쩌면 팀장 같은 거 안 하겠다는 어떤 시대의 흐름은 너무도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그 팀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의 팀장은 관리와 통제가 중심이었다. 보고를 받고, 일을 배분하고, 성과를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협업을 조정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팀장은 소위 ‘센스 메이킹(sense-making)’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상황을 통찰하고 빠르게 전략을 제시하는 리더십. 팀장이라는 자리의 정의는 분명히 달라지긴 했다.

팀장은 ‘팀원이 성과를 내도록 돕는 사람’애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실무에서 얻은 통찰로 전략을 세우는 사람. 책은 이를 위해 팀장이 실무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무를 통해 본질을 꿰뚫는 눈을 길러야 하고 그래야만 조직 전체를 이끄는 리더십이 완성된다고 말한다. 결국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 팀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이 어느 정도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연공서열로 팀장을 세우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나이가 많고 연차가 높더라도 언제든 팀원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유 업무가 없는 관리형 팀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실무로 복귀하기 어려워진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 점점 뒤처지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실무를 놓지 않은 리더는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고 위기 상황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해법을 제시한다. 그런 사람 곁에서는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배우고 따라간다.


물론 책이 말하는 지금의 팀장의 현실은 고단하다. 정시에 퇴근해버리는 직원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야근과 주말 근무를 도맡아 하고 때론 팀원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도 한다. 상사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동시에 팀원들을 보호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조직의 전략까지 짜야 하니 버티는 것 자체가 하나의 능력이 될지도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낀 세대인 X세대의 고민과도 어느 정도 결을 같이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나는 팀장이라 불리는 자리에 설 준비가 되어 있을까. 관리만이 아니라 실무와 전략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을까. 팀원들을 지치지 않게 이끌어 가면서도 스스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는 조금 보였다.

책은 꽤 많은 팀장의 팁들을 제시하지만 적어두고 써먹어야겠다는 팀장의 능력이 있었다. 책은 이를 ‘팀장의 콘텐츠’라고 부른다.


첫째, 일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흐름을 조망하고 핵심을 읽어내는 능력.

둘째, 일을 구조화하는 능력 : 그 흐름을 일정한 기준으로 체계화하고 의미 있게 정리하는 능력.

셋째, 표현하는 능력 : 내 안의 암묵지를 팀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능력.


언젠가 팀장이라는 자리에 가게 될 때 안 잊어먹게 잘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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