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미래 - 기능보다 정서, 효율보다 낭만, 성장이 멈춘 시대의 새로운 프레임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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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스로를 플랫폼 사업가라 소개하는 사람에게 DM이 왔다. 예전에도 비슷한 DM을 받은 적이 있는데 건강식품, 온라인 소득, 미용 등을 읊길래 나는 책 리뷰하는 계정이라고 말았는데 이번엔 말하는 뽐새가 꽤 당돌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구글링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단계란다. 보통 같으면 무시하고 말았겠지만 급 궁금해져서(나 현직 마케터) 그러자 하니, 이름이랑 연락처를 가르쳐 달란다. 개인정보 털리는 게 께름칙해서 그냥 말까 했는데 요즘 브런치에 글 쓸 소재도 떨어졌고, 간만에 기사도 한번 써보자 싶어 만나기로 했다. 바쁜 시간 쪼개서 스케줄 잡았으니 당일 잠수타거나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선 결과적으로 지가 파투 내고 말았다. 나랑 약속하지 않았냐 따질까 하다 아마도 어디서 나보다 더한 호구 하나 물었나 싶어서 그냥 관뒀다. 


그날 마침 이 책이 택배로 도착했다. <비즈니스의 미래>. 꽤 잘 지은 제목이다. 코로나와 함께 온 나라에 투자 붐이 일었다. 가진 이들은 부동산, 없는 이들은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시기를 잘 탄 누군가의 대박 사례는 영웅담처럼 회자되었으며(코인으로 대박 나고 다음날 사표를 던졌다는 둥), 이들의 삶을 칭송하는 파이어족, 경제적 자유가 인생의 제 1목표가 된 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그들은 지금도 미라클 모닝을 하고 갓생을 산다. 아마도 내게 말을 걸어왔던 저 이 또한 나름 부의 추월차선으로 나를 초대했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하게도 나는 노동 없는 소득, 돈이 일하게 하라는 주문 따위에 별 감흥이 없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야 개취라지만, 주말에 땅 보러 다니거나, 하루 종일 SNS를 붙들고 있는 것보다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내겐 더 소중하고 귀하다. 돈 없이 그게 가능하냐고? 글쎄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장황하게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소개할 것 같은 책 제목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했던 그의 전작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철학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를 되짚어 볼 때 아무래도 그가 비즈니스의 장밋빛 미래를 내어놓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마음으로 펴든 책은 역시나였다.


비즈니스는 역사적 사명을 이미 끝난 것이 아닐까?


책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산업혁명 이래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아니 끊임없이 일해왔다. 인간소외나 환경파괴 등 우리는 자본의 발달이 야기한 수많은 문제들을 지엽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자본을 극대화 시키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늘 그 발전은 드디어 한계가 왔을지 모른다는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는 역대급 저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기후 위기는 현실이 되어 세계 곳곳을 위협하고 있다. 태풍과 폭우, 가뭄과 홍수는 더 이상 아프리카 같은 제 3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소비자는 점점 줄고 있으며, 더 이상 아파트나 도로를 지을 필요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소비한다. 우리는 나아가고 있을까, 망하고 있을까?

저자는 되려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조금만 시선을 바꿔보라. 지난 200년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것은 팩트다. 이 발전의 성과를 지금까지는 누군가가 독점했다면 이제는 모두가 누리게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이제 여기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이 새로운 게임의 방법으로 저자는 첫째, 경제에서 잃어버린 휴머니티의 회복, 둘째, 인간성에 기인한 충동을 바탕으로 한 노동과 소비, 셋째, 교육, 복지 등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개선을 제안한다.


저성장의 시대. 결국 돌파구는 사람이다. 결국 사람이 다시 사람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비지니스 모델이 결국 그 해답이 될 것이고, 이를 구현하는 기업이 시대의 헤게모니를 쥘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ESG 또한 환경과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비즈니스의 미래> 커다란 제목 앞에 나는 무얼 해야 하나. 꽤 마음이 웅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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